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혁신의 장이다. 처음 보는 것들,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것들로 가득하다. 전 세계 가전메이커와 테크기업, 자동차 기업들에 스타트업까지.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라면 여기에 부스를 만들고 제품을 내걸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고 한다.
CES에는 혁신상(Innovaion Awards)이 있다. CES 2023에서는 총 434개사의 609개 제품이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 중 국내기업 134개사의 181개 제품이 포함됐다. 그런데 정반대의 상도 있다. '최악의 제품'(Worst in show)'도 선정한다. 이 상은 미국 소비자 운동단체인 PIRG, 소비자 전문매체인 컨슈머리포트, 수리받을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인 리페어닷오알지 등이 함께 선정해 수여한다.
수상분야는 다음과 같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 반환경적인 것, 복구할 수 없는 것, 보안이 허술한 것, 그리고 정말 쓸모없는 것이다. 이번 CES 2023에서는 어떤 제품들이 뽑혔을까.
◈ 프라이버시 침해 부문
- '유-스캔' (U-Scan)
프랑스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위딩스가 만든 '유-스캔'이 수상했다. 유-스캔은 변기 안에 동그란 센서를 설치하고 이곳에 소변이 묻으면 자동으로 검사를 해준다. 위딩스 측은 이 제품이 "당신의 영양상태를 관리해주고 임신 여부도 체크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개인의 건강 정보는 데이터화 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 이게 사생활 침해다"라는 게 선정 이유다.
선정자 측은 "이 사람들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 낙태권 인정 판례를 뒤집자 가임기간을 알려주는 앱들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익명화하느라 바빴다.
◈ 반환경 부문
- 무선 TV (Window TV)
미국 스타트업 디스플레이스의 윈도우TV는 완전한 무선TV다. 약 9kg 정도로 무겁지 않은 55인치 TV로 흡착성을 지닌 진공 부착기술을 장착했다. 이제 벽을 안 뚫어도 되고 심지어 창문에도 붙일 수 있다. 다만 교체형 배터리로 작동한다. "벽에 콘센트가 있는데 왜 굳이 리튬 배터리로 TV를 봐야할까" 반환경 부문을 수상한 이유다.
◈ 복구성 부문
- 엠버 머그2+ (Ember Mug 2+)
이 머그잔은 스마트하다. 음료를 1시간 이상 뜨겁게 유지할 수 있는 충전식 커피 머그다. 일반 머그잔이라면 10달러 혹은 20달러로 살 수 있지만 이 커피 머그잔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129.95달러에 팔리고 있다. 문제는 이것도 배터리를 쓰는 데 교체형이 아니다. 머그와 배터리가 일체형이다. 배터리가 다 되면 머그도 버려야 된다.
◈ 보안 허술 부문
- 로쿠 스마트TV(Roku Smart TV)
로쿠(Roku)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OTT업체다. 그런데 또 일반 OTT와는 다르다. 직접 '기계'를 판다. 로쿠가 만든 작은 직육면체의 스트리밍 디바이스를 사면 케이블 TV를 시청할 수 있다. 월 요금제가 아니라 기계값 한 번만 내면 된다. '로쿠 채널'은 로쿠의 자체 동영상 플랫폼이다. 스트리밍 디바이스를 사면 그냥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CES 2023에서 이 업체, 직접 스마트TV를 출시했다. 단순 스트리밍 디바이스를 넘어 전용 TV까지 만들었는데 보안이 너무 취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출시한 뒤 보안 테스트를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대신 고객 데이터에는 굶주려 있다는 게 선정자 측의 설명이다.
◈ 쓸모없음 부문
- 젤리 프린터(gummy printer)
이 젤리 프린터는 이런 일을 한다. 캡처한 얼굴 데이터를 보고 어울리는 비타민을 권한 뒤 사용자가 결제를 하면 먹기 좋은 젤라틴 영양제를 만들어 준다. 월 50달러의 구독료로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쓸모없다는 평을 들은 것 치고는 외신에 소개가 좀 이뤄진 제품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