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에 있는 구글 오피스. photo 뉴시스
미국 뉴욕시에 있는 구글 오피스. photo 뉴시스

구글이 지난 1월 18일 자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스태디아(Stadia)’를 공식 종료했다. 스태디아는 2019년 11월 출시된 서비스로 PC, 맥,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였다.

구글은 스태디아를 출시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놀라운 게임 경험을 제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고 그간 소비자가 구매한 모든 게임 및 구독료를 환불했다. 도대체 왜 구글은 스태디아를 포기한 것일까. 이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클라우드 게임의 배경과 동향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차세대 비즈니스로 주목, 클라우드 게임

최신 AAA 게임(대형 게임사가 만든 블록버스터 게임)은 값비싼 CPU와 그래픽카드,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하고 게임 하나당 수십 기가바이트가 넘는 저장공간을 차지한다. 그런데 게이머 입장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값비싼 하드웨어가 필요 없고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할 필요가 없다. 클라우드 게임에서는 실제 게임이 원격 서버의 하드웨어에서 실행되고 사용자의 기기에서는 서버에서 스트리밍되는 화면과 사용자의 입력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만 고품질 스트리밍과 빠른 입력 처리를 위해 안정적인 고속 인터넷 연결이 필수적이다.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주문형 게임, 게임 스트리밍이라고도 부른다. 사실 클라우드 게임의 기본 개념은 2000년대 초반에 소개됐지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다양한 기술적 한계 탓에 그리 확산하지 못했다. 그러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제조사로 유명한 엔비디아가 2015년 지포스나우(GeForce Now)를 출시하고, 2019년 구글 스태디아, 2020년 아마존 루나(Luna)가 출시되면서 빅테크 기업 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의 강자이기도 하다. 2022년 3분기 기준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21%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위 아마존(34%)을 맹추격 중이다. 참고로 구글은 3위(11%)이며 나머지 업체들의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브랜드로 게임 관련 사업도 하고 있는데, 자사가 강점을 가진 클라우드와 게임을 결합해 성과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료 멤버십 ‘XBOX 게임패스 얼티밋’ 가입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수백 개의 게임을 PC나 모바일 기기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 개발자 지원을 위해 독립 스튜디오, 신생 게임 개발자, 개인 개발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게임 개발도구와 모범 사례를 제공하는 ID@Azure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콘솔 게임기 XBOX 사업의 오랜 운영 경험과 더불어 클라우드, 게임패스, 개발자 지원이라는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게임패스는 2017년 6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020년 4월 가입자 1000만명을 넘었고 2021년 1월 1800만명, 2022년 1월 25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 분야의 넷플릭스’를 지향하는 여러 업체가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앞서 소개한 서비스 외에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나우(Sony PS Now)가 있고, 국내 서비스로는 KT 게임박스(GameBox)가 있다.

스태디아 종료는 공식 발표 전에 업계에서 어느 정도 소문이 난 상태였다. 구글이 의욕적으로 서비스를 공개하고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스태디아는 그간 사용자들로부터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서비스 개시 2년 만에 사내 게임 개발팀을 해체하고 고지마 히데오(小島秀夫·메탈기어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 개발자)가 맡은 독점작도 취소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서비스 종료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실제로 사업 중단을 발표한 것이다.

 

서비스 중단으로 악명 높은 구글

사실 구글은 장대한 포부를 밝히면서 시작한 서비스를 2~3년 내에 급히 중단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현재 살아있는 서비스보다 구글 서비스 무덤의 묘비 개수가 더 많을 정도다. 이러한 구글의 악명은 업계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구글이 스태디아 출시를 발표했을 때 BBC는 스태디아 담당 임원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서비스에 금방 흥미를 잃고 중단하는 버릇이 있는데 서비스 지속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구글의 스태디아 중단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세계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2022~2029년 동안 연평균 43.6%씩 성장해 2029년에는 40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히 엄청난 성장세가 예상되는 상황으로 오히려 시장 전망은 무척 밝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사업을 중단했을까. 클라우드 게임을 제공하는 구글의 인프라 기술 자체는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게이머의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독자적인 게임 타이틀 확보에 실패했으며 그렇다고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역량을 갖추지도 못했던 게 가장 문제로 지목된다. 멋진 게임을 확보하고 탄탄한 게임 개발팀을 구축하는 것은 단기간 내에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구글은 게임 업계의 신참이기에 게임 업계의 베테랑인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와 비교해 업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타깃 소비자 문제다. 스태디아와 같은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하드코어 게이머인데 그들은 이미 고성능 PC와 최신 콘솔 게임기를 갖춘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스태디아를 원하지 않았고 그들에 대한 유인책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처럼 구글은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 말고는 딱히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게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에 대한 간과와 게이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결국 실패하게 된 셈이다. 현재의 구글은 검색엔진, 유튜브, 안드로이드와 같은 과거의 성공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물론 기업 존속에는 딱히 문제가 없겠지만, 또다시 신규 사업을 한다면 정말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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