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언니 솔루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윤혁씨가 전체 직원들과의 대화 자리를 갖고 있다.
강남언니 솔루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윤혁씨가 전체 직원들과의 대화 자리를 갖고 있다.

주총 시즌을 맞아 실적보고서가 발행되었다. 쿠팡, 배달의민족, 무신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적자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스타트업에 있어 계획된 적자는 시장을 만들고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된다. 끊임없이 ‘적자 기업’이라고 지적받았던 쿠팡은 지난해 997억원의 수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적자 기업이라는 우려에 대해 “시장 선점을 위한 계획된 적자”였음을 증명해낸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2021년 출혈경쟁으로 757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2022년 4241억원 흑자를 내며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손실을 감수하며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위험, 비관적 전망을 이겨내야 한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해도 “된다, 된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달려야 하는 게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스타트업들이 조직문화에 각별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두가 ‘안 된다’는 현실을 ‘된다’로 만들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뛰는 마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정답이란 없고, 노력한 만큼 효과를 얻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사람이 유일한 자원인 스타트업에서 조직문화는 모두가 목표를 향해 뛸 수 있도록 돕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가 조직문화를 위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만성질환자 관리서비스에서 시작 

강남언니 홍승일 대표는 “불편, 부당함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다.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2만명이 사용하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수험생 정보 공유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것도, 출판사를 차려 의전원 시험 준비용 교재를 만들었던 것도 내가 발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홍승일 대표가 창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2개월가량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도록 하는 기회를 활용해서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유시간을 의료봉사에 할애했지만 홍승일 대표와 박기범 부대표는 만성질환자 관리 서비스를 만들었다. 2012년 7월 힐링페이퍼를 만들어 의사 대신 창업가로 살아가게 되었지만, 그들이 만든 서비스는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고객들이 매번 자신의 상태를 적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의료법상 환자와 건강보험공단 어느 쪽에서도 돈을 받을 수 없었다. 3년 동안 매출도 없는 회사를 운영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찾아낸 사업이 미용, 성형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는 서비스였다. 팀원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강남언니”라는 서비스 이름에 모두가 “좋아요”를 외쳤던 이유는 고객으로부터 외면받는 서비스를 붙들고 살아온 3년의 시간이 준 반작용이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우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바싹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간절했던 것이다. 

미용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강남언니 앱.
미용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강남언니 앱.

누적투자금만 230억원, 일본도 진출 

2015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강남언니는 의사협회와의 갈등 속에서도 작성된 후기가 100만개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투자금만 230억원에 달하는 강남언니는 202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해 1위 서비스로 성장했다. 현재는 아시아 지역 확장과 함께 고객들의 병원 선택뿐 아니라 치료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디지털 솔루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강남언니 솔루션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윤혁은 2016년 삼성SDS를 떠나 강남언니에 합류했다. 당시 촉망받는 대기업 사원이었던 그가 5명 남짓에 불과한 작은 스타트업인 강남언니를 선택한 이유는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에서였다. 만약 그의 선택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후회 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그리 두렵지 않았다. 그는 강남언니에 합류해 서비스 개발을 이끌면서 홍승일 대표와 함께 채용과 기업문화 전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맡았다.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을 무한정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게 된 것이다.  

강남언니가 인재를 선택하는 기준은 2가지다. 첫째는 핵심가치와 인재상, 방향성에 공감하는가이고 둘째는 높은 기준을 갖고 동료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가이다. 스타트업은 치열한 인재전쟁터다. 한 사람의 탁월한 인재가 만들어내는 성과가 크고, 그런 인재들이 동료들을 자극해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인재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모든 회사가 원한다. 탁월한 인재가 우리 회사를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강남언니는 탁월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단점과 한계를 먼저 인정한다. 대신 탁월한 인재들이 강남언니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맞춘다. 

개인의 커리어 성장을 위해 조직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인재가 강남언니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자세히 설명하고, 끝까지 맞추고, 섬세하게 적응을 돕는 채용과정과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강남언니가 인재를 끌어당기는 비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남언니 창업자 홍승일 대표
강남언니 창업자 홍승일 대표

대기업 다니다 온 인재들 

강남언니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민원기는 팀의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하찮은 일이라도 마다않고 실행한다. 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밤을 새워 일하면서도 동료들에게 불필요한 요청을 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런 그의 모습에 팀원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늘 “왜” 를 품고 일하는 디자이너 전지윤은 서비스에 한정하지 않고 팀과 강남언니의 존재 이유까지 고민하며 일한다. 깊은 고민을 통해 건네지는 인사이트는 미처 몰랐던 빈틈을 찾고, 더 높은 기준을 이뤄내는 이정표로 작동한다. 

삼성전기와 익스피디아에서 일한 임현근이 강남언니를 선택한 것도 구성원을 믿고, 지원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기대감에서였다. 임현근은 대기업과 글로벌 IT기업에서 배운 것들을 아낌없이 적용해 강남언니의 성장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강남언니가 빠른 시간 내에 일본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임현근의 영민함과 실행력 덕분이었다. 

물론 강남언니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강남언니는 ‘극도의 투명함’ ‘극도의 솔직함’ ‘극도의 협업’을 일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극도의 솔직함’을 해석하는 기준은 구성원들마다 다른 게 현실이었다. 저마다 선택한 솔직함이 동료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상황을 겪으며 강남언니는 ‘엄격한 애정을 바탕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솔직함’이라는 가이드를 만들었다. 추상적인 언어에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보완해간 것이다. 매주 전 사원이 한자리에 모여 비즈니스 상황을 공유하는 ‘올-핸즈(All-hands)’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극도의 투명함’을 실행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처럼 강남언니는 조직문화를 이루는 핵심가치들이 박제된 문장으로 남지 않도록 설명을 추가하고, 사례를 전해 구성원들의 실행을 돕는다.  

회사는 돈을 벌어야 존재할 수 있다. 월급도 주지 못하는 재무상황에서 조직문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돈의 힘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돈을 뛰어넘은 비전이 작동할 때 말라버린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강남언니는 그 신비로운 힘을 그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선택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언니가 계획된 적자의 터널을 뚫고 글로벌 미용의료 시장에서 전에 없는 역사를 써내려가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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