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파라과이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집권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나 후보. photo 뉴시스
4월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파라과이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집권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나 후보. photo 뉴시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열린 파라과이 대선에서 집권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나 후보가 승리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 결과 페나 후보는 42.7%를 득표해 경쟁자인 중도좌파 야당 후보인 에프레인 알레그레(27.4%)에 크게 앞섰다.

중남미 국가에 좌파 정부가 속속 출범하는 가운데 인구 750만명의 파라과이 대선이 좌우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관심거리였다.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 최근 중남미에는 '좌향좌' 물결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파라과이는 지정학적으로 인접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편인데, 이 두 나라도 최근 왼쪽으로 쏠린 상태였다.

파라과이 대선의 최대 이슈는 부패 척결이었다. 하지만 야권인 좌파연합이 대선을 앞두고 분열했고 표심이 나눠지면서 알레그레 후보가 승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받던 집권당의 페나 후보가 압승한 배경이다.

"중국과 단교하는 보상, 대만이 해줘야..."

또 다른 이슈는 중국과 대만이었다. 중국과 대만의 언론사들은 파라과이로 넘어와 현지 취재에 나설 정도였는데 파라과이가 대만과 국교를 유지할 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녔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했던 페나 후보는 미국과 대만이라는 우방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대만은 수교 국가를 점점 잃고 있는데 파라과이는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13개 나라 중 하나다. 

반면 알레그레 후보는 대만과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라과이의 농산물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국교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에 그가 당선될 경우 파라과이는 대만과 단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은 자국과의 국교 수립을 위해서는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한다. 지난 3월 좌파 정부가 탄생한 온두라스는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대만은 한시름 놓게 됐지만 그렇다고 파라과이와 대만의 관계가 지금처럼 계속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파라과이 측은 중국과 수교를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대만이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대만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현 파라과이 대통령은 대만을 지지하고 있지만 여러 압력에 저항하고 있는 파라과이를 위해 대만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라과이 내 이익단체들의 항의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라과이 농민협회(ARP)는 "중국이 최대 육류 구매국인데 지정학적 분쟁 때문에 우리는 큰 시장을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라과이 육류협회(CPC) 등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으며 파라과이 농림축산식품부(MAG)에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요청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