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검사 출신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당시 합류했던 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공수처 부장검사가 사직을 앞둔 19일 공수처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수뇌부를 비판했다. 그가 이메일에서 “몸은 가장 편했으나,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라고 한 표현은 공수처의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개혁의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다 2021년 2월 출범한 공수처는 그동안 그 취지와 달리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부장검사는 이메일에서 “공수처 근무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다”며 “많은 현안에 대해 법원 출신 간부들과는 다른 의견을 개진해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판사 출신인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수뇌부와의 갈등을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다. 

김 부장은 동의할 수 없었던 수뇌부 발언으로 “검찰은 그런 방식으로 수사 하는데 왜 우리는 안 된다고 하느냐”,“검찰이 일부 언론과 짜고 공수처를 죽이려고 한다”,“기존 형사사법체계 틀을 존중할 필요 없다” 등이라고 했다. 또 “공수처 이외의 다른 기관을 무시 또는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아울러 ‘그럴듯한 수사 성과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김 부장은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혔을 당시 김 부장은 “진솔한 토론을 통해 기존 업무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떠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는 얘기만 나왔다고 한다. 김 부장은 그 무렵부터 사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를 비판하는 기사에 대한 수뇌부의 반응도 비판했다. 김 부장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공적인 자리 뿐만 아니라 사적 자리에서도 항상 언행에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언행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2017년 2월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1년 4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용됐다. 같은 해 9월엔 수사2부장으로서 공수처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인권수사정책관으로 사실상 좌천되면서 공수처 안팎에서 “수뇌부에 쓴소리를 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나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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