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도 김남국 의원 발언 비판
"무슨 잘못을 한지 모르는게 잘못“
지난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오간 발언을 두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성단체들까지 김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경기 안산단원을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여성비하 성희롱 발언을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번 발단은 지난 12월 8일 낙태죄 개정 관련 국회 공청회 자리에서 김 의원이 한 질의였다. 당시 김 의원은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대한 남성의 인식을 알고 싶다”, “20~30대 남성이 낙태죄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있느냐”고 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남성들의 인식이요?”라고 되물은 뒤 “2030 남성들도 낙태죄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김 연구위원의 답변에 “그게 주류의 시각이나 평가일까요”라고 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질의에 대해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청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여성들의 현실이 아니었다”며“어이없는 말들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이 논평이 나간 이후 김 의원이 조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발언을 왜곡했다”고 항의하며 “사과하지 않으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낙태죄폐지법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정의당은 밝혔다. 정의당은 김 의원이 30대 여성 원외대변인에게 갑질과 협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곧장 김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이 법안 처리를 인질삼아 사과를 요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은 1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성은 낙태죄에 대해서 질문이나 의견도 가질 수도 없다는 식의 정의당 논평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의당이 논평에서 '30대 어린 여성 대변인'을 강조하는 것이 불편하다. 어쩌면 정의당과 대변인의 무서운 논리라면 저는 '남성'이니까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낙태죄 개정안과 관련해 2030 남성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사·연구된 것이 있나 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임신 중단은 오롯이 여성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남성의 입장을 물어본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성계에서는 오히려 해당 법안에 대해 여성들의 의견과 요구가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의 인식을 물어본 김 의원의 질의를 두고 ‘낙태는 남성의 동의와 무관하게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인데, 이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단체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김남국 의원이 자신이 내뱉은 발언들이 왜 문제인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면, 시민의 대표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며 “거대 의석을 가진 여당 남성의원이 소수 의석을 가진 야당 여성 정치인에게 그러한 무례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아직도 모른다면, 그는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