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형성의 역사가 말해주는
대폭발 가능성
백두산이 엄청난 거대 폭발로,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삶에 큰 피해를 주는 일이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나게 될까? 21세기 들어 십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관련 과학 및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제는 어느 정도 타당한 추정이 가능하다.
앞선 연재 기사에서 보았듯이, 화산 분화가 일어나는 원리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힘의 균형관계에 있다. 외부 우주로부터 오는 전자파가 지구 내부의 금속성 물질을 끌어당겨 분화를 일으키는 힘과, 분화가 쉽사리 일어나지 않게 막는 화산 자체의 억제력 말이다. 백두산의 경우도 이런 균형관계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분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먼저 백두산의 구조와 성격을 보면서 분화를 억제하는 힘의 상태를 가늠해보자. 백두산 화산학의 최고 권위자인 윤성효 부산대학교 교수의 논문, 지구 내부 물 순환 원리에 대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용재 연세대학교 교수의 논문, 2013년 결성되어 2016년까지 활동한 북한 및 서구학자들의 공동연구팀이 2019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연구 보고, 그리고 지난 10년 간 유럽우주국(ESA)이 연구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최신 지구과학 정보를 종합하여 요약한다.
백두산의 나이는 약 2800만 살로 추정된다. 주라기 끝 무렵, 동북아 지역에선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었고, 그 결과 발생한 마그마 분화로 백두산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약 250만 년 전에는 그 밑 땅 속 깊은 곳의 맨틀이 빠른 속도로 뜨거워져 암석이 녹아 유동성이 커지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엄청난 양의 현무암 용암이 분출됐다.
그렇게 면적이 1만 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동북아 최대의 방패형 대지(순상지)가 형성됐다. 이 고원의 무게가 엄청나서 그 밑 땅속의 마그마가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마그마는 쉽게 땅 밖으로 분출되지 못하게 되어 백두산 바로 밑에 마그마 방이 형성되고 거기 모이게 됐다.
이로 인해서 마그마가 분출되기에 더욱 어려운 조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마그마가 방에 모이면서 축적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주변 땅 속 물질들의 영향을 받아 마그마의 화학적 성분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특정 미네랄이 더해지거나 빠지면서 마그마는 훨씬 점성이 커졌다. 끈끈해진 마그마가 두터운 현무암 암석 층을 뚫고 땅 위로 분출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공으로부터 작용하는 전자파가 아주 강력해지는 경우에는 땅 위로 분출됐다. 이전처럼 넓게 퍼지는 대신 폭발하며 빠르게 굳어서 좀 더 원추형 모양의 화산체가 됐다. 이 두 번째 단계는 약 100만년 전부터 4000년 전까지 계속됐으며, 이 단계 끝 무렵에 4킬로미터가 넘는 높이의 원추형 산이 형성됐다.
세 번째 단계는 백두산에서 대규모 폭발이 이어졌던 단계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부터 시작해, 특히 1500년 전부터 1000년 전 사이 약 500년 간 폭발이 심했다. 이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일어났던 거대 폭발이 바로 서기 946년에 있었던 밀레니엄 대분화, 일명 백운봉기 폭발이다. 이로 인해 화산의 위쪽 절반가량이 날아갔고 그 자리에 오늘날 천지가 형성됐다.
이런 백두산 형성의 역사를 보면서, 백두산이 갖는 방어력에서 중요한 특성을 유추할 수 있다. 하나는 비록 원추형 화산의 정상 부근 1.2 킬로미터가 날아갔다고는 해도, 백두산은 여전히 동북아 최대의 순상지로 엄청난 무게로 지표면을 덮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각활동이 활발해져 마그마가 솟구친다고 해도 바로 지표면으로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마그마 방에 일단 모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백두산 용암이 점성이 대단히 강한 규장질의 용암이어서 지각활동이 활발해진다 해서 바로 분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분출 억제력과 관련된 중요한 특성이 한 가지 더 있다. 일반적으로 화산이나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형, 예를 들면 일본이나 하와이의 화산과 같은 경우와 비교해서 백두산은 훨씬 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땅 속의 움직임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바로 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의 화산들은 불과 땅 속 120 킬로미터에서 지판과 지판이 충돌, 땅 껍질에 균열이 생긴 틈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지역 상공에서 우주 전자파 유입이 많아져 지각활동이 조금만 활발해져도 바로 바로 화산이나 지진으로 이어진다. 하와이형의 화산은 땅 속 2900킬로미터라는 깊은 곳에서 일어나지만, 마치 불기둥이 형성되듯 바로 지표면으로 분출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역시 지각활동이 활발해지면 바로 표면의 화산이나 지진으로 이어진다.
이에 비해 백두산은 두께 600km의 땅 속에서 발생하는데, 거기서부터 지표면까지 두터운 암석층이 존재한다. 이 암석층에 땅 속의 물이 스며들어 암석의 구조가 느슨해져서, 심층 지하수가 마치 필터를 통과하듯이 아주 서서히 올라오면서 지각 물질의 결합을 약화시켜 땅 위로 솟구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하지만 암석층이 워낙 두터워 그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거대한 현무암 대지가 덮고 있어 육지의 무게 때문에 쉽게 지각물질이 올라오지 못한다. 그렇게 올라온 물질도 지표면 근처 마그마 방에 모이게 된다.
이런 구조적 요인으로, 백두산은 활화산이어도 쉽게 분화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게 된다. 백두산 상공의 지구자기장이 약해지고, 그리로 외부 우주 전자파가 쏟아져 들어와도, 그 결과 백두산 인근의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약한 지진이 발생해도, 백두산의 엄청난 분화 억제력으로 큰 분화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버티는 동안 강한 외부 전자파 물결에 촉발된 지구 내부 물질의 운동에너지가 자기 에너지로 변하면서 지구자기장이 다시 강해져서 잠잠해지게 된다.
이제 의문의 절반은 해소된다. 왜 백두산이 그런 엄청난 폭발 이력이 있는 활화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거의 화산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있었는지 말이다. 규모가 큰 화산이지만 여간 해선 잘 안 터지기 때문이다.
2000년 대 들어서 다른 곳에서는 화산 및 지진 등 지각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00년대에 폭발한 화산이 108개소, 그 중 현재도 분화 중인 것이 상당수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2000년대 들어서 20년 동안, 2010년 유럽 전 공항을 마비시켰던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퍄들랴이외퀴들 화산급, 혹은 그 이상의 규모인 화산 분화만 25건 발생했다. 백두산은 잠시 들썩거렸을 뿐이다.
그렇게 억제됐다가 언젠가 터지는 날엔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로 터지는 게 아닐까? 맞다. 억제력이 큰 만큼, 그 모든 걸 넘어설 정도로 강력한 힘이 작용하면 큰 규모의 분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래도 밀레니엄 대분화만큼은 아닐 것이 거의 분명하다. 946년 밀레니엄 분화를 전후하여 약 500년 간, 대규모 폭발이 잦았던 시기가 있었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백두산 밑 땅 속에 자리잡은 여러 개의 거대 마그마방이 거의 다 비워졌다. 8만 년 이상 축적되었던 마그마가 소진된 것이다. 그 이후 겨우 천 년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따라서 백두산 상공에서 우주로부터 작용하는 전자파가 아주 강해져서 폭발이 일어난다 해도, 그 피해규모는 훨씬 작을 것이다. 마그마의 양이 적어 밀고 올라오는 폭발력이 그리 크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백두산 밑 거대 마그마방이 다 차려면 아마도 향후 몇 만 년은 걸릴 것이다. 소소한 폭발들로 인해서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그 시간이 훨씬 길어질 가능성도 높다.
다음 연재에서는 화산 분화의 또 다른 요인인 외부 우주 전자파의 작용을, 발해 멸망 등 인간 역사의 변화와 관련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서 인간 정주의 역사 동안 거의 내내, 그러니까 아주 오랫동안 동아시아 최강자로 군림해왔던 한반도 거주인들의 위상이 왜 흔들리기 시작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