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0명 vs 李 50명… 대선 캠프 ‘별들의 전쟁’

2022-01-05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관측소)를 방문해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 때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는 심 총장까지 야당 대선 캠프로 갔다고?”

지난 12월 24일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가 발표되자 군내에서 이처럼 “뜻밖이고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군 수뇌부의 윤석열 캠프행은 심 전 총장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여름 김용우 전 육군 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 참모총장,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등이 윤 캠프에 합류했었다. 문 정부의 현역 군 수뇌부 중 합참의장과 해군 참모총장만 윤 캠프행에서 빠져 있었는데 해군 참모총장 출신까지 야당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심 전 총장의 선택은 단순히 해군 총장 출신도 야당 캠프행에 동참했다는 것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가 문 정부 장성들 중 일종의 ‘신기록 제조기’였기 때문이다. 2018년 그는 전임자에 비해 무려 4기수를 건너뛰고 해군 최고 수뇌가 됐다. 9개월 만에 소장에서 대장으로 진급, 별이 2개에서 4개로 늘어 유례를 찾기 힘든 ‘최단 시간 내 초고속 진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실세인 송영무 전 장관 라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 그가 야당 캠프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군 수뇌부는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 출신만 빼고 상당수가 야당 캠프를 향하는, 유례를 찾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직업군인에 대한 존중, 호국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는 처음으로 이순진 합참의장 전역식에 참석한 것 등이 현 정부가 자랑해온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군 수뇌부 출신들의 잇단 ‘이탈’은 정부에서 내세우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군심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군 수뇌부들의 야당행에 맞춰 상당수의 예비역 장성들도 속속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현재 일부 중복 참여하고 있는 숫자를 제외하면 2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윤석열 선거대책위나 국방안보특보단 등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 캠프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는 예비역 장성들은 몇 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가장 큰 그룹은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김용현 예비역 중장이 이끄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이다. 여기엔 무려 100여명의 예비역 장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윤 후보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지난해 초부터 예비역 장성 영입 및 공약 작성 작업을 주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우 전 총장 등 문 정부 전직 수뇌부 그룹이 이끄는 ‘국방혁신 4.0 특별위원회’에도 수십 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도 별도의 그룹을 각각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동안 각 그룹 사이에 일종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2월 27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가 추가 인선 발표를 함에 따라 ‘교통정리’가 됐다고 한다. 이날 인선을 통해 중앙선대위 산하에 김 전 육군 총장, 정호섭 전 해군 총장, 이 전 공군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국방혁신위원회가 발족됐다. 국방혁신위 부위원장으로는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김용현 전 본부장,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가, 위원으로는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김판규 전 해군 참모차장 등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국방혁신위와 별개로 한기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방안보특보단도 발족했다. 국방안보특보단에는 신원식 국방위원과 백승주 전 의원이 수석부단장으로, 김용현 전 본부장, 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이 부단장으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심승섭 전 해군 총장과 최차규 전 공군 총장은 북핵대응특보로, 김병관·임호영·최병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한·미동맹특보로, 김근태 전 1군사령관, 성일환 전 공군 총장, 이호연 전 해병대 사령관 등은 국방정책특보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국방혁신위와 국방안보특보단에 각 군 참모총장 출신 등 대장 출신만 10명 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두 곳 모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도 예비역 대장들을 비롯, 예비역 장성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2021년 12월 말 현재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예비역 대장은 총 5명이다. 지난 9월 박종진 전 제1야전군 사령관, 김운용 전 지상작전군 사령관, 황인권 전 제2작전 사령관 등 예비역 육군 대장 3명이 합류했다. 여기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제2작전 사령관 출신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등까지 포함하면 대장 출신이 5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캠프에 참여한 예비역 장성 규모는 아직까지 윤 캠프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현재까지 1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 캠프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12월 말 현재 5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캠프 예비역 장성들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평화번영위원회 산하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화번영위 산하 국방정책위는 김병주 의원과 모종화 전 병무청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군 출신은 아니지만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도 이 후보 측 국방정책위 부위원장단에 포함됐다. 평화번영위 산하 스마트강군위원회에는 박종진·김운용·황인권 전 사령관 등 3명이 공동 위원장을, 최현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공군 중장) 등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평화번영위 안보상황실장은 김성일 전 국방대 총장(예비역 육군중장)이 맡았고, 정항래 전 육군 군수사령관 등도 이 캠프에 합류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산하 통일국방안보위원장은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맡고 있는데 민 위원장도 예비역 육군 준장이다.

예비역 장성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 캠프는 윤 캠프에 비해 일찍 조직정비를 하고 전체 국방 공약을 먼저 발표하는 등 선거 운동에선 다소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2월 24일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후보 국방안보특보단 출범식’ 행사를 열고 구체적인 국방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스마트 강군 건설 △선택적 모병제 도입 △병사 월급 최저임금 수준 200만원 이상 단계적 인상 △장병 복무여건 획기적 개선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기구 설치 등 ‘5대 국방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게 되면 기존 초급 부사관 월급과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해 군인 전체의 보수체계를 전면 재조정, 10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이 후보의 일부 국방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