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정치평론가가 보는 ‘이준석 사태의 기원’

2022-08-05     이정현 기자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통해 이준석 대표 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추진 중이다. 이 대표가 쫓겨나는 모양새가 되면서 국민의힘 내 이른바 ‘윤핵관’들과 이 대표와의 오랜 갈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8일 윤핵관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은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할 일”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양두구육이라고 비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여기서 “지구를 떠나겠다는”라는 언급은 지난해 3월 이준석 대표가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에 출연해 한 말이다. 당시 이 대표는 “(주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다”며 “(두 사람이 당선되면) 지구를 떠나야지”라고 말했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가 되기 전 이 유튜브 채널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왔는데, 여기서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노골적 발언도 한 바 있다. 이 발언 역시 이 대표의 진심으로 해석되면서 이준석 공격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이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2일 남양주 사무실에서 만난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직전까지 ‘프레스18’ 등의 방송에 이준석 대표와 함께 출연해왔다. ‘프레스18’에서 이 대표가 던진 논란성 발언과 대표 당선 후 윤핵관들과의 어색한 동거를 지켜본 그는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기간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했다는 점을 짚었다. 또 이 대표가 대선 당시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직하면서 많은 오해가 생겼다는 점도 꼽았다.

- 유튜브 채널 ‘프레스18’에서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나야지” 발언을 할 때 옆에 있었다. 당시 발언이 나온 배경이 무엇인가. “이 대표는 진짜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 대표가 나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유승민 대통령’이라고 쓰고 슈퍼챗을 쏴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선 당시에는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홍준표 당시 후보를 밀었다.”

- 이 대표는 유승민계로 분류돼 왔는데 지금 둘의 관계는 어떠할까. “(이 대표가) 유승민 깃발을 따라간 것이 거의 10년이다. 지금은 이준석이 유승민보다 유명하지 않나. 유승민의 영향력이 이준석보다 크지도 않다. 다 옛날 일이 되었다.”

- 지난 대선 기간 이 대표가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적이 있었나. “방송을 마치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개인적으로 ‘홍준표’를 밀겠다고 했었다. 윤석열 후보는 올드보수에 경도되어 있다고 보았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 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을 ‘디스’하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홍준표 시장을 도와줬다고 본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홍 시장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 이 대표는 당대표 이전부터 보수층으로부터 반감이 많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원래 유승민, 이준석, 하태경 등 바른미래당 출신들을 찬탄파(탄핵찬성파), 배신자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2020년 총선이다. 보수가 단결해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으로 모인 후 유승민계가 주도해서 수도권에서 승리하겠다며 공천을 받아 갔는데 거의 전멸했다. 공천은 유승민계가 주도했는데 패배의 책임은 황교안·나경원에게 뒤집어씌우니 얄미운 것이다. 특히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으면서 보수층이 이슈로 삼던 부정선거 주장에는 반대하니 더 미웠던 것이다. 보수층 가운데 탄핵, 총선 패배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자신의 신념이 무너진 것에 대한 허탈감이 있었다는 얘기다. 어느 정도 이들의 정서를 이해해줘야 하는데, 이 대표가 이들을 사람 취급 안 해버리니 감정싸움이 되었다. 이 대표 태도 역시 문제가 있는 것이다.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김어준도 다큐까지 찍으면서 부정선거 타령을 한 것을 보면 부정선거는 좌우에 걸쳐 이용해 먹는 포퓰리즘 비즈니스일지 모른다.”

- 이 대표가 홍준표 후보에 기울었던 것이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탄핵과 부정선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던 보수층이 유승민계에 또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윤석열 후보로) 뭉치게 되었다.”

- 홍준표 후보가 보수 정체성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 “이준석이 홍준표를 미는 상황에서,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둘이 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17년 홍준표는 대선에서 지고도 당권을 장악한 과거가 있다. 이것이 다시 반복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은 대선에서 낙선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그때부터 이미 당권 경쟁이 있었다고 본다.”

- 윤석열 후보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했는데, 그때부터 이 대표 대타를 생각한 것일까. “당시 윤 후보가 신지예가 누군지도 모르고 사진 찍으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지예를 영입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니 이 대표가 답답해서 가출까지 했던 것 아닌가. 신지예 영입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이 대표는 죽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상필벌’이 명확하지 않고 성과보다는 의리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제가 당시부터 있었다.”

- 그렇지만 결국 윤 후보가 이준석을 끌어안고 가지 않았나.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품은 것이 사실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이 중재했다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결국 소수의견이었던 홍 시장의 뜻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이준석·홍준표가 통합한 것이었다.”

- 이준석 대표가 대선 당시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직한 것이 갈등에 영향을 미쳤을까. “당시 홍보본부장을 겸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이준석이 정치를 모르는 윤 후보 뒤통수를 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통 크게 양보한 것이다. 가장 말이 많았던 것이 ‘AI윤석열’과 댓글 공작을 잡는다는 ‘크라켄’이었다. 과거 자기들이 홍보비를 해먹었으니, 이번에 이준석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굳이 홍보본부장을 겸직해 오해받을 일을 만든 이준석도 책임이 있다.”

- 성상납 의혹으로 결국 이 대표가 물러나게 되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보나. “지난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좋게 생각한다고 해도 이상하다. 결국 이준석 대표가 김철근 정무실장을 보낸 것 자체가 문제다. 김 실장이 7억원 각서만 쓰지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다. 그런 사람을 쓴 것 자체가 이준석 대표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