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박정희 동상 건립 검토"... 민주당 시민단체 반발

2024-03-05     김혜인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 photo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 붙이고 그 앞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총선을 앞두고 독재자의 동상을 광장에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시민들을 모독하는 처사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역시 “흉물 논란에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홍 시장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5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구를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대구경북에서 기려야 한다는 주장은 홍 시장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 등이 주축이 돼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박동추)’를 출범하고 동대구역 광장이나 대구 시내 중심가인 반월당네거리에 동상을 세우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홍 시장은 지난 1일 “달빛철도 축하행사 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 업적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며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 업적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광주가 달빛동맹으로 힘을 합치고 있는 만큼 대구와 광주를 대표하는 두 정치 거목의 역사적 화해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과 관련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홍 시장의 주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어 실행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정희는 독재자로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역시 “홍준표 시장의 독선, 일방적인 행정 등이 여실히 드러나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 있을 것이라고 보이지만 이런 문제로 또다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나 지역사회의 갈등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 동대구역 광장이 박정희 광장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명칭을 바꾸고 동상을 세운다면 두고두고 흉물 논란에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시당은 “홍준표 검사에게 임용장을 준 것이 박정희가 총애했던 전두환인 것을 보면 결국 두 번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노선을 따라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대선을 준비하는 홍준표 시장의 향후 가도가 심히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