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초접전, 설욕전, 재격돌… 속모를 충청 민심 이번엔 어디로?

2024-03-15     설석용 기자

4년 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3%포인트 미만의 득표수 차이로 승패가 갈린 곳은 전국적으로 19개 지역구였다. 서울 2곳(광진을, 용산), 경기 5곳(남양주병, 성남분당갑, 성남분당을, 평택갑, 평택을), 인천 1곳(중·강화·옹진), 부산 3곳(남을, 북·강서갑, 사하갑), 대전 1곳(중구), 충북 1곳(증평·진천·음성), 충남 4곳(공주·부여·청양, 보령·서천, 아산갑, 천안갑), 경남 2곳(창원진해, 양산을) 등이다. 아슬아슬한 표 차이를 보였던, 그야말로 혈투가 벌어진 최대 승부처들이었다.

당시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전을 포함한 충청 지역이 6곳으로 가장 치열했던 지역으로 나타났다. 충청 지역은 “가장 속을 알 수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여야 모두 승부를 쉽게 점치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기존 현역 의원의 텃세가 작용하기도 하지만 중앙 정치에 대한 평가에 따라 쉽게 표심이 돌아서는 ‘무정한 민심’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 사는 한 50대 남성은 “충청도는 알다가도 모르는 동네 같다”면서 “개표 방송할 때 충청도를 가장 늦게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마 사람들 속이 잘 안 드러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3%포인트 미만 승부처 6곳

충청 지역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초접전을 벌인 곳은 충남 아산갑 지역이다. 당시 0.8%포인트 차를 보여 전국에서 서울 용산(0.7%포인트) 다음으로 혈전을 벌였던 곳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이 지역에 나설 후보들을 보면 이번에도 역시 충청에서 가장 핫한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구는 현역인 4선의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백의종군’을 선택하면서 무주공산 상태였다. 국민의힘에선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석 후보를 선발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두 번의 아산시장을 지낸 복기왕 후보를 내세웠다. 정치 경력으론 김 후보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지만 이명수 의원이 ‘원팀’을 구성해 내조를 하고 있고,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힘쎈충남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최근까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며 표밭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 진영인 복 후보는 지난 2004년 한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아산시장을 두 차례나 역임했던 만큼 이 지역에서 체급을 키워온 정치인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복 후보는 지난 21대 총선에도 출마했었지만 당시 이명수 후보에게 564표 차로 패한 바 있다. 비록 낙선했지만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지역에선 “이명수 후보가 뒤로 물러난 이번 선거에선 (복 후보가) 승산이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는 현역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과 민주당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세 번째 맞대결이 주목을 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공주 출생으로 지역에서 성장한 정치인들의 ‘끝나지 않는’ 대결이다. 박수현 전 수석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충남 공주에 당선됐지만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된 20대부턴 정진석 의원에게 자리를 내줬다.

정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충남 공주시·연기군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2005년 4·30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도 승리한 바 있다. 한 차례 비례대표를 더해 총 5선을 지냈고,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저력이 있다.

박수현 전 수석은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대변인과,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실 대변인을 맡는 등 줄곧 민주당과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왔다. 두 번이나 정 의원에게 졌던 박수현 전 수석이 이번 설욕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충남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천안갑에서는 현역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후보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이 둘 모두 4년 전 정치 신인으로 처음 총선에 출마해 1328표 차의 접전을 벌인 바 있다.

문 의원은 국회 입성 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그룹인 ‘7인회’이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보폭을 넓혀왔다. 핵심 친명계인 문 의원은 이번에 단수 공천을 받는 등 중앙당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신 전 차관 역시 폭넓은 방송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방부 차관으로서 체급을 키워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4일 ‘격전지 순회’ 첫 행보로 천안갑을 찾아 신 전 차관에 힘을 실어줬다.

충남 보령·서천 역시 두 번째 리턴매치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이 현역인 이 지역에선 민주당 나소열 후보가 나선다. 장동혁 사무총장과 나소열 후보는 지난 2022년 5·10 재보궐선거에서 맞붙었다. 당시 김태흠 의원이 충남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생긴 빈 자리에 도전했던 이 둘은 1583표 차로 운명이 결정됐다.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던 장동혁 사무총장이 이번에도 나소열 후보를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충북 증평·진천·음성에서도 경대수 전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현역인 민주당 임호선 의원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대수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19대와 20대 두 차례 당선됐지만 21대에 당시 임호선 후보에게 밀려나 자리를 내어줬다. 재선 의원이 정치 신인에게 패배한 셈이다. 오는 4월 총선은 임호선 의원에겐 ‘입지 굳히기’, 경대수 전 의원에겐 ‘재탈환’의 기회로 평가되는 만큼 사활을 건 혈투가 예상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2.1%포인트 차를 보인 대전 중구는 박용갑 전 중구청장이 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이은권 전 의원과 강영환 전 지방시대연구소장의 결선을 거쳐 본선 후보를 결정한다. 이 둘의 결선은 3월 15~16일 이틀 동안 진행되고 17일 결정된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현역인 황운하 의원과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였으나 패한 바 있다.

황운하 의원은 지난 2월 26일 지역에서 자객공천설이 나돌며 경합을 포기하고 민주당을 탈당했고, 이후 조국혁신당에 합류해 비례대표로 총선에 출마하기로 했다. 지역에선 황 의원이 조국혁신당에 입당했지만 대전 중구로 재출마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나중에 민주당으로 돌아갈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오가는 ‘무정한’ 표심

충청 지역 나이든 유권자들은 과거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충남 금산군에 사는 70대 남성은 “이 지역은 옛날에 자민련부터 시작됐다”면서 “김종필 총재 때 정치력이 어마어마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 세 번의 총선 결과를 보면 보수세가 강했던 충청 지역에서도 최근 들어 진보성향이 조금 더 강해진 분위기다. 19대 총선에서 충남은 보수정당이 7석·진보정당이 3석을 가져갔고, 충북은 보수정당 5석·진보정당 3석으로 나뉘었다. 대전은 보수 진보정당이 각각 3석씩 나눠 가졌다. 20대 총선의 경우 충남은 보수정당이 6석·진보정당이 5석, 충북은 보수정당이 5석·진보정당이 3석을 가져가 여전히 보수 우위였다. 당시 대전만 보수정당이 3석·진보정당이 4석을 차지했다. 대체적으로 보수정당이 우세했던 분위기는 21대 총선에서 변화가 생겼다. 당시 충남은 보수정당 4석·진보정당 6석, 충북은 보수정당 3석·진보정당 5석, 대전은 7석 모두 진보정당이 차지하는 등 진보성향으로 표심이 확연히 돌아섰다.

그럼에도 충청 지역은 여전히 뚜렷한 성향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좌우가 지리적으로 정확히 나뉘는 아래 지방과 달리 충청 지역의 성향은 일관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조사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41.9%)과 민주당(43.1%) 모두 40% 초반대를 기록하며 오차 범위 내에 들어와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40.2%로 양당의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