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의 탄도를 높여준 훈련
지난 2월 말 베트남 동계 훈련을 마친 이시우 코치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박현경”이라고 콕 집어 이야기했다. 박현경(24)이 늘 바라온 대로 체중 이동은 체중 이동대로, 중심은 중심대로 잘 잡고 칠 수 있게 준비됐다는 게 그 이유다. 그렇게 되면 비거리가 늘면서 탄도도 낮거나 뜨지 않고 적정 궤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현경은 지난해 10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2년 5개월 만에 우승했다. 그 사이 준우승을 9차례나 했다. 2021년 5월 크리스 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을 통해 통산 3승을 거둔 후 910일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9차례나 준우승을 하면서 내가 그렇게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 의심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현경의 지난해 성적을 살펴보면 우승 1회와 준우승 3회를 포함해 톱10에 11회 올랐다. 많은 기회를 우승으로 연결하지 못했던 부족한 2%는 무엇일까?
성적과 가장 직결되는 데이터는 기준 타수 안에 공을 그린에 올리는 그린 적중률이다. 파3홀에서는 티샷으로, 파4홀에서는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려야 버디를 잡을 기본 조건이 마련된다. 지난해 KLPGA투어 그린 적중률 순위는 김수지(78.18%), 성유진(75.92%), 최예림(75.08%), 이예원(74.87%), 이소영(74.00%) 순이었다. 그런데 박현경의 그린 적중률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53위(68.84%). 박현경은 이렇게 기준 타수 안에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도 파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리커버리율이 1위(66.66%)였다. 그 밖에도 벙커 세이브율 3위, 평균 퍼트수 4위 등 ‘설거지 능력’이 뛰어난 덕분에 상위권 성적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시우 코치는 “지금보다 비거리를 좀 더 늘리고 공의 탄도를 높이면 박현경은 훨씬 압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드라이브 샷 평균 거리 57위(238.30야드)였다. 드라이브 샷 거리를 5~10야드 정도 늘리면 아이언을 한두 클럽 짧게 선택할 수 있고 이는 그린 적중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박현경은 이번 동계 훈련기간 다운 스윙 때 왼발로 지면을 강하게 누르는 연습을 시작으로 체중을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한다.
이 훈련은 비거리와 탄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이 코치는 탄도를 결정하는 것은 ①머리 위치 ②다운스윙 시 래깅(lagging) 동작 ③하체 움직임 등 세 가지 포인트라고 했다. 머리 움직임이 지나치게 뒤에 있거나 앞에 쏠리면 공을 정확히 맞히기 어렵고, 팔이 일찍 풀리는 캐스팅 동작은 공에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하체 이동 없이 팔로만 공을 치면 공을 엎어치면서 땅볼이 나오게 된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심 밸런스’다. 박현경은 지난해까지 중심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왼발만 밀어서 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왼발로 지면을 누르면서 동시에 몸통을 회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코치는 “이 같은 연습을 통해 박현경은 비거리가 5~10야드 늘고 탄도도 조금 더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