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황상무, 비례공천이 불 지핀 '윤·한 갈등' 2라운드

2024-03-19     김연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종섭 주 호주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윤·한 갈등’ 2라운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도 당내 친윤(친윤석열)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여당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던 중 해외로 부임한 이 대사를 비롯해 ‘정보사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 수석의 거취를 두고 대통령실에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황 수석과 관련해서도 “황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말씀을 제가 이미 드린 바 있다”며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이어서 이틀 뒤인 3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더 민감해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소모적 정쟁으로 총선 앞에 다른 이슈보다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정리해야 된다는 필요성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여당의 이 같은 대응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대통령실은 전날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 주호주대사가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으며 황 상무 논란과 관련해서도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도 잡음이 터져 나왔다. 핵심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지고,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며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에서 온갖 궂은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들이 배려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은 더더욱 크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이라는 험지에서 보수의 기치를 들고 헌신해 온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의 배제와 후순위 배치도 실망의 크기가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두 번째 비례 공천을 받은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이 당선권에 포함되고,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주기환 광주시당 위원장은 당선권 밖인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 24번에 배치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주 전 위원장은 전날 당선권 밖에 배치된 것에 반발해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부와 관련해 당내 잡음이 나오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사천 프레임을 또 갖다가 씌우는데 지역구 254명, 비례 명단 중 단 한 명이라도 제가 추천한 사람이 없다”며 “제 친분을 가지고 들어간 사람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특정 인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친한’ 공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례대표 신청하신 분들을 친윤계나 친한(친한동훈)계로 ‘O, X’ 표시할 수 있는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기준에 의해 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당정 갈등이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정치는 진실 밖의 인식과 싸우는 건데 수도권 인식이 너무 심각하다”며  “대화를 통해 그 문제(비례대표 공천)를 풀 수 있다. 대통령실 면도 세우면서 당의 면도 세우고 서로 ‘윈윈’하는 당정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도 “지금이 어떤 때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선거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고 정말 우리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충돌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마포을 출마 지지를 놓고 사천 논란이 불거진 것도 당시 갈등 요인이 됐다. 이후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며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앙금이 이번에 다시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