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기본합의서 폐기 가능성”
정부가 북한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를 한 번 더 개최해 ‘남북기본합의서’를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 지우기에 나선 북한이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인 특수 관계’라는 합의사항까지 깰지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 당국자는 3월 28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 내 정치·군사·경제 동향을 설명하면서 “현재의 제14기 체제 하에서 한 번 더 임기를 연장해 회의를 열 수 있다”며 “회의에서는 헌법 개정과 남북기본합의서 파기를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상 임기 5년이 이미 만료됐거나 만료가 임박했지만, 북한은 아직 선거 일정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이 당국자는 “임기를 넘긴 이유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간의 정황을 볼 때 북한은 회의를 통해 대외적인 대남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남한)을 흔들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개최 시기를 4·10 총선이나 이후 임시국회 등 남한 일정을 고려해 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우리의 정치 일정을 보면서 북한은 회의 개최 시기를 저울질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헌법 개정과 관련 이 당국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바에 따라 통일 조항 삭제, 적대국 관계 반영, 영토조항 추가 등이 들어갈 것”이라며 “특히 영토조항과 관련해서 북한이 말하는 소위 ‘해상 국경선 선포’ 문제도 다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위원장이 말한 ‘두 국가’ 논리에 따라 외무성에 대남기구를 흡수하는 조직 개편이나 인사 발표가 있을 수 있다. 외무성 명의의 어떤 조치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정황상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확정은 아니다. 정부는 북한이 어떤 조치를 할 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예단하지 않고 상황을 계속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대남 노선 전환 선언 이후 ‘통일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 ‘통일역’ 명칭 삭제, 조선중앙TV의 ‘조국통일’ 문구 삭제, ‘통일거리’와 ‘통일시장’ 명칭을 각각 ‘락랑(樂浪)거리’와 ‘락랑시장’으로 변경, 판문점 통일각 현판 제거, 각지에 설치된 통일기념비 제거, 애국가 가사 변경 동향 등이 속속 포착됐다.
앞서 지난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0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규정, 북남경제협력 관련 합의서 폐지 안건이 상정돼 통과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연말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