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제3지대 독식? 득표율 3% 뚫을 당 몇 개나 나올까

2024-03-31     설석용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photo 뉴시스

오는 22대 총선의 비례투표 용지는 무려 51.7㎝나 된다. 역대 최장 길이다. 이번 비례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정당은 38개, 후보자는 총 253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새로 도입한 투표용지 분류기는 34개 정당을 표식한 46.9㎝까지만 자동 개표가 가능해 이번 비례대표는 수개표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46석밖에 되지 않는 비례의석을 노리고 총선에 뛰어든 비례정당들은 반드시 정당 득표율 3%를 넘어서야만 의석 확보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제3지대로 분류되는 개혁신당·새로운미래·조국혁신당 정도만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이 기준선 이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역구 후보를 낸 제3지대 정당들의 지역구 당선 가능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결국 이들 정당들이 비례의석을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하는 제도다. 전체 의석수 300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정당의 경우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조국혁신당 비례 15석 안팎 전망

이번 총선은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지역구 254석, 비례 46석으로 치러진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46개의 비례의석 중 정당 지지율 30% 수준을 보이고 있는 조국혁신당이 15석 안팎을 차지하고 국민의미래는 16석, 더불어민주연합은 12석 정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 외 5% 수준의 정당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1~2석 정도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여론조사는 본 선거 6일 전까지 공표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얼마든지 변동은 가능하다.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 뒤를 이어 가장 늦게 창당했지만 지지율은 가장 앞서고 있다. 이준석·이낙연의 빅텐트 무산 이후 제3지대가 시들해진 상태에서 등장해 지금은 거대 양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 세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의 기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특히 광주와 전라 등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호남 기반 제3당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조국혁신당의 돌풍과 관련해 지역구 출마 후보자를 내지 않은 것이 지지율 상승에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앞세운 선거 프레임에만 집중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성공해 ‘선명성’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당 슬로건도 “3년은 너무 길다”로 정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사하면서 강성 지지층들의 민심을 사로잡고 있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월 창당 과정에서부터 적잖은 바람을 예고했었다. 지난 2월 20일 미디어토마토가 공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례대표 투표는 어느 정당에 하겠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당시 ‘조국신당’은 9.4%를 기록하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40.3%)와 비례연합정당(29.6%, 더불어민주연합 전신)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등장할 때부터 이미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를 따돌리고 제3당으로 관심을 끌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국민의미래도 따라잡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지난 3월 26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에선 조국혁신당이 29.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의미래(28.1%)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연합은 21.6%에 머물렀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조국혁신당의 호남 지지세가 강해지면서 민주당과의 불편한 동행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보성향 정당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공략하는 유권자와 지역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보수 텃밭인 영남권과 강원도 등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지역이 사실상 모두 경합 지역인 셈이다. 조국혁신당의 바람이 거세질수록 민주당의 쓴웃음과 견제도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국혁신당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점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때와 맞물린다.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3월 2주 차에 지지율 상승이 멈추고 하락했다. 2월 4주 차부터 3주간 상승곡선을 보이며 전주에 43.1%를 기록했던 민주당 지지율은 이때 40.8%로 2.3%포인트 내려앉았다. 특히 광주와 전라도에서 13.9%포인트나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조국혁신당이 광주·전라 등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을 제치면서 압도적 지지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폴리티컬소셜클럽 ‘셀럽’ 윤재광 이사는 “확실히 이번 총선의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자 심판이다. 조국혁신당이 이렇게 선전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심판론에 대한 선명성 때문이고, 그걸로 (조국혁신당의 상승세에 대한) 설명이 되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때 더불어시민당에서 당선된 조정훈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이탈했던 선례가 있지 않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런 학습 효과가 있어서 차라리 윤석열 심판에 대한 선명성이 더 짙은 조국혁신당 쪽으로 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결국에는 사표 방지 심리다. 유권자는 ‘내가 뽑은 후보, 내가 뽑은 정당’이 당선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의 기조로 당선이 확실한 쪽으로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낙연·이준석당과 조국당의 차이는?

한편 선거 초반 관심을 끌었던 이준석·이낙연 진영은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둘의 빅텐트론이 무산되면서 뚜렷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게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2030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예상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유권자 평균 연령이 35세 이하라는 경기 화성을 지역에 출마했지만 여전히 고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공영운 후보가 과반에 육박하는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준석 대표는 지지율이 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부진은 개혁신당 전체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역시 호남의 지지를 기대하며 광주 광산을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현역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압도적인 지지율에 눌려 참패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민형배 의원의 지지율은 57%, 이낙연 대표는 13%를 기록해 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광주 출마로 호남 돌풍을 기대했지만 미풍도 불지 않은 모습이다. 기존 민주당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새로운미래로서는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