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공연 1주일 앞두고 티켓 판매 중단, 세종문화회관의 이례적 행보 논란 

2024-04-10     설석용 기자
세종문화회관 전경. photo 게티이미지

세종문화회관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공연을 일주일 앞둔 상태에서 공연 티켓 판매에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미 외교부가 공연비자를 발급해 볼쇼이 발레단원들이 4월14일 입국할 예정이어서 공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러시아와의 외교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한국 에이전시인 발레앤모델은 '발레앤모델 슈퍼콘서트 2024 in 서울'을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홍보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볼쇼이 공연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해 공연 제목에 '볼쇼이'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 공연에는 볼쇼이발레단 소속 수석 무용수와 지휘자가 대거 참여할 예정이었다.    

에이전시 측과 대관 계약을 맺은 세종문화회관도 공연 티켓 판매를 준비 중이었다. 지난 4월 9일 오전 9시 14분경 세종문화회관 공연 티켓 담당자는 이번 공연 입장권 검인신청에 대해 전산 대관시스템을 통해 최종 승인을 했다. 공연이 일주일 남짓 남아있는 터라 발레앤모델 실무자와 티켓 담당자는 이날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 관련 미팅도 진행했다. 

실제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는 공연 관련 내용과 함께 티켓 예매 오픈이 '2024.04.04.(화) 14:00'라는 일정도 올라와 있었다. 발레앤모델은 "이날 오전부터 티켓 사전 예매를 위한 문의전화가 빗발쳤다"고 오전 상황을 전했다. 다수의 블로그를 통에서도 이 화면이 캡처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9일 오전 9시 14분 세종문화회관 담당자는 '발레앤모델 슈퍼콘서트 2024 in 서울'의 입장권 검인신청에 최종 승인을 했다가 오후 12시 18분 승인대기로 상태를 변경했다. photo 세종문화회관 온라인 대관시스템 화면 캡처 (발레앤모델 제공)

하지만 이날 오후 12시 18분쯤 세종문화회관 티켓 담당자는 전자 대관시스템에서 입장권 검인신청에 대한 상태를 '최종 승인'에서 '승인대기'로 갑자기 변경했다. 이 무렵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선 이 공연 티켓 예매 일정도 사라졌다. 발레앤모델은 "이때부터 세종문화회관 담당자들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공연 티켓 판매처인 티켓링크와 인터파크는 이날 오후 1시 40분경 세종문화회관으로부터 '발레앤모델 슈퍼콘서트 티켓 예매 링크를 내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발레앤모델 측은 세종문화회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공연 주관 에이전시 측에는 통보하지 않고 티켓 판매처에만 티켓 판매 중단을 공지한 것이다. 

현재 발레앤모델과 소통을 하고 있던 세종문화회관 실무자들 모두 전화를 받지 않고 어떠한 통보나 해명도 없는 상태다. 지난 8일 저녁 발레앤모델 측에 "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 실무 논의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던 대관 담당 팀장도 발레앤모델 측은 물론 기자의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도  받지 않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당초 티켓 오픈은 최종 결정된 사항이 아니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문화회관 홍보팀장은 주간조선에 "발레앤모델 측 공연내용 변경 요청으로 행정절차 등에 의거해 대관심의를 준비하던 중 발레앤모델이 대관계약을 이행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원 판결에 따라 관련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에서는 사안의 시급성으로 금주 중으로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의 이런 해명에 대해 공연 에이전시 측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발레앤모델에 따르면, 자신들이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시점은 지난 4월 4일로 세종문화회관은 다음날인 5일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았다. 가처분 신청을 인지하고 있던 5일부터 9일 오전까지 세종문화회관 측은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실무자는 입장권 판매에 대한 최종 승인까지 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이 또한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사항이지, 발레앤모델 측에 통보된 바는 없다.

발레앤모델의 가처분 신청 내용의 요지는 '공연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최준석 발레앤모델 대표는 이에 대해 "당초 계획했던 공연 내용과 제목들을 변경한 것은 해외공연 유치 때 빈번이 일어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인데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변경에 대해 재승인 절차를 언급하면서 시간이 지체돼 공연을 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것"라고 설명했다. 

당초 발레앤모델은 공연 명칭을 '볼쇼이 발레단 갈라콘서트 2024 in 서울'로 했다가 '발레앤모델 슈퍼 발레콘서트 2024 in 서울'로 변경하겠다고 신청했다. 러시아의 상징성이 드러나는 볼쇼이 명칭을 빼고 민간 문화 교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고 세종문화회관도 이를 승인해줬다. 

또 이 공연에 대해 해외 공연팀의 내한공연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승인도 받았고, 외교부가 이미 비자도 발급해준 상태여서 관련 승인 절차를 모두 제대로 밟았다는 것이 발레앤모델 측의 입장이다.

최 대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어를 당초 공연 제목에서 뺀 것이고 이를 세종문화회관이 승인까지 해줬지 않나. 공연 무용수들 라인업과 관련해서도 당초 계획 보다 배경 인원들이 줄었지만 수석 무용수들, 즉 볼쇼이 주역들은 더 보완이 됐기 때문에 질적으로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자기 티켓 판매를 중단한 이유를 알려주지도 않고, 그쪽(세종문화회관) 직원들 다 전화를 안 받아서 답답하다"면서 "볼쇼이 발레단 측에서 더 많은 수석 무용수 라인업과 두 번의 갈라 콘서트를 통해서나 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프로그램과 수석 지휘자까지 참여시켰는데, 공연을 못하게 된다면 대단히 큰 외교적 실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세종문화회관 실무 담당자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은 없었다. 

한편, 발레앤모델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은 이번주  내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더라도 물리적으로 티케팅 개시 시점은 빨라야 오는 12일(금) 또는 15일(월)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오는 16일(화) 예정된 공연의 티켓을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나 이틀에 불과해진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3000석 규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