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바람’은 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불까
지난 2월 13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부산에서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폭발적 지지세가 만들어질 거라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법리스크를 안은 그의 정치 입문 자체가 더불어민주당을 불편하게 하는 선택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민주당 내 통합비례정당을 추진하던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의 박홍근 민주당 의원(추진단장)은 조국 전 장관의 정치 참여를 두고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시킬 것이다.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22대 총선에서 조 대표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정치의 영역에 성큼 들어섰다. 사법리스크를 안은 대학교수 출신 행정가가 선출직의 꽃인 국회로 입성하는 극적 반전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의 득표는 687만여표로 무려 12석을 얻었다. 성공한 비례정당을 만든 셈이다. 이 때문에 이미 총선 과정에서 대선 관련 질문도 받았다. 잠룡으로 인정받은 모양새다. 다만 그는 “나는 대선에 나갈 자격이 없다”며 임박한 총선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년은 최선을 다 하겠다”는 조국
조 대표는 2022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가불선진국’에서 스스로를 뗏목에 비유했다.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세간의 주장에 대해 스스로를 “강이 아니라 강을 건너기 위한 뗏목”이라고 했다. 자신을 수단화한 정치적 수사였다. 조국혁신당도 그런 시선을 받는다.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만든 정당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게다가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있다. 이미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 판결을 받게 되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 사실상 ‘조국’이라는 브랜드가 절대적인 당이기에 존속을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반면 당을 만들면서 조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최소 10년은 여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안 야당으로서 오래 끌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실제로 인재 영입에서도 전문가 집단을 속속 끌어들이며 당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지낸 박은정 검사,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을 진행했던 신장식 변호사, 외교안보에 능통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 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낸 김선민 전 원장 등을 영입했고 이들은 모두 당선권에 배치됐다. 영입 인사들의 면모만으로도 그들이 어떤 의제를 국회에서 다룰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알고 보면 그는 ‘200석’이라는 의석수를 먼저 언급했던 사람이다. 그가 야권 200석을 원했던 이유는 개헌 때문이다. 그는 개헌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에서 열렸던 북콘서트에서는 그의 개헌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국민에게 200석을 달라고 할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윤석열 정권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두 번째는 그 방법으로 개헌을 하기 위해서다.”
당시만 해도 조 대표가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기 전이었고 야권 200석이라는 언급 자체가 현실가능성이 떨어졌기에 허무맹랑한 목표로 취급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를 곁에서 지켜봤던 한 인사는 “조 대표는 개헌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민정수석 때 권력구조 등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을 공개했을 때도 그 초안의 기틀을 본인이 잡은 것으로 안다. 당시 개헌안에 관한 설명도 조 대표가 직접 했는데 왜 법제처장도 있는데 민정수석이 나서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야권이 200석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개헌정국은 열리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조국혁신당은 의석수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3년은 너무 길다”며 선명한 구호를 가지고 국회에 입성한데다 여기에 동의해 던진 유권자의 표는 민주당이 획득한 정당 득표와 맞먹는다. 국회에 입성하면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약속한 ‘한동훈 특검법’도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선명성과 정권 투쟁을 앞세워 당선이 된 만큼 윤석열 정부에 ‘충격’을 줄 법한 수단을 속속 등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와 조국혁신당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21대 국회처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요건인 180석 확보를 위해서는 조국혁신당의 조력이 필요하다. 조국혁신당 역시 법안 통과를 위해서 민주당과 전략적 연대는 필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조국혁신당을 ‘우군’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조 대표 역시 이 대표와 민주당과의 관계를 협력적인 연대 관계라고 본다. 민주당 내 한 친문 인사는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을 정권과 맞서는 본진으로 보고 있다. 조국 대표도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에 필요한 리더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크게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1호 법안 ‘한동훈 특검법’도 준비 끝나
다만 조국혁신당의 선명성은 민주당에 부담이다. 선명하다는 건 그만큼 이슈 메이킹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칫 조국혁신당이 이끌고 민주당이 끌려가는 모양새가 염려스러울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는 것) 현상이 큰 바람을 일으키자 “좀 과도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과거 비례 투표에서 정의당 등을 찍는 전략적 교차투표 정도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민주당 위성정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여론조사에서 기록했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이 내건 선명성과 기동성 등에 민주당이 재빨리 대응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해 생기는 지지자들의 이탈 등은 예상가능한 숙제다.
특히 이번 비례 투표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은 756만여표를 얻어 687만여표를 얻은 조국혁신당을 전국 단위에서는 앞섰지만 부산의 경우는 달랐다. 오히려 41만여표를 얻은 조국혁신당이 38만여표를 얻은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 부산은 민주당 대권의 요람으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다. 게다가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곳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국혁신당은 비례 득표에서 선전한 셈이다. 여기다가 민주당의 본진 격인 광주와 전남·북에서도 비례 득표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 이 차이가 어떤 긴장을 낳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