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ㆍ윤대전’ 2라운드, 추미애는 박병석·김진표와 다를까?
4·10 국회의원선거 경기 하남시갑에서 당선되며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장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추윤(추미애·윤석열)대전’ 2라운드를 예고했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의 갈등에서 사실상 판정패하면서 현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여소야대 국면이 심화된 상황에서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으로 언급되는 추 전 장관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따져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정부에 대한 국회의 거센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야권 내에서는 특검법과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강경한 국회의장과 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 탄생할까?
22대 국회를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차기 국회의장직 선출 구도가 최다선(6선)인 조정식 사무총장과 추 전 장관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회의장 임기가 2년인 만큼 두 사람이 전·후반기를 나눠 맡을 가능성이 크다. 추 전 장관이 의장이 되면 76년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하게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여 강경파’인 추 전 장관을 국회의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치권에서는 영수회담으로 협치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추 전 장관이 의장이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추 전 장관이 상반기 국회의장이 되면, 그는 2020년 ‘추윤갈등’ 국면 이후 4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악연을 이어가게 된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행정부 수장인 윤 대통령과 예산안 시정연설 등 주요 행사 때마다 얼굴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후임인 추 전 장관과 맞서다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두고 사퇴, 정계에 입문해 곧바로 대권가도를 걸었다. 당시 법조계와 정계에서는 추 전 장관이 ‘윤석열 때리기’ 행보를 이어간 덕에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게 판사 사찰 의혹과 감찰 방해 등의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청구했지만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부적절’ 의결, 서울행정법원의 직무정지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등으로 사실상 판정패했다.
그러나 ‘추윤대전’ 2라운드에서는 추 전 장관이 우위에 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운영 기조 변화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171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여야 협치보다는 정권 심판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추윤대전’ 2라운드에서는 윤 대통령이 야당이 장악한 국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협치라는 것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 쇄신이고 개혁이다. 쇄신과 개혁은 힘이 있을 때 하는 거다. 힘이 없을 때 어떻게 쇄신과 개혁을 하겠느냐. 그건 굴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3년간 여야는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며 “야당은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고, 못 끌어내린다 하더라도 정권 교체 이후 보복전에 들어갈 거다. 그런 것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 빚이 없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됐던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판정패’했던 추미애의 강공 드라이브 예고
“지난 국회에서 절충점을 찾으라며 개혁입법이 좌초되거나 의장 손에서 알맹이가 빠져버리는 등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추 전 장관은 제21대 국회에서 전·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전 의장과 김진표 의장을 에둘러 비판하며 선명성 부각에 나섰다. 민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두 사람은 여야 합의·중재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법 제20조 2는 ‘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해 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박병석·김진표 의장 체제에서 개혁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먼저 박 전 의장은 2021년 8월 민주당이 추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며 직권상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김승원 민주당 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말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개XX)”라고 썼다.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권한을 가진다. 다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직권상정의 요건이 제한돼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박 전 의장은 2022년 4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내걸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제동을 걸고 중재안을 제안했는데 이는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들의 불만을 샀다. 정봉주 전 의원은 친명(친이재명)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장 선출에 당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수박(No More Watermelon) 서명 운동’도 추진했다. 박 전 의장을 소위 ‘수박’으로 평가한 셈이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으로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이라는 뜻의 은어다.
이에 21대 하반기 국회를 이끈 김진표 의장은 국회의장 출마선언에서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며 당파성을 드러냈다. 의장 선출 직후에는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 민주당 동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해 중립성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 의장 역시 지난해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을 진행하면서 ‘수박’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임기 마무리를 앞둔 지난 4월 16일에는 기존 법제사법위원회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 지지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려는 상황에서 법사위의 힘을 빼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자가당착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현재 여당이 차지하고 있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법사위는 17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인데다,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특검법과 사법개혁 입법을 소관한다. 그간 상호 견제 차원에서 여야가 국회의장직과 법사위원장직을 나눠 맡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특검법 재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사위를 양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도 총선 유세 과정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법사위원장 하나 국민의힘이 차지하니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다 봉쇄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민주당 관계자는 “법사위원장은 원래 야당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이례적으로 (21대 국회 전반기) 여당일 때 민주당으로 가지고 온 원죄가 있다. 때문에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줘야 했다. 우리 논리가 ‘여당이 맡는 게 맞다’고 해서 여당이 가져간 거다. 그래서 우리가 야당이 된 상황에서 다시 가져올 만한 논리적 근거가 없었다. 자가당착을 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때는 이례적인 경우고, 원래는 (관례상 야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