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 두고…“정무형 기대감”VS“친윤 일방통행”

2024-04-22     김연진 기자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여당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반응이 갈리고 있다. ‘정무형’ 비서실장에 대한 기대감과 친윤(친윤석열)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가운데 정 의원이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수도권 5선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책형 비서실장인 김대기·이관섭 실장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며 새 비서실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사실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정책형보다는 정무형이 돼야한다고 예전부터 말했다”며 “대통령이 ‘정치하는 대통령’을 표방한 이상 정치·정무형 비서실장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정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낙점이 이뤄지지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우리 당이 무너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당대회로 뽑힌 당대표를 대통령의 지시로 내쫓은 것과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을 급조해 대통령의 사당으로 만든 것”이라며 “그 두 가지를 모두 주도한 사람이 바로 정진석 의원”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선거 승리로 이끈 당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저격을 시작했고 유상범 의원과 윤리위 징계를 조종한 듯한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며 “결국, 윤심이 곧 민심이라는 희대의 망발로 국민의힘을 용산의힘으로 사당화했다. 그 결과 우리는 또다시 기록적인 패배(부산의 박모 의원의 표현에 의하면 승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 주역인 정진석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결국 지난 2년처럼 일방통행을 고집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한때나마 변화를 기대했던 제가 미련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에서도 이번 비서실장 임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정진석 비서실장을 임명하신 것을 보니 아직도 정치하는 대통령 하실 생각이 없으신 듯 하다”며 “윤 대통령은 친윤계를 빼고는 쓸 인물이 없나”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정진석 비서실장은 친윤 핵심인사로 그동안 국민의힘이 용산 대통령실의 거수기로 전락하도록 만든 장본인의 한 사람”이라며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은 불통의 국정을 전환하라는 국민 명령을 외면한 인사라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4·10 총선 민심을 거스르는 인사다. 이번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고서, 국정운영 실패에 작지 않은 책임이 있는 정진석 의원을 다시 중책에 기용하는 것을 보니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대통령 주변과 국민의힘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민주당은 물론 조국혁신당과 마주 앉아 대화하기 부적절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당심과 민심이 괴리돼 있지 않다’며 당심 100%를 밀어붙인 사람이 정부 실패에 굉장히 큰 책임이 있다”며 “이런 사리 판단마저도 안 되는 사람이 비서실장이 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 의원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바람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의원은 오랜 기자 생활과 국회의원 생활을 하며 언론인과 자주 이야기한 인물”이라며 “특히 5선을 지냈다는 건 유권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 역시 이날 소감을 발표하며 “(나는) 비교적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한 사람이다”며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