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처럼 똑바로 멀리 치려면

2024-04-26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오른손 한손으로 백스윙 톱을 만들고 나서 왼손을 함께 잡는 연습을 하면 일정한 백스윙 모양을 만들기 쉽다. photo 민학수

‘한국 골프의 기대주’ 김주형(22)을 미국 현지 언론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이 대단한 선수라고 높게 평가하게 된 계기는 2022년 8월 열린 윈덤챔피언십이었다. 당시 김주형은 1라운드 1번 홀(파4)에서 4타를 잃는 쿼드러플 보기로 시작했다. 파4홀에서 4타를 잃었으니 주말골퍼들이 속칭 ‘양파’라고 부르는 참담한 점수로 대회를 출발했지만 끝내 어려움을 이겨내고 PGA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PGA투어가 1983년부터 매 홀의 성적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이상의 부진한 성적으로 출발하고도 우승한 선수는 김주형이 최초였다.

김주형의 영어 이름 ‘톰 킴(Tom Kim)’은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목표를 이뤄내는 정신력을 상징하게 됐다. 김주형의 ‘양파 우승’ 이후 불과 3주 만에 비슷한 기록이 이뤄졌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에서 1라운드 첫 홀을 트리플 보기로 시작하고 나서 우승까지 차지한 것이다.

매킬로이는 2번 홀에서도 보기를 기록해 우승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매킬로이도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나흘간 17타를 줄이며 투어 챔피언십 역사상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런 매킬로이가 “타수 차이가 많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골프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김주형이 윈덤 챔피언십을 쿼트러플 보기로 시작하고 우승했던 게 떠올랐다”고 말하면서 김주형은 불굴의 정신력을 지닌 선수로 깊게 각인됐다. PGA투어는 “1983년부터 2022년 7월까지 1700개가 넘는 대회를 치르는 동안 트리플보기 이상의 성적으로 대회를 시작해 우승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8월에만 두 차례나 일어났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주형이 잠시 점수를 잃더라도 바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한 것은 정신력과 함께 골프의 기본이 탄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주형은 평균 300야드의 드라이버에 70%에 이르는 페어웨이 적중률을 지니고 있고,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홀에 붙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주형이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시우 코치의 설명이다. 이시우 코치는 김주형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 3년 넘게 함께했고 지금도 국내에 올 때면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가까운 사이다.

“김주형이 정확한 샷을 구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몸통 회전에 있다. 백스윙 때 등이 목표 방향을 바라볼 정도로 상체를 확실하게 돌려주면서 김주형은 똑바로 멀리 치는 정교한 샷을 갖게 됐다. 김주형도 국내에서 뛰던 시절 백스윙 때 몸통 회전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 몸통이 아닌 손으로 스윙해 샷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몸통 회전이 원활해진 뒤로 샷 정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백스윙 때 상체 회전이 중요한 이유는 큰 근육을 이용해 스윙의 정확도를 높이고 손의 개입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주말골퍼들은 어드레스 자세에서 손과 팔만 돌리고는 백스윙을 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다운스윙도 팔로만 하게 돼 정확성도 떨어지고 힘도 실어주지 못한다. 이 코치는 “평소 가슴과 등은 확실히 돌려주는 몸통 회전을 하고, 오히려 백스윙 톱은 일정하게 반복할 수 있는 편안한 위치까지 하면 스윙의 정확성과 파워가 몰라보게 향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