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반일 아닌 외국인 혐오 커지는 中

2024-09-11     이한나 기자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행 승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PHOTO 뉴시스

최근 중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유명 관광지인 청나라 때 황실 정원 원명원에서 일본인 관광객 2명이 봉변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7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인물에 따르면 숏폼 플랫폼에서 3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왕훙 ‘아인(亞人)’은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막말하는 영상을 올렸다. 

일본인 여행 가이드가 아인에게 사진을 찍게 조금 비켜달라고 요구하자 아인은 이를 거절하면서 “당신들 일본에서 왔나. 방금 일본어를 들었는데 일본인 맞느냐”고 물었다. 이어 일본인이라는 답을 듣자 아인은 “나보고 일본인을 위해 비켜달라고 하는 거냐”고 화를 냈다. 가이드가 “부탁도 못 하냐”고 되묻자 “여기 원명원에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원명원에는 1860년 외국 군대가 파괴한 유적지가 남아있다.

이 같은 소란에 관리소 직원이 등장했지만 아인을 막지않고 되려 더 거들었다고 한다. 관리소 직원은 “(일본인은) 못 들어온다. 일본인들 증오한다. 그놈들 치워버리는 거 나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환구인물은 중국 누리꾼들이 ‘사진 촬영을 이유 없이 막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대국 이미지를 훼손한다’ 등의 반응이라고 한다. 게다가 왕훙의 아이디인 ‘아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에 미국 유학 중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결국 ‘아인’은 계정에서 수백 개의 동영상을 빠르게 삭제했다.

환구인물은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과거 일본인 인플루언서가 중국인 관광객들을 ‘뇌 없는 애국자’라며 조롱한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일본인만이 범죄 대상이 된 건 아니다. 지난 3월 쓰촨성에서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네덜란드 기자 2명이 폭행당했고, 지난 6월에는 중국 지린시의 한 공원에서 중국인 남성이 미국인 대학 강사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도 있었다. 같은 달 중국 장쑤성에서는 흉기를 든 남성이 일본인 학교 버스를 기다리던 여성과 아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우발적 범죄”라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런 우발적 범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공인된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