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서 빼라”… '노벨상' 한강에 시비거는 학부모 단체

"채식주의자는 유해매체" 성명 낸 '전학연'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공문으로 권고한 유해도서 2500권 지정 및 폐기와 연관

2024-10-23     이용규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문학실에 마련된 한강 특별서가를 찾은 시민이 한강 작가의 책을 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이 22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학교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학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 대부분은 실제 작품의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소식만으로 대단히 기쁜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이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려는 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성명서에 동의하는 서명은 22일 오후 7시를 기준으로 1만여 명, 195개 단체가 서명한 상태다.

전학연은 또 성명을 통해 지난 17일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에게 “’채식주의자’를 끝까지 읽어보았는지, 자신의 미성년 손자·손녀가 있다면 과연 필독도서로 추천하고 싶은지” 공개적으로 질의하겠다고 밝혔다. 전학연은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조전혁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 있었다.

해당 단체는 지난해 9월 또다른 보수 시민단체 옳은가치시민연합 등과 함께 “전국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음란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고 성명서를 냈었다. 경기도교육청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 ‘성 관련 도서 폐기를 권고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해당 공문으로 각급 학교에서 폐기된 책 가운데 ‘채식주의자’가 있었던 사실이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기도 했다. 당시 경기도 교육청의 공문에는 전학연의 성명서를 다룬 인터넷 기사의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러한 조치로 도내 각급 학교에서 폐기된 책은 2천500여 권에 달한다.

이에 대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채식주의자’는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 있는 작품”이라면서도 “(책의 몇몇 부분은) 학생들이 보기에 저도 좀 민망할 정도”라고 언급했다. 해당 소설에는 형부와 처제 간의 성관계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