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혁 국힘 최고위원 “김 여사 잘못 없다면서 특검 시 탄핵 우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지 약 한 달 만에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지난 10월 21일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하자며 제시한 ‘3대 요구안(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의혹규명 협조)’을 모두 거부했다. 더불어 한 대표 측에서는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를 홀대했다는 불만도 새나왔다. 수직적 당정 관계를 전환하기 위해 독대를 요청했으나, 이번 면담에서 당정관계를 상하관계로 보는 윤 대통령의 인식을 재차 확인했다는 것.
면담을 계기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윤 대통령은 면담 직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초청해 대통령실 참모진과 만찬을 가졌고, 한 대표는 면담 다음 날 친한(친한동훈)계 인사 22명과 긴급 만찬 회동을 하며 상황을 공유했다. 지난 10월 23일 주간조선과 만난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친한계 회동에서 “‘대통령실에서 당을 너무 홀대한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백약이 무효다, 고쳐나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전날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결과를 예상했는지. “획기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은 했다. 면담 준비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독대 아닌 면담이다’라고 하고, ‘비서실장이 있어야 한다. 2 대 1로 해야 한다’ 이런 요구들을 계속 하셨다. 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날 때처럼 원형 테이블에서 만나는 것이냐’ 했더니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해서 흔쾌한 마음으로 만나시는 게 아닌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의도적으로 홀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연출한 느낌이 많았다.”
-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면담 사진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왔다. “대통령이 두 팔을 책상 위에 얹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씀하고 계시고, 나머지 두 사람은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의 사진을 내보냈다. 그렇지 않은 광경도 많았을 텐데 굳이 그 사진을 내보낸 것은 ‘누가 우위에 있는지 보여주겠다’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대통령이 국가수반이고 그 권위는 존중받아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꼭 그런 식으로까지 노출하려는 의도에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 윤 대통령이 면담에서 “여당 의원들이 생각이 바뀌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동의한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답변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나.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굉장히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현재 특검법을 막고 있는 것은 우리 (여당)의원들이다. 대통령 본인의 부인 문제로 의원들이 그렇게 애쓰고 있는데 남 이야기 하듯 말하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이다. 더불어 (지난 10월 22일) 부산에 가셔서도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하셨는데, 국민들로 하여금 ‘당신만 잘나고, 우리 국민들은 틀렸다는 이야기냐. 그러면 내가 돌 던져본다’ 하는 반감을 갖게 할 수 있는 발언이다.”
- 인적쇄신 요구에 윤 대통령이 “구체적 문제 있어야 조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남동 라인’의 실체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 정황들이 있었나. “이미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됐지만, 예를 들어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은 어마어마한 이야기지 않나. 그것을 대통령의 비서관이 새벽에 언론에 풀(전달)을 해 기사가 크게 났고, 비서실장이 와서 ‘그런 사실이 없다. 아니다’ 했는데, 그 비서관이 다시 ‘맞다’고 뒤집었다. 어떻게 비서실장 위에 비서관이 있을 수 있나. 도대체 뭘 믿고 그런 이야기를 하나. 더 이상한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근무한다는 거다. 정상적이라면 징계를 하고 잘릴 일 아닌가. 음주운전을 해 문제가 된 행정관도 짧은 징계를 받고 계속 근무하고 있고, 어떤 비서관은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데도 한국관광공사에 간다고 (사장 내정설) 기사가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해 한 대표는 ‘옳지 않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보다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나. 만약 특정 인물들을 찍어 문제를 말하면 그거야말로 인사개입이 될 수 있다. 인사는 대통령이 하시는 거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라고는 할 수 있어도, 각 개인에 대해 비리 혐의를 제시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 검찰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불기소 결정을 내렸음에도 ‘의혹규명 협조’를 3대 요구 중 하나로 내세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당장 명태균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얘기가 쏟아지고 있나. 그런데 아무런 해명이 없다. ‘옛날에 그냥 알고 지냈다’지만 그가 지금 여사의 힘으로 공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위사실이면 소송을 걸고 문제를 제기해야 되지 않나. 그 밖에 여사를 둘러싼 다른 논란들도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다. 핸드백과 관련해서도 ‘사과할 수 있다’고 하다가 안 했고, 도이치모터스 건도 불기소처분됐다고 해서 국민들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건 아닐 거다. 검찰도 비판받고 있지 않나. 그러면 그에 대해 나름대로의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
- 일각에서는 여사 리스크를 방어하지 못하면 야당이 정부·여당을 집어삼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 전제는 김 여사가 특검을 받으면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정도의 불법 행위를 했다는 거다. 그런데 그를 인정하나? 인정하지 않잖나. 그리고 설사 여사가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게 왜 대통령이 탄핵당할 일인지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탄핵은 대통령이 헌법상의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지었을 경우 소추가 되고 문제가 되는 거다. 지금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은 (사실로 확인되면) 문제가 될 수 있고,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걸로 대통령 탄핵을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김 여사를 문제 삼으면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주로 친윤그룹에서 이야기한다. 친윤계는 ‘여사가 아무 잘못을 저지른 게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사가 특검을 받으면 대통령이 탄핵될 거다’라고 한다. 논리적인 모순이다.”
- 당과 용산의 입장차가 커 보인다. 김 여사 리스크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방향전환은 어려울 것 같은데. “어렵더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는 굉장히 힘들어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여사와 관련된 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다음 선거, 지방선거든 대선이든 그나마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누구는 ‘2년 반이나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 차별화하느냐’고 하지만, 오래 남았기 때문에 빨리 고치자는 거다. 빨리 고쳐 나머지 2년 반이라도 제대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거다.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1년쯤 남았을 때 ‘나는 윤석열과 달라’ 하며 차별화를 하라는 것은 아주 비겁한 정치 공학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다.”
- 일부 김건희 여사 지지자들은 한 대표 주변인의 면면을 문제 삼으며 ‘보수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김건희 여사는 ‘우리 남편은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 ‘나는 솔직히 우파를 믿지 않는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하셨다. 심지어 용산에서 박영선씨를 국무총리로, 양정철씨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사면복권시켰다. 저희는 (김경수 전 지사) 사면복권을 강력하게 반대했고, 지금 민주당에 대해서도 공격하고 있는데 무엇을 근거로 ‘보수냐 아니냐’ 하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보수를 분열시키고 궤멸시키는 것처럼 행동하는 분들이 있다. 국민과 당의 압도적인 지지로 뽑힌 당 대표에게 ‘정체성이 어쩌네’ ‘이데올로기가 의심스럽네’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