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꿈쩍않는 정부, 분열하는 의료계

2024-10-28     이황희 기자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 모습.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회 모두 여야의정 협의체에 불참 의사를 밝혀 의정갈등 해법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photo newsis

의대증원 관련 대정부투쟁의 양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임원진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한밤 카톡 설전’을 벌인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중환자와 현장 의료진의 고통이 극심한 상황인데 양대 핵심 단체인 의협과 대전협 집행부가 싸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법정 단체이고, 박 위원장은 대전협 대표로서 의협 집행부 내 당연직 정책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단 위원장은 지난 24일 의협 임원진 카카오톡 단체방에 그날 보도된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올렸다. 임 회장이 최근 의사 전용 익명 게시판에 본인의 공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의사회 A 이사에게 고소 취하 명목으로 “5만원권으로 현금 1억원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해당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의협은 "실제로 돈을 내놓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잘못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단톡방에 “임 회장님, 현금 요구가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의사협회 측 자문위원(변호사)은 “기사 속에서 의혹 제기한 인물은 임 회장에 대한 허위 (공금 횡령) 글을 쓴 가해자”라며 “가해자의 변명을 가져와서 피해자에게 답하라는 것은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협 임원들도 “박 위원장은 대전협이 받은 전공의 성금 4억원에 대한 감사 자료나 의협에 제출하라”며 “전공의 대표로서 의료 갈등에 대한 대책이 없는 박 위원장이 모함 피해자인 임 회장에게 입장을 밝히라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당사자인 임 회장에게 물었다”며 재차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한 의협 임원은 “임 회장을 탄핵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서 내년 1~2월 정부와 협상을 한 뒤, 3월에 전공의 복귀를 시도한다는 시나리오가 있다던데 사실이냐”며 “대안도 없이 임 회장을 탄핵시키면 (의정 갈등) 사태가 해결되느냐”고 반박했다. 최근 의협 대의원 103명은 임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설치를 논의하는 임시 대의원 총회를 다음 달 열기로 의결했다.

사직 전공의 출신인 임진수 의협 기획이사도 박 위원장을 향해 “전공의와 의대생의 미래를 볼모로 잡고 내부 정쟁에 골몰하는 이런 지저분한 짓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은 “당사자는 끝까지 말이 없군요”라고 썼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탄핵 위기에 몰린 임 회장 측과 반대파의 대립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임 회장의 탄핵 가능성을 일축하며 "현재 상황에선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임 회장 이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 회장 교체는 오히려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입장을 표했다. 

한편 의협은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물론 정부 의료 인력 추계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22일 여야의정 협의체에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가 참석 의사를 밝혔을 때도 의협은 “현 시점에서 참여가 어렵고 우려 속에서 응원하겠다”는 애매한 입장만 내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