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몽규에 자격정지 요구.... 대응카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 행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협회 고위층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지난 7월부터 벌여온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 등 축협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을 비롯해 홍 감독 선임 과정에 관여한 김정배 상근부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에게 자격정지 이상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 회장의 경우, 협회 업무 총괄로서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뿐 아니라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책임을 물어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징계 기준 관련, 문체부 최현준 감사관은 "축구협회 공정위원회 규정상 제명, 해임, 자격정지가 공무원 기준으로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이 세 가지 가운데 공정위가 선택하여 징계를 내리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 감사관은 "징계를 권고하는 게 아니라 요구하는 것"이라며 "규정상 문체부는 징계를 요구할 권한이 있고 그에 대한 판단은 축구협회 공정위가 내리도록 돼 있으니 협회가 여론에 맞춰 바람직한 판단을 할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지난 7월부터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으로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자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피겠다며 같은 달 말부터 감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감사 결과에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재가동하여 재선임 작업 조치의 필요성도 포함됐다.
정해성 전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가 1순위로 추천한 홍명보 감독부터 만나 협상해야 했으나 정몽규 회장이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지시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것이 문체부의 판단이다.
문체부는 전현직 사령탑에 대한 사안 외에도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에서도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여러 차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천안축구종합센터는 기존 파주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를 대체할 시설로, 축구협회가 사업비 3094억원을 들여 2025년 5월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건립 재원을 조달하면서 문체부의 승인 없이 하나은행에 615억원 한도 대출 계약을 약정했고, 77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사무공간을 만들지 않기로 한 협의를 깬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3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기습적인 축구인 사면 조치에 대해서도 '사면권 부당 행사'로 판단하고 정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발표된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에 대해 축구협회가 허위 반박자료와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였다고도 지적했다.
지도자 자격증 가운데 가장 높은 P급 강습회에 불합격 처리해야 할 수강생 6명이 합격하는 등 불공정한 업무 처리가 나타난 데다, 축구인·축구팬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통합경기정보시스템 등도 부실하게 운영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정 회장은 현재 축구협회장 4선 연임에 도전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연임에 도전하려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연임 심사 평가 항목에 ‘징계 이력과 개인 범죄 사실’이 들어 있어 이번 문체부 징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이 이런 문체부의 요구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정 회장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이의 발언을 앞세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둘러싼싼 논란에 사실상 반박해왔다.
지난 달 29일 정 회장은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인판티노 회장이 한국 축구계에서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미디어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전날 방한 직후 취재진에게 “KFA는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 FIFA는 스포츠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정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취지로 발언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