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넘으면"... 이준석의 이유있는 단일화 불가론

2025-05-16     이용규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월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보수 빅텐트’, 곧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이 계속해서 ‘빅텐트’를 언급하고 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측근들은 물론 본인이 언론 인터뷰나 선거유세에서 직접 단일화의 가능성을 부정한 것만 해도 수십 번이 넘는다. 물론 친윤이 자신을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쫓아냈지만 그 감정이 이유는 아니다. 이 후보 측은 애초부터 국민의힘 후보와는 표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와의 단일화는 표가 떨어지는 단일화라는 게 이준석 캠프의 분석이다.

자신감일까. 5월 2주 차 기준, 이 후보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높지 않다. 지난 5월 15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월 12일부터 3일간 진행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9%,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27%,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7%였다. 3자 구도가 확정된 이후 가상대결에서 얻는 지지율이 7~11% 수준이다.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 대결 조사를 종합해도 김문수 후보보다 득표력이 적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재명의 지지율이 김문수보다 이준석을 상대할 때 낮다’는 것이다. 이준석 캠프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지점이다. 민주당의 연성 지지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3자 구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40% 넘는 득표가 필요하다. ‘탄핵 반대’ 김 후보로는 그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김문수가 아닌 이준석이 보수의 대표주자로 인식되면 중도층을 상당부분 끌어올 수 있다. 비상계엄 이후 조기대선이 가시화되고부터 이준석 캠프는 이를 ‘보수가 승리하는 단 한 가지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발동하려면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15%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 이 후보 측의 판단이다. ‘김문수 중심 단일화’가 보수진영의 선택지에서 아예 사라지고, ‘이재명 대 이준석’이라는 구도가 현실화되는 시점으로 보는 것이다. 승부처는 오는 5월 18일 열리는 첫 TV토론이다. 대선을 16일 남긴 시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4월 18일 서울 서초구 염곡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단 하나의 수는 단일화 아닌 이준석”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애초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 원죄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선출된 김문수 후보는 계엄에 온정적이었고 탄핵에 반대했다. 본선에 들어선 지금도 윤 전 대통령을 출당하는 것을 거부했고, 탈당 권유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그도 그럴 것이, 김문수 본인이든 주변의 누구든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노리는 것”이라며 “전당대회는 당원에게만 투표권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윤 전 대통령에게 선을 그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의도나 당위가 어쨌든, 본선에서 김 후보의 확장성은 대단히 제한되는 상황이다. 김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30%대 박스권에 갇혔다. 5월 4~5일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49.7%, 김문수 후보는 29.1%, 이준석 후보는 7.4%였다. 5월 11~12일 YTN과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에선 각각 46%, 33%, 7%였다. 종종 이재명 후보에게 과반도 허용한다. 5월 12~13일 뉴스1과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51%를 기록한 가운데 김 후보는 31%, 이준석 후보는 8%로 집계됐다.

이런 배경 속, 이준석 후보 자신도 지난 13일 이 상황을 두고 “이준석은 1등 할지 3등 할지 모르지만, 김문수를 찍으면 확실한 2등”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참모로 최근 합류한 구글 상무이사 출신의 데이터분석가 조용민 개혁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주간조선에 “보수는 김 후보가 이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으니 붙으라는 단순한 계산을 하는데, 이는 굉장한 착각”이라며 “이준석의 지지층은 김문수를 지지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기록하는 7~8%는 어렵게 끌어모아 잡아놓은 표다. 이 후보는 가치를 통해 지지자를 모았기 때문에 정치공학적 ‘덩어리 게임’을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4년 총선 직전 이 후보가 이낙연 전 총리와 합당을 발표했다가 기존 지지층이 상당히 이탈했듯, 이 후보는 지지층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를 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의 승리 시나리오는 어떻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일까. 민주당의 연성 지지층과 ‘절대적 국힘 비토층’, 그리고 ‘연성 김문수 지지층’을 움직이는 것이다. 조 위원장의 설명은 이랬다.

“여론조사는 물론 빅데이터를 코호트 분석해 3자 모두의 지지층 집단을 쪼개보면, ‘움직이는 집단’과 ‘움직이지 않는 집단’이 있다. 먼저 김문수의 ‘움직이지 않는 집단’은 굉장히 희미한 데 반해, 김문수 후보를 좋아하지만 한덕수가 나오면 한덕수를 뽑고 오세훈이 나오면 오세훈을 뽑는 그룹이 두껍게 존재한다. 이들은 이준석을 선택할 수 있는 ‘움직이는 집단’이다. 이준석 지지층은 ‘움직이지 않는 집단’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걸 이들이 눈치채면 이준석을 지지할 수 있다.

반대편 연성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재명, TV토론 보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김문수가 아니라 이준석이다. 이 ‘움직이는 집단’을 가져와야 한다. TV토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평소에는 이준석을 쳐다도 보지 않겠지만, 그 2시간 동안에는 이준석이란 인물에 대한 창이 열리기 때문이다.”

무리할 이유가 없이 독주하는 이재명 후보가 ‘침대축구’를 하겠지만 여러 실수를 할 것이고, 민주당 연성 지지층이 흔들릴 때 이들을 끌어오는 작업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때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전략적으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면 구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이른바 ‘동탄 모델’이다. 사실 이 후보 캠프는 ‘이낙연 합당 사태’ 말고도 또 다른 반면교사를 가지고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한 것은 패착에 가까웠다는 게 이 후보 캠프의 평가다. 

 

전략은 좋은데, 전술이 먹힐까?

전략이 그렇다면 이를 구현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일단 캠프가 이구동성 승부처로 꼽는 것은 5월 18일 오후 8시에 열리는 1차 TV토론이다. 이재명 후보에 맹공을 펼치며 ‘이준석 대 이재명’의 1 대 1 구도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말실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이준석 캠프의 전략이다. 앞선 조용민 공동선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는 스마트해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는데, 시청자들이 이를 알게 해주는 미스버스팅(myth-busting·환상 깨기)이 필요하다”며 “공부가 되어 있는 후보가 아니라는 민낯이 드러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는 궁지에 다다르면 이상한 발언을 굉장히 많이 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나오지 않겠나”라며 “특정 주제를 파고들어갈 시간이 확보되면 유리할 것 같다”고 했다.

이준석 캠프는 특히 ‘포퓰리즘’, 또 장기인 과학기술 분야의 비교우위를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캠프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이 많은데 특히 AI, 과학기술, 방위산업 분야 전반이 그렇다”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금살포 정책과 함께 이런 부분을 집요하게 건드려 국민들의 눈높이를 높여드리는 방향으로 포인트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토론 기회가 적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구글의 입사 시스템을 보면, 부적합한 사람을 걸러내는 인터뷰 기법이 있는데 이를 적용하면 이 후보는 1차부터 탈락”이라며 “그런 식의 토론을 하면 좋겠지만, 법정토론 말고는 이 후보가 나오지 않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의 관전 포인트는 이준석이 어떻게 이재명을 요리하는가에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캠프의 구혁모 비서실장은 “결국 우리가 보수의 적자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단기적으로 지지율이 15%가 넘어가면 본격적인 1 대 1 구도가 될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분기점으로 보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일정을 최소화하며 토론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음은 TK다. 이 후보를 포함한 대선 주자 3인은 약속이나 한 듯 공식 선거운동을 TK에서 시작했다. 김 후보는 서문시장을, 이재명 후보는 구미를 찾았다. 사실 이 자체가 이번 선거가 보수에 불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평이다. 보수에는 ‘홈’이나 다름없는 TK를 이재명 후보가 공략해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 입장에서는 이렇게 본진이 흔들리는 상황 속, 보수의 전략적 선택이 당선 시나리오의 대전제인 만큼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일찌감치 개혁신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이 후보는 본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구를 수차례 찾은 바 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5월 12일에도 대구를 찾았고, 선거 기간 내내 추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손편지’ 10만장을 대구에 발송했다.

이 후보는 정치 초년 시절부터 자신이 직접 쓴 손편지 형태의 공보물을 발송하는 캠페인을 즐겨 사용했는데, 대선을 맞아 20만장을 만든 뒤 그 절반은 대구의 각 가정에 보냈다. 개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대구는 이준석을 대구의 아들로 생각한다”며 “TK 여론조사가 올라붙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이 이재명을 긁는다

‘노무현’에 대한 언급도 전술 가운데 하나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전날인 5월 11일 부산 강서구의 명지시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동서 화합을 꿈꾸셨던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 진실됐다면, 저는 부산이 세대 간 화합으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발전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명지시장은 2000년 총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공터 연설’로 유명한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명목으로 서울 종로 지역구를 포기하고 부산에 출마했었다.

이준석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는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평소에도 자주 언급했었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이준석이 걸었던 길이 ‘보수의 노무현’임을 강조하려는 의도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연성 지지자들을 다분히 자극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의 당과는 거리가 있다”며 “이재명 후보부터 반(反)노에 가까웠다는 것을 지금 민주당 지지자들도 잘 알고 있으니, 그들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성 민주당’만큼 ‘연성 국민의힘’을 어떻게 끌어올지도 고민거리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원래 관계가 있는 만큼,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연락’은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먼저 홍 전 시장 측 인사들은 아예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5월 1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외유길에 오르는 홍 전 시장을 인천공항에서 만났는데, 이때 홍 전 시장이 “이번 선거는 이준석 대 이재명의 대결이니, 열심히 해서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이 후보 측은 이날 이전에도 홍 전 시장 측과 접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개혁신당 메시지, 공보 등 분야에 홍 전 시장 측 인물들이 합류했다. 이 후보가 2021년 재보궐선거를 도왔던 오 시장은 이 후보에게 본인의 정책을 사용할 것을 허락했다. 다만 캠프 관계자는 “당적이 다른 만큼, 이 후보가 직접 지지를 요청하는 등의 행동은 정치 도의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붙어야 ‘바람’이 불 텐데, 그것이 가시화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3주도 남지 않았거니와 대선 6일 전부터는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깜깜이 기간’이다. 이 후보의 최측근 인사는 주간조선에 “결국은 1 대 1 대결이 될 것으로, 세 사람이 토론 무대에 서 있는 ‘그림’부터 분위기가 올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병 교수는 “결국 TK에서 반응을 빨리 얻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