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레드팀을 두시라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외곽 스피커였던 유시민 작가가 대선을 며칠 앞두고 김문수 후보의 아내 설난영씨의 학력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발언이 나온 유튜브를 봤다. 주변에서 유시민에 대한 비판이 부쩍 늘었지만 그가 ‘학벌비하’ 같은 발언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설씨가 여성 노조원 비하 발언을 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발언은 왜 비판의 강도가 약한 건지 의아했다.
유 작가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유시민과 김문수 부부의 관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판단을 미뤘다. 오히려 유 작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채널에서 하는 발언으로는 자연스러웠다고 나는 생각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 작가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나와 해명했다. 내가 놀란 건 유 작가의 해명이 아니었다. 유 작가는 “제 말씀을 들어보고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분을 뽑으세요”라며 해명을 시작했다. 그 발언에는 ‘내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고 나는 보았다.
그간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유 작가의 발언이 문제가 됐던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범여권 180석 발언’을 해서 아군들에게도 비판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유 작가는 선거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저 때문에 물의가 빚어진 점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저의 이 말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제가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유 작가는 총선 후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정치 평론을 멈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치인 이재명’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왔다. 그는 지금 이재명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신경안정제라고 불린다.
2020년 발언과 2025년의 발언에는 차이가 있다. 과거의 발언은 판세 분석과 관련이 있었고, 이번 발언은 한 개인을 향한 발언이었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겠다. 그러나 더 중요한 차이는 2020년 총선 선거 판세는 이번 대선처럼 확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의석수만 보면 그의 말이 맞았지만, 수도권에는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가 많았다. 이번의 경우 유 작가가 즐겨 하는 내재적 접근법으로 보면 아마 그는 ‘본인의 발언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판세는 굳어져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을 찍으시라’고 한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진심이다. 본인의 생각대로 정책이 이뤄져 모든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대통령은 5000만을 대표하는 자리다. 아무리 판타지와 현실이 혼재된 세상이라지만, 그들을 모두 대변하고 갈등을 조절하는 건 판타지다. 현실은 매주 단위로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가 드러낼 것이다.
나는 이런 현실을 일깨우며 초심을 독려할 ‘레드팀’이 이 대통령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레드팀은 지지자들이 되어야 한다고도 믿는다. 한국은 어느 순간 정치적으로 반대에 있다고 여기는 언론의 비판은 시답지 않다며 흘려들은 지 오래된 사회가 됐다. 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찍’과 ‘4찍’을 향해 ‘내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면 계속 다른 사람 찍으세요’ 혹은 ‘지지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내뱉은 실용주의든 국민통합이든 성공한 정권은 물 건너 가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통합을 외쳐봐야 밑에서 반목하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