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쪼개자니 갈 곳이 없다?... 검찰 해체 의외의 걸림돌
민주, 과천 법무부 세종 이전 법안 발의
검찰청 해체와 함께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외의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부동산 문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취지로 기존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을 완전히 떼어내 ‘중수청’이란 조직을 신설하고, 기존 검찰은 공소권만 가진 ‘공소청’으로 남긴다는 계획인데, 막상 중수청을 수용할 만한 대형 독립건물을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찾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검찰청을 두 개의 기능으로 쪼갤 경우, 전국에 산재한 모든 지검과 지청도 연쇄적으로 두 개로 쪼개야 하는데,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지 않는 이상 전국적으로 독립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검찰 조직은 각급 법원에 대응하는 형태로 전국에 퍼져 있는데, 대검찰청 아래 전국의 각급 지검과 지청은 모두 67곳에 달한다. 기존 검찰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단순 분리한다고 해도 67개의 독립건물을 일시에 마련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검찰청 전체 정원은 8300여명가량인데,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할 경우 공소권을 가진 공소청에 남을 확률이 높은 2300명가량의 검사를 제외하면, 중수청에 편입될 확률이 높은 검찰 수사관 등 나머지 인원들이 월등히 많은 형편이다.
가장 손쉬운 방식은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쪼갠 이후 일정 기간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별도 독립건물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경찰에서 수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면서 ‘한국형 FBI(연방수사국)’를 표방해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창설할 때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는 ‘한국형 FBI’라는 거창한 포부와 달리 기존 서울 서대문 경찰청 본청 별관에 세들어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이어가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간판만 두 개를 내걸었을 뿐 독립적인 수사기구가 맞느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경찰 관계자는 “구내식당도 두 조직이 같이 이용하고 매일 얼굴 보고 차도 마시는데, 수사기밀 유지 등이 말처럼 쉽겠느냐”고 지적했다.
청사 구하기 문제는 수사인력이 얼마 되지 않는 이른바 ‘3대 특검(내란, 김건희, 해병대 채상병)’ 때도 문제가 된 바 있다. 특별수사를 담당하고 수사기밀과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마땅한 독립건물을 서울 시내에서는 좀처럼 구하기가 힘들어서다.
특검 사무실 마련 때도 어려움
그 결과 ‘내란 특검’은 ‘군사기밀 유지’ 등 보안문제를 고려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일부를 쓰고 있다. 또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서울동부지검을 특검 출범 전 임시사무실로 사용했다. 검찰을 못 믿겠다면서 특검을 출범시킨 마당에 검찰청에 세들어가는 형태로 특검을 꾸린 것이다. 서울고검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서울고검장을 지낸 조은석 내란 특검의 친정이기도 하다.
이 밖에 ‘김건희 특검’ 사무실은 서울 광화문광장 옆 KT광화문빌딩에 둥지를 틀 예정이고, 해병대 채상병 특검 사무실은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 옆에 과거 정부법무공단이 사용했던 서초한샘빌딩을 쓰기로 한 상태다. KT광화문빌딩이나 서초한샘빌딩 모두 상업용 빌딩으로, 수사기밀 유지와 보안이 필수적인 특검 사무실로는 사실상 낙제점인 곳들이다.
수사인력이 제한된 특검 사무실이 이럴진대 훨씬 많은 수사인력을 운용해야 하는 중수청은 청사 구하기가 더욱 하늘에 별따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 부동산값마저 들썩이는 상황이라 기존에 사용하던 각급 검찰청을 능가할 정도의 대형 단독건물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에 남아있는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신설될 중수청을 위해 공간을 내어줄 만한 곳도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 서울에 잔류한 행정기관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정도다. 이 중 외교부와 국방부는 부처 특성상 중수청을 위해 건물을 비워주기가 쉽지 않고, 현재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일부와 여가부가 세종시로 내려간다고 해도 광화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중수청이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과천청사 입주 가능성 대두
때문에 현재 법조계에서 1순위로 나도는 말은 경기도 과천의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는 법무부가 세종시로 내려가고, 법무부 청사를 중수청을 위해 비워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 때 이전이 제외된 법무부는 정부과천청사 1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정부과천청사를 사용하는 단일 부처로는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대선 결과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 주도로 법무부와 여가부를 세종시로 내려보내는 법안(민주당 김승원 의원안)이 발의된 상태다. “외교부, 통일부의 경우 국제외교, 남북관계, 국가안보 등 국가의 주요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이전대상 기관에서 제외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법무부의 경우 범죄예방, 인권향상 등과 관련하여 다른 부처 및 공공기관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이 법안 제안 배경이다. 이로 인해 과천 법무부 내에서는 세종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 관악산 자락 아래 널직한 터에 자리 잡고 있는 정부과천청사는 서울 시내 다른 건물에 비해서도 탁월한 보안환경을 자랑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판 ‘염정공서(廉政公署)’를 표방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출범시켰을 때도 마땅한 청사를 구할 수가 없어 결국 들어간 곳이 정부과천청사 5동이었다. 공수처는 법무부 산하의 검찰을 견제한다는 취지로 탄생한 조직인데, 건물을 구할 수가 없어 결국 정부과천청사 1동을 사용하는 법무부 옆의 5동에서 곁방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독립청사가 아닌 정부과천청사에 있다 보니 수사받는 사람들의 얼굴이 노출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컸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정부종합청사 안에 입주한 관계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사람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현재 공수처는 정부과천청사 주차장 자리에 독립청사를 지어 이사나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이와 연계해 중수청의 건물 배치가 결정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 공약으로 세종시에 있는 정부세종청사 5동을 사용하는 해양수산부를 오는 12월까지 부산으로 내려보내기로 한 터라 해수부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정부 부처 간 연쇄이동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지검과 지청은 각급 법원에 대응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며 “중수청이 출범하면 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서 식으로 행정구역별로 한데 묶어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