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청년이 보수정당 위기의 만능키?

2025-06-27     박혁진 편집장

경북의 한 지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지인과 만난 일이 있었다. 나름 성공한 사회생활을 마치고 고향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한 그에게 처음 연락이 온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돈을 쓰는 규모에 따라 득표율이 달라질 것이라며, 돈을 쓰지 않을 경우 나올 수 있는 득표율을 콕 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골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지인은 이를 거절했는데, 놀랍게도 돈을 쓰지 않았던 그가 받은 득표율은 현역의원이 말한 것에 거의 근접했다.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듣노라니 더 기가 막혔다. 다른 후보의 운동원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사탕 같은 걸 논밭에 있는 노인들에게 던졌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사탕이 아니라 5만원짜리 지폐였다고 한다. 지폐를 5번 접으면 사탕 크기의 모양이 되는데, 이게 주머니에 넣기도 편해 자전거로 다니며 던지기도 좋다는 것이다. 선거운동원이 익숙한 듯 제구력을 뽐내는 모습에 지인은 혼잣말로 ‘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타 후보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런 걸 적발 안 하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변이 더 가관이었다. 멀리서 사진을 찍어도 이게 사탕인지 지폐인지 구별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선거 막판에는 동네 약국의 박카스 공병이 동나는데, 이 안에 5만원짜리 두 개를 넣고 유권자들에게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그는 그 선거를 마지막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그 선거는 2022년 선거였다.

국민의힘이 위기라고들 한다. 해법으로 청년 정치인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해법은 국민의힘이 청년들을 키우지 못해서 실패했다는 얘기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청년 정치인들을 내세우면 당의 개혁과 혁신이 반드시 이뤄질까?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진 몰라도, 이런 시도가 성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좋은 청년들이 아니라 좋은 인재들이 발을 들이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앞선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불과 3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금권선거가 의심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게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영남 자민련이란 비아냥을 들어도 그 안에서 기득권을 지킬 수만 있다면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 기득권은 돈, 학연, 지연, 혈연 같은 것들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이러한 현실을 뜯어고치지 않고 청년 정치인들만 내세운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바라는 천지개벽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누구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제도권 정치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정당의 진짜 역할을 보수 정당들이 해낸다면 청년이면 어떻고, 노인이면 어떤가? 최근 사석에서 만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보수가 이런 상황인데 전당대회가 무슨 의미이며, 지방선거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보수 유권자들이 주목하는 젊은 정치인도 보수의 막막한 현실은 청년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데에 더 깊은 고민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주 김연진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에는 현역 정치인들이 아닌 보수 정당 밑바닥 청년들의 목소리가 잘 담겨 있다. 중진이 아니라고, 지명도 있는 정치인이 아니라고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에 보수정당이 살아날 수 있는 진짜 해법이 있을 수도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몰랐으면서 계속 모른 채로 넘어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