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통일 기원하는 드론 1200대 한강 위에 떠올랐다

2025-08-23     이동훈 기자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서울 뚝섬 한강공원 위로 1200대의 드론이 떠올라 38선을 두고 남북한 군인들이 대치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photo 뉴시스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드론 1200대가 한강 위로 떠올랐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날 저녁 있었던 일이다. 이날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는 한강 위에서 펼쳐지는 드론쇼를 보기 위해 약 3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공원을 가득 메웠다. 저녁 8시30분께 1200대의 드론이 동시에 떠올라 ‘범 내려온다’는 흥겨운 노랫말과 함께 한 마리의 까치 호랑이를 만들자 모여 있던 인파들은 ‘우와’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어 1200대의 드론은 헤쳐모이길 반복해 한민족의 시조이자 ‘홍익인간’을 상징하는 단군의 형상을 만든 뒤 고조선부터 고구려, 발해 등 한반도와 만주에 걸친 한민족의 역대 강역을 시대 순에 따라 차례로 만들었다. 1919년 3·1운동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한강 상공에 떠올랐을 때는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손에 쥔 작은 태극기를 같이 흔들었고, 1945년 분단을 상징하는 ‘38선’과 이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남북한 군인들의 모습이 ‘분단의 아픔’이란 글과 함께 떠올랐을 때는 탄식이 쏟아졌다.

이날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란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는 글로벌피스재단(GPF)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하고 남북한 평화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진행한 행사다.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세계의장이 이끄는 비영리재단 GPF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한반도 평화통일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기획했다. 이날 행사는 사전진행된 ‘십시일반 캠페인’을 통해 1697명이 참여해 6억54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진행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축사

탈북민 출신 가수 이채원씨가 애국가를 제창하는 것을 시작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 등이 참석했고, 중남미 에콰도르와 과테말라 전 대통령, 세인트루시아 전 총리 등 국내외 귀빈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열렸다. 행사 조직위원회 대회장을 맡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분단 80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라며 “지난 시대의 희생과 헌신을 되새기면서 미래의 혁신을 설계해야 할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를 앞두고 전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논의하는 ‘원코리아 국제포럼’도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현진 GPF 세계의장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각국 전직 대통령과 총리, 한국전쟁 때 이름도 몰랐던 한국을 돕기 위해 군인들을 파견했던 필리핀, 콜롬비아를 비롯한 각국 주한대사들도 참석했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 통일부의 수장을 맡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김진표 전 국회의장 등 여권의 거물급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34년 전인 1991년 12월 당시 보수 정부였던 노태우 정부가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에 입각한 것”이라며 “34년 전에 만들어진 이 금과옥조 같은 한반도 평화의 대장정이 안타깝게도 그동안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와 공존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선명 통일운동 문현진 승계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남북한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뜻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과거 문선명 총재가 주도했던 민간 통일운동의 주도권이 문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세계의장이 이끄는 GPF 측으로 넘어온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북 정주 출신의 실향민인 문선명 총재는 국제 승공(勝共)운동을 이끌면서 구(舊)소련 붕괴에 일조했고, 1991년 12월에는 방북해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 단독 회담을 갖고 평양 만수대 의사당 연설을 통해 북핵 및 무력통일 포기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 남포의 평화자동차, 평양의 보통강호텔 등 북한에 대규모 경제협력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야기를 아는 비니시오 세레소 전 과테말라 대통령은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한 인물이 자신의 가정으로부터 물려받은 꿈을 선견지명과 변함없는 꿈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며 “한반도의 통일은 역사적, 변혁적 목표일 뿐 아니라 도덕적 평화의 등불”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현진 GPF 세계의장은 “한국은 ‘홍익인간’이라는 건국 이념 아래 인류에 공헌하고자 하는 특별한 사명을 지닌 민족”이라며 “일제강점기 고난 속에서도 자주독립을 넘어 세계에 기여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선조들의 꿈을 이어, 이제 우리가 ‘아주(我主·내가 주인이다)’의 정신으로 그 비전을 실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