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인 드래프트… 우완 강속구는 풍년, 좌완은 기근
미래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주역을 뽑는 2026 KBO 신인드래프트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월 17일 열리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전국을 누빈 스카우트들은 “올해는 우완 강속구 투수가 대세”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상위 지명이 예상되는 유망주 상당수가 140㎞/h 후반에서 150㎞/h대를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들이다. 반면 지난해 정현우(키움), 배찬승(삼성), 김태현(롯데) 등 1라운드 초반에만 3명이 지명될 정도로 넘쳤던 좌완 투수는 올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박석민 아들 박준현, 1순위 유력
전체 1순위는 북일고 박준현이 유력하다. 188㎝, 95㎏의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박준현은 KBO리그 삼성, NC에서 활약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박석민 전 두산 베어스 코치의 아들로 야구인 2세 선수다. 올해 최고 157㎞/h를 기록한 우완 강속구 투수로, 메이저리그 한 구단으로부터 200만달러에 가까운 오퍼를 받기도 했지만 아버지와 주변 야구인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미국행을 접었다.
프로 A구단 스카우트는 “투수에 최적화된 좋은 신체조건을 갖췄고, 공을 강하게 때릴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속구의 스피드도 좋지만, 변화구의 움직임과 각도가 수준급이다. 아버지의 운동 능력과 천재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평가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묵직한 속구와 좋은 투구 메커니즘을 갖고 있고 슬라이더가 예리하다. 제구도 나쁘지 않다. 선발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중간투수로는 당장 프로에서도 통할 선수”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 운영 능력과 집중력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번트안타를 허용한 뒤 흥분해서 경기를 그르치거나, 잘 던지다 갑자기 흔들리는 장면을 종종 연출해 좀 더 성숙한 멘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기량만 봐서는 1순위에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높은 계약금과 야구 외적 이슈가 지명 순번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전체 2순위는 양우진(경기항공고)이 유력하다. 190㎝, 98㎏의 우완 투수로 최고 153㎞/h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다. A구단 스카우트는 “박준현보다 체격은 더 좋은 것 같다. 좋은 투구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위력적인 빠른 볼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컨트롤이 안 잡히는 날에는 변화구를 활용해 완급조절을 할 줄 안다.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변화구 종류도 다양하고 변화구 제구도 괜찮은 투수”라고 설명했다. 완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C구단 스카우트는 “스태미너가 좋다. 청룡기에서는 혼자 9회 1아웃까지 던진 경기도 있었다. 힘이 좋고 투구 메커니즘이 좋아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부상 재활 중이라는 점이 변수다. D구단 스카우트는 “팔꿈치 피로골절로 현재 재활 중이다. 청소년대표팀 차출도 이 때문에 본인이 고사했다. 다만 인대 수술이나 어깨 수술이 아닌 만큼 프로 지명을 받는 데는 지장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야구인은 “현재 상황에서는 박준현 다음으로 2순위 지명이 유력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1순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3순위부터는 우완 강속구 투수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김민준(대구고)은 19경기 10승 무패로 ‘패배를 모르는’ 투수다. A구단 스카우트는 “제구력도 좋고,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선수다. 높은 타점에서 최고 150㎞까지 나오는 빠른 볼이 일품이다”라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패스트볼도 좋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와 슬라이더가 좋다”고 설명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프로에서 바로 중간계투로 활약 가능한 선수라고 본다. 볼볼볼볼 하는 투수가 아니다. 컨트롤에 안정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동건(동산고)은 193㎝, 85㎏의 뛰어난 신체조건이 장점이다. A구단 스카우트는 “높은 데서 내리꽂는 듯한 공의 각이 좋고, 패스트볼의 볼끝이 좋은 투수다. 변화구로는 커브를 던지는데 역시 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위력적이다. 커브에 자신있는지 구사율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한동안 구속이 140㎞ 초반대에 그치면서 부상 소문도 있었는데 청룡기 대회에서 147㎞까지 던지면서 그런 걱정은 쑥 들어갔다”고 전했다.
서울고의 원투펀치인 이호범과 박지성도 상위 지명 후보로 주목받는다. 이호범에 관해 A구단 스카우트는 “올해 드래프트 다크호스 중 하나로 150㎞대 빠른 볼을 던진다. 패스트볼 제구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신체조건도 좋고 투구 메커니즘이 좋아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투수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지성은 실질적인 서울고 마운드의 살림꾼이다. 16경기에 등판해 6승 무패 평균자책 1.64를 기록했다. A구단 스카우트는 “이호범과 반대로 볼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좋고 게임을 잘하는 투수다. 공끝의 움직임이 좋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구속은 140㎞ 초반대, 많이 나오면 145 정도다. 대신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진다. 변화구 던지는 감각이 좋다”고 평가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작년 전주고 우승 주역인 이호민(KIA 지명)이 연상된다. 프로에서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투수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외 정다훈(청주고)과 박지훈(전주고)도 150㎞/h대 강속구를 앞세워 상위 지명 후보에 올랐다. 정다훈은 15경기 3승 3패, 53탈삼진, 평균자책 4.11을, 박지훈은 16경기 2승 2패, 52탈삼진, 평균자책 1.77을 기록했다.
야수는 유신고 쌍두마차가 상위 지명 가능성
야수 부문에서는 유신고의 신재인과 오재원이 양대 산맥이다. 신재인은 1학년 때부터 4번타자로 활약한 투타 겸업 선수로, 올해 타율 0.352(88타수 31안타), 4홈런, 30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185㎝, 82㎏의 좋은 신체조건에 어깨도 강해 투수로도 활용되는 만능선수다.
A구단 스카우트는 “투수보다는 야수로 본다. 투수로도 140㎞대 빠른 볼을 던지지만, 방망이를 포기하고 투수를 선택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강한 어깨를 갖고 있다. 방망이도 정말 좋다. 올해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고교 선수 중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C구단 스카우트는 “갖고 있는 재능이 정말 좋다. 야구 감각도 좋고 강한 어깨와 수비, 간결한 스윙, 파워가 일품이다. 현재 두산에서 뛰고 있는, 작년 드래프트 야수 최대어 박준순과 비교해도 파워는 신재인이 우위다. 대형 야수로 성장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오재원은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가 돋보이는 외야수다. 지난해 2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됐던 선수로 올해 타율 0.411(90타수 37안타), 1홈런, 12타점, 30도루를 기록했다.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롤모델인 코빈 캐롤(애리조나)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A구단 스카우트는 “외야수로는 올해 1등이다. 발이 빠르고 어깨도 좋고 컨택 능력이 수준급이다. 파워는 프로에서 강화하면 된다”고 평가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수비를 잘하고 근성이 있는 선수다. 외야에서 타구 판단능력이 뛰어나다. 다소 체격이 작은 것만 빼면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주고 박한결도 주목받는 내야수다. 올해 청소년 대표팀 내야수로 선발된 박한결은 올해 타율 0.417(60타수 25안타), 4홈런, 17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180㎝, 79㎏의 우투좌타 선수로 유격수와 2루수, 1루수를 고루 소화한다. A구단 스카우트는 “수비를 안정적으로 잘하고, 풋워크와 몸의 움직임이 좋다. 발도 빠른 편이다. 프로에서 충분히 유격수로 키워볼 만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많지 않은 좌완 투수 중에서는 박준성(인천고)이 가장 앞서 있는 투수다. 16경기 4승 1패, 70탈삼진, 평균자책 1.05를 기록한 박준성은 올해 후반 들어 급성장했으며, 최근에는 145~146㎞까지 던지며 주목받고 있다. A구단 스카우트는 “상황에 따라 좌투수가 필요한 팀이 1라운드에서 지명할 수도 있다. 올해 초에는 지명 순위 하위권이었는데 점점 구속도 빨라지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성장세다. 계속 야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마운드에서 공격적으로 던지고, 자신감이 있다. 제구력도 괜찮은 편이다. 커브 등 변화구도 수준급이다. 왼손 불펜으로 선호하는 팀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좌완 투수로는 경기항공고 이주호, 북일고 강건우, 용인시야구단 최요한 등이 있지만 상위 지명 대상으로는 거론되지 않는 분위기다.
ABS 도입 후 사이드암 희귀
최근 야구계에서 희귀해진 사이드암 투수도 있다. 휘문고 김요엘은 145㎞ 빠른 볼을 앞세워 올해 고교 사이드암 최대어로 평가받는다. 최근 로봇심판(ABS) 도입 이후 아마야구에서 사이드암 투수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선수라는 평가다. A구단 스카우트는 “사이드암인데도 구속이 144~145㎞까지 나온다. 제구가 정교하고 게임을 할 줄 안다. 공을 바깥쪽으로 넣었다 뺐다 하면서 타자 배트를 끌어낸다”고 평가했다. 다만 B구단 스카우트는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사이드암, 잠수함 투수들이 고전하는 추세라 상위 지명을 하기에는 망설이는 팀이 많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학 선수 중에서는 박정민(한일장신대)과 서준호(한양대)가 가장 돋보인다. 10경기 7승 2패, 63탈삼진, 평균자책 1.08을 기록한 박정민은 188㎝, 95㎏의 탄탄한 체격을 자랑한다. A구단 스카우트는 “키가 크고 위에서 내리꽂는 스타일의 투구폼이다. 약간 투박한 느낌이 있고 상체 위주 투구폼이긴 하지만 대학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서준호는 얼리드래프트 대상자 가운데 최대어로 평가받는다. 16경기 5승 무패, 48탈삼진, 평균자책 2.08을 기록한 한양대 2년생으로, 181㎝, 85㎏의 체격에서 최고 152㎞까지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A구단 스카우트는 “공 던지는 타점이 높지는 않지만 팔스윙이 빠르고 빠른 볼을 던진다. 제구력도 좋고 안정감이 있다. 경기 운영이 좋은 투수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를 잘 던진다”고 평가했다.
그 외에도 송원대의 김상범, 동원과학기술대의 고준혁 등이 대학 투수 가운데 주목받는 이름들이다. 야수로는 동의과학대 엄지민, 부산과학기술대 박현우, 단국대 임상우, 고려대 안재연, 강릉영동대 박준기, 송원대 김동휘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