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국혁신당 보좌관, 지인 로스쿨 입시전형 개입 의혹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 소속 보좌관 A씨가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 기간, 학교 측에 전화해 ‘학교 측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지인의) 활동 내역을 입시전형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인은 보좌관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해당 보좌관은 ‘의원실에 이와 관련한 불만이 많이 접수됐으며, 이화여대만 특별한 지점이 있어서 형평성 차원에서 확인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간조선 취재 결과 다른 대학 로스쿨도 동아리 활동 증빙 관련해서는 이화여대와 비슷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씨는 대학원 측은 물론 법사위 관련 부처가 아닌 교육부에도 ‘민원이 하나 들어와 요청한다’며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교육부도 이화여대 측에 해당 사안을 알아보라고 요청했다. 보좌관과 교육부의 요청 후 학교 입학전형주관위원회에서는 해당 민원을 논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정 의원실 보좌관인데…”
주간조선이 이화여대와 교육부, A씨의 지인 측 인사 등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 9월 이대 로스쿨 입시 원서 접수(9월 22~26일) 중인 가운데 대학원 측에 전화로 동아리 증빙 서류와 관련한 이대 측의 입장을 물으며 자료를 요청했다. 지인이 낸 동아리 활동 서류의 서명이 학과장이나 담당교수의 서명이 아닌 학생회장의 서명만 있어서, 이대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학교 측과의 통화에서 ‘박은정 의원실 ***보좌관이다’라고 말하며 ‘학생 입장에서 불이익으로 느껴질 수 있다. 확인 한 번만 해주시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대학원 측은 “A씨가 본인이 ‘박은정 의원실 보좌관’이라고 밝히면서 동아리 활동 증빙 서류를 받아달라고 요구했다”며 “담당 지도교수의 서명이 없어도 학생(학생회장)의 자체적인 서명이 있으니 이를 인정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직접 박은정 의원실 보좌관이라고 밝힌 것이 맞는지 재차 묻자 대학원 측은 “본인이 말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A씨가 대학원 측에 받아달라고 요구한 동아리 활동 내역 증빙 서류는 이대 로스쿨 전형에서 인정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대 로스쿨 서류 심사의 경우 활동 내역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식 학교 기관이나 담당 교수의 서명이 필요하다. 학교 측은 비공식적인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도 학생 편의를 위해 담당 지도교수의 서명을 받으면 서류를 인정해주고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A씨가 인정을 요구한 동아리 활동 서류는 담당 교수의 서명 없이 학생회장의 서명만 있었다고 한다. A씨는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부에도 해당 민원을 제기했다. 대학원 측은 “교육부를 통해서도 A씨의 민원이 들어왔고, 대학 자체적으로 논의해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은정 의원은 법사위 소속
A씨는 교육부 측에도 로스쿨 입시와 관련된 가이드라인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교육부는 A씨의 개인 메일로 ‘대학원 입시 요강 및 가이드라인’ 등의 자료를 보냈다. 교육부 측 역시 주간조선에 (A씨가 자료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박은정 의원실 보좌관이라고 밝히면서 ‘본인 앞으로 민원이 하나 들어와서 요청한다’라고 말했다”며 “박은정 의원이 이대 출신이어서 그런 민원이 있었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원은 대학원장 주관의 입학전형위원회에서 해당 민원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A씨의 요구를 대학원과 교육부가 수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한 대학원생은 “학교마다 인정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이대의 경우 담당 교수의 서명이 무조건 필요하다”며 “(서명이) 없으면 제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박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법사위는 교육부 소관 업무나 대학 입시와 관련한 의정 활동이 주는 아니다. 박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법사위에서만 활동 중인 22대 초선 의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의원실 보좌진은 “박은정 의원실은 임기 동안 교육위, 입시 관련 활동이 많지 않다”며 “보좌진과 의원님 이름으로 압력을 가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학생들로부터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에 대해 불편함을 많이 겪고 있다고 전화로 불만이 접수됐다”며 “의원실로 전화가 왔고 제가 관심이 있어서 (교육부·대학원 측에)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원들에 대한 민원 접수도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대가 특별하게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았다”며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고 형평성 측면에서 확인을 해보자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A씨는 주간조선과의 통화 다음날인9월 24일 오전 7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A씨는 “개인적 청탁 같은 민원은 단칼에 거절하는 것으로 내가 유명한 사람”이라며 “다중(多衆)이 관계된 부당한 일은 누구보다 먼저 해결하려는 것도 내 성격”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법사위 소속 보좌관이고 로스쿨 문제와 법사위가 무관치 않은 것 같으니 어떤 문제인지 알아보마라고 전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처리하려 했다면 남편이나 의원님, 힘쎈 권력자에게 해결해 달라 요청했겠지만 알리지 않았다”라고 했다. A씨는 또 “직업적 보좌관을 오래해 왔던 나에게 못할 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인이) 다른 학교들과는 다르게 유독 이화여대만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에 대한 증명을 반드시 학교 학과장 공문으로만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듣고 보니 사실 그랬다. 법리적으로 해당 활동 증명은 해당 단체의 장이 하면 될 일인데, 그것을 제3자에게 증명하라고 하니 법적 잣대에 까칠한 학과장들은 안 해줄 만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A씨의 말과 달리 다른 법학전문대학원들의 경우에도 동아리 활동 인정을 위해서는 학과장, 담당 교수의 서명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도 모집요강 자료 내에 ‘공식서류 발급이 불가능한 활동의 경우, 작성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제3자의 확인서명 및 연락처를 표기 바란다(담당교수의 확인 서명 및 교수연락처 기재)’라고 명시했다. 전남대 로스쿨 또한 ‘활동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제3자(기관장·교수 등 포함)의 직인이 포함된 서류로 제출할 수 있음’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학생은 물론 개인 자격의 교수 서명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학생처·학과장 등의 공식 인증이 된 서류만 제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사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한 여당 전직 국회의원은 “해당 사안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입시 전형 기간이 아닌 다른 기간에 했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았을 것 같다”며 “이화여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도 비슷한 점이 문제라고 한다면 교육부를 통해 전체 로스쿨 현황을 파악하고 정기국회나 임시국회 기간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됐을 텐데, 자신의 지인이 원서를 넣은 학교에 입시 기간에 전화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아리 활동 경력 인정을 위해 증빙의 문턱을 낮춰달라고 한다는 식의 의정활동은 처음 들어본 얘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