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평해전 용사들, 국가유공자 또 비해당…"일상 생활에 지장 없어"

기존 서해수호장병 국가유공자와 비교해보니 만기전역·정년전역자도 포함…"기준 불분명"

2025-09-30     권아현 기자
지난해 6월 1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연평해전 승전 25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photo 연합

김대중 정부때인 1999년 6월 벌어진 제1연평해전 참전 장병 4명이 국가유공자 재심사 결과 국가보훈부로부터 '비해당'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승전을 일군 주역이라 평가되는 참수리 325정의 의무병, 병기병 등 승조원이다. 지난 2월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비해당' 판정을 받은 이후 재심사 과정을 거쳤지만, 재심사 결과 8명 중 절반인 4명만이 '해당' 판정을 받게 됐다. 

주간조선이 이들의 통지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비해당 결정의 핵심 이유는 ‘전역 후 일상생활에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한 직업적·사회적 기능 손상이나 제약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교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았고 △해외 출장 등 특별한 제약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으며 △병원과 군무원 등 관련 분야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한 점 등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일부 장병들이 보훈심사위원회의 재심사 과정에서 청문을 받는 도중 명예를 훼손당하고 2차 가해를 당한 정황 또한 확인됐다. 청문 과정에서 보훈심사위원회는 “당시 OOO 업무를 맡았다면서 어떻게 피를 봤느냐”, “교전 이후 병원 진료를 왜 받지 않았느냐” 등 구체적인 교전 상황을 반복적으로 추궁했다. 이미 재심사 신청 단계에서 서류로 제출한 내용을 다시 직접 대답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장병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른 서해 수호 교전의 국가유공자(전상군경)과 비교해보면, 이들의 비해당 판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대 서해 수호교전'인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전상군경은 58명이다(2025년 4월 기준).

이들 중 의병전역 9명을 제외한 49명은 모두 정상적으로 전역을 했다. 구체적으로는 △만기전역 35명 △명예전역 4명 △정년전역 5명 △원에 의한 전역(규정된 복무기간을 마친 장기복무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전역 요청한 경우) 5명 등이다. 

이 중 PTSD를 진단받은 35명의 최초 진단 일자를 살펴보면, '교전 직후'라고 할 수 있는 교전이 일어난 해에 진단을 받은 인원은 4명이다. 나머지 29명은 모두 교전으로부터 최소 2년, 최대 20년이 지난 시점에 최초로 PTSD 진단을 받았다. '5년 이상' 시간이 흐른 후에 최초 진단을 받은 인원이 23명으로 절반이 넘고, '10년 이상' 시간이 흐른 후에 진단을 받은 인원은 11명이다. 복합상이자를 제외한 인원만 살펴보더라도, 교전으로부터 10년 이상 시간이 흐른 후에 PTSD 최초 진단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PTSD가 중대한 피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PTSD로 인한 국가유공자 인정이 시작된 것이 2021년 이후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유공자 비해당 판정을 받은 참전 장병들은 이같은 처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시위에서 이들은 "지난 6월 대통령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것을 기억한다. 보훈부장관은 지난 7월 후보시절 '같은 장소, 같은 전투에 있었던 수병들의 국가유공자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며 "그 약속들만 믿고 6개월을 기다렸는데 재심사 과정에서 오히려 2차 가해만 당했다"고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