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4명...李대통령 변호인들, 권력의 심장으로
최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관련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 간 유착을 인정하고 핵심 피의자 전원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판결문에서 이 대통령의 이름이 390여 차례나 언급되고,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들이 일부 신빙성 있는 것으로 법원이 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전까지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 대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정권 출범 후 정부 요직을 꿰찼다. 범야권에서는 이들을 향해 ‘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다’ ‘사법 방탄 보은성 인사였다’ 등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실과 정부 기관, 국회 등 요직에 중용된 이 대통령 관련 변호인은 총 14명이다.
먼저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4명이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은 검경 등 사정을 관리하고 대통령 법률 보좌를 하는 곳이다. 이곳의 이태형 민정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에 4차례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친형 강제입원’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1심 및 항소심과 대북송금 의혹 1심, 위증교사 1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1심 등이다. 전치영 공직기강 비서관은 고 김문기씨·백현동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이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대북 송금 사건을 변호한 이장형 법무비서관, 대장동·위증교사·대북송금 사건을 변호한 조상호 민정수설실 행정관 등도 중용됐다. 국정원의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 자리는 대북 송금 사건을 맡았던 김희수 변호사, 법령 해석과 입법 심사 해석을 맡는 법제처장에는 대장동 변호인이었던 조원철 변호사가 임명됐다. 조 처장은 지난 11월 4일 대장동 판결에 대해 “이재명이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은 황당하다”고 밝혀 공직자로서의 중립 의무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조 처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5개 재판과 12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라고 단언한 바 있다.
국회에도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관리한 측근들이 대거 민주당 공천으로 입성했다. 이른바 ‘대장동 변호인’ 5인방이라고 불리는 박균택(광주 광산 갑), 김기표(경기 부천 을), 이건태(경기 부천 병), 김동아(서울 서대문 갑), 양부남(광주 서을)이 그들이다. 우선 양부남 의원은 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서 이 대통령의 여러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이재명의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균택 의원은 대장동·위증교사 사건 등을 변호했으며, 이건태 의원과 김동아 의원은 이른바 ‘이재명 오른팔’로 불렸던 정진상 전 실장의 뇌물수수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다.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공직선거법 사건을 담당한 이찬진·위대훈 변호사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소속돼 각각 사회1분과장과 정치행정분과 위원을 맡아 새 정부 국정 과제와 조직 개편을 설계한 바 있다. 이후 금융감독원 원장에 임명된 이찬진 변호사는 과거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발언했으나, 정작 본인이 ‘다주택자’에 상가 2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외교 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野, 보은성 인사 비판·재판 재개 촉구
야권은 이 대통령 변호인들에 대한 인사를 ‘불씨 남은 대장동 사건을 막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월 5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있는 죄를 없애자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니 죄를 없애야 끝난다”고 주장했다. 전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누군가 재판을 재개하기만 하면 이재명 정권은 끝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재판이 재개됐을 때 민주당 정권이 순순히 승복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 또한 지난 10월 26일 논평을 통해 “공직은 충성의 보상이나 방탄의 은신처가 아니다. 이재명이라는 이름 하나로 자리를 차지한 자격 없는 자들은 모두 공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실장 공판 등이 진행되면서 이 대통령과 변호인 출신 공직자들을 향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가장 불거졌을 당시 “변호했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해명한 바 있다.
여권 내부도 대응 방법을 둘러싸고 메시지가 통일되지 않으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판결 직후 정청래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 재임 중엔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사실상 경고를 받고 철회하면서 “재판중지법뿐만 아니라 재판중지 우회법도 중단해야 한다”는 야권의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사건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정치 검찰이 만든 악의적 공소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10월 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해 “장기간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한 부패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 4~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특혜를 제공한 ‘성남시 수뇌부’로 분류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을 사실상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 측에 대장동 사업 배당이익 중 428억원을 주기로 한 ‘이익 분배 약정’도 사실로 인정했다. 유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해당 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자금이었다” “김씨가 ‘내가 잘 가지고 있다가 줄게’라고 하자, 나는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들이 일부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재판부가 이 대통령의 가담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 공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이 기소됐던 별건의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