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왜 중국에 약할까...혹시 '무기' 때문일까

2025-11-08     이황희 기자
지난 7월 25일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충돌이 격화된 가운데 캄보디아 오다르민체이주에서 캄보디아군이 로켓 발사기를 실은 군용 차량을 이동시키고 있다. photo 뉴시스·AP

지난 9월 뉴욕타임스는 중국과 캄보디아 간 무기 거래 정황을 보도했다. 중국군 수송기가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로 무기를 실어 나른 흔적이 포착됐다는 내용이다. 이는 양국의 밀월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 자본 유입과 맞물린 범죄단지 문제에서 캄보디아 정부가 왜 강경 대처를 못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입수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은 자신들의 ‘Y-20’ 군수송기에 다량의 무기를 실어 6회가량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착륙했다. Y-20은 최대 66t가량의 물자를 실을 수 있는데, 당시 기체에는 다연장 로켓과 포탄 등이 적재됐다고 한다. 착륙 후 이 무기들은 시아누크빌 인근에 위치한 레암(REAM) 해군기지로 옮겨졌고, 약 40개의 컨테이너에 포장되어 기지 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암 해군기지’는 중국의 주도하에 지난 4월 개장한 기지로,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후 중국산 탄약과 무기들은 기지에서 북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캄보디아·태국 분쟁 지역으로 옮겨졌다는 것이 보고서 내용이다. 태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캄보디아 고위급 관리는 수송기 내 선적에 대한 사항들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점은 캄보디아와 태국이 한창 무력충돌을 빚고 있던 때로, 사실상 중국이 캄보디아·태국 분쟁에 개입한 것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중국이 태국과 분쟁을 벌인 캄보디아를 지원함에 따라 태국·캄보디아 분쟁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戰)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과 캄보디아의 밀착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견제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남중국해부터 유럽까지의 해상 경로를 확보하고자 캄보디아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2019년부터 중국은 레암 해군 기지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고 기지 일부를 중국군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밀 협정을 체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 진영에서는 중국이 해당 기지를 자국의 군사적 거점 항구 중 하나로 사용하는 것 아닌지 주시하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동남아 안보지형에 일대 파장이 일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지는 캄보디아·중국 유착에 따른 범죄 문제를 단속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캄보디아가 기댈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캄보디아는 2017년 제1야당인 캄보디아 구국당을 강제 해산시킨 후 사실상 단일 정당 체제로 정부가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방 세계(EU, 미국)는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투자 감축 등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캄보디아와 역사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중국이 대규모 경제 원조 및 협력 제공을 약속하며 캄보디아로 본격 진출한 것이다. 이때부터 건설업과 금융업 전반에 걸쳐 중국 자본이 캄보디아로 대거 유입됐다. 이 과정 중 함께 유입된 불법적인 중국 자본이 캄보디아 권력층과 결탁하면서 범죄단지 문제가 확산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 이후 중국 본토의 불법 카지노 산업은 동남아시아의 규제 공백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에 카지노와 호텔 등 지하 경제 산업과 각종 범죄 문제가 자연스럽게 캄보디아에서 성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푸젠성 출신 부동산 사업가 천즈(陳志) 역시 이 중 한 명으로, 2014년 캄보디아로 귀화해 프린스그룹(Prince Group)을 설립하고 카지노 사업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천즈는 30년 이상 캄보디아 부총리 및 내무장관을 지낸 사르 켕의 아들이자 현 내무장관인 사르 소카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캄보디아 핵심 권력층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고 사업을 확장했다.

  

“中도 범죄단지 피해자” 반론도

중국·캄보디아 유착 관계와 무기 공급 의혹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이라면 중대 사건”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교수는 “캄보디아가 중국 측에 무기를 요청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로 중국이 이를 공급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만일 실제로 공급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베트남과 태국을 포함한 인근 국가에서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미국이 적극 개입하는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종호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 기지 등을 설치할 당시 많은 비판이 나왔었다”며 “단순한 무역 네트워크가 아닌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우려가 많았는데 이번 수송이 사실이라면 그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당국에서는 레암 기지로의 무기 운송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주캄보디아 중국대사관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캄보디아 군이 보유 중인 중국제 무기는 기존의 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공급된 것”이라며 “태국에 대항하여 사용할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아시아 전공 교수는 “무기 운송이 사실이라면 세계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에 잘못된 정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운송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자신들의 주도하에 캄보디아·태국 분쟁을 중단시키는 공로를 챙기고, 중국의 무기 운송 사실을 눈감아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 문제와 중국·캄보디아 간 관계는 관련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범죄단지 문제와 무기 거래 의혹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채 교수는 “보고된 바에 따르면 중국 역시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피해를 많이 입었고, 이는 중국 정부 주도하의 범죄라기보다는 캄보디아 일부 부패한 정치권과 중국 자본가들에 의해 발생한 문제”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