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복귀한 국가대표팀, 손흥민 '슈퍼조커' 되나
조규성(27·미트윌란)이 돌아왔다. 조규성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건 무려 1년8개월 만이다. 조규성은 2021년 9월 7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과의 맞대결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조규성은 2022년 11월 24일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백업이었다. 그랬던 조규성이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조규성은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렸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1경기 2골 이상을 터뜨린 최초의 사례다. 조규성은 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이바지하며 대표팀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조규성은 2023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 현대를 떠나 유럽으로 향했다. 조규성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왓퍼드, 블랙번 로버스, 레스터 시티 등의 관심을 뒤로하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덴마크 수페르리가(1부) 미트윌란을 선택했다. 조규성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조규성은 수페르리가 데뷔 시즌(2023~2024) 팀 내 최다 득점(13골)을 기록하며 미트윌란의 리그 우승에 앞장섰다. 조규성은 대표팀에서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찬란한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조규성에게 찾아온 악재
조규성은 2023~2024시즌을 마친 뒤 평소 불편했던 무릎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술을 결정했다. 조규성은 한국에서 수술받고 이탈리아에서 재활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찾아들었다. 합병증이 발생했다. 수술 부위 감염이었다. 조규성은 한 달 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했다. 체중이 12㎏이나 빠졌다.
조규성은 2024~2025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그라운드 복귀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다. 축구계엔 안 좋은 소문이 돌았다. 조규성의 몸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K리그에서 조규성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한 관계자는 “조규성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던 건 맞다”면서도 “조규성은 단 한 번도 그라운드 복귀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규성은 확실한 몸 상태로 돌아오길 바랐다. 팀도 그런 조규성을 최대한 도왔다. 조규성이 조급해하지 않고 복귀 준비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조규성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돌아올 날을 준비했다. 현지에서 몇 번 마주했던 조규성의 몸 상태는 축구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좋았다. 조규성은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길 바랐다”고 했다.
조규성은 지난 8월 17일 2025~2026시즌 수페르리가 바일레전 후반 추가 시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조규성이 공식전에 나선 건 지난해 5월 27일 실케보르와의 2023~2024시즌 최종전 이후 처음이었다. 무려 448일 만의 복귀였다. 조규성은 빠르게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조규성은 올 시즌 리그 9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국가대표팀 복귀에 성공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조규성의 몸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고 있었다. 10월에도 조규성의 복귀가 거론됐었다. 홍 감독은 당시 “조규성이 출전 시간을 늘리는 상황”이라며 “대표팀엔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규성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경기를 뛸 상태는 아니다.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홍 감독은 10월 A매치 일정을 마친 뒤 덴마크로 건너갔다. 홍 감독은 10월 26일 미트윌란과 프레데리시아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조규성을 비롯해 중앙 수비수 이한범의 경기력까지 확인했다. 조규성은 이날 팀이 1 대 0으로 앞선 전반 34분 승부의 쐐기를 박는 득점을 터뜨렸다. 조규성은 홍 감독이 지켜본 이날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미트윌란의 4 대 0 대승을 이끌었다. 홍 감독이 조규성의 대표팀 복귀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였다.
손흥민·오현규 원톱 경쟁, 조규성이 뛰어든다
2026 북중미 월드컵(미국·멕시코·캐나다 공동 개최) 개막이 7개월 남았다. 한국은 11월 홈에서 볼리비아(14일), 가나(18일)와 평가전을 치른다. 다음 평가전은 내년 3월에야 있다. 깜짝 발탁과 같은 새로운 실험은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었다. 홍 감독이 현재 시점에서 조규성을 복귀시켰다는 건 그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활용할 자원으로 점찍었다는 것이다. 대표팀 스트라이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현재 손흥민을 쓰고 있으나, 그의 장점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선발 출전이든 교체든 ‘손흥민의 골 결정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심산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손흥민의 출전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치른 A매치 4경기에서 손흥민의 평균 출전 시간이 54분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9월 미국전 63분, 멕시코전 45분, 10월 브라질전 63분, 파라과이전에선 45분을 소화했다. 단 파라과이전 전반전 45분 출전은 사전 설명이 있었다. 손흥민은 “(홍명보) 감독님이 미리 이야기해 줬다. 아직 시즌을 치르고 있고,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중요한 경기들이 있어서 배려해 주신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선 미리 얘기만 해주시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덧붙여 “항상 풀타임을 소화할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파라과이전을 마친 뒤 “손흥민은 본래 파라과이전 후반 출전을 생각했다. 다만 오늘 경기 전 행사(손흥민의 A매치 역대 최다 출전 기념행사)가 있는 등 좋은 날이라서 선발로 출전시켰다. 개인적으론 9월 미국, 멕시코와의 2연전처럼 1차전엔 선발로 나서더라도 2차전에선 체력 등을 봐서 언제, 어디에 쓸 것인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선 손흥민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할 가능성은 낮다. 손흥민을 제외한 스트라이커의 활약이 더 중요해졌다. 손흥민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대표팀의 득점을 책임져줄 수 있어야 한다. 대표팀은 그래서 오현규의 성장이 더 반갑다. 오현규는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4골을 기록 중이다. 오현규는 소속팀 KRC 헹크(벨기에)에서도 리그 12경기 4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오현규는 187㎝ 키에 빠른 발과 강한 힘을 두루 갖춘 스트라이커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는 데 아주 능하고, 결정력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조규성은 손흥민, 오현규와 또 다른 유형이다. 조규성은 188㎝ 키에 높은 점프력을 활용한 공중볼 장악에 아주 능하다. 유럽에선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지고 있다. 한 예로 아스널은 2023~2024시즌부터 세트피스로만 무려 43골을 넣었다. 아스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압도적 세트피스 득점 1위다. 아스널은 2025~2026시즌에도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해 리그 선두 질주를 이어간다. 조규성의 대표팀의 복귀는 세트피스 득점 확률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표팀은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스트라이커로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도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