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北 사이버공격 대비하라"...우주안보 시험대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11월 27일 오전 0시 5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전까지 발사 전 과정을 책임졌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발사부터 2027년 6차 발사까지의 운영을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넘긴다.
이번 발사는 기술 실험을 넘어 한국의 우주안보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우주안보학회 상임이사인 엄정식 공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주간조선과 만나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와 군이 협력하는 '한국형 우주안보 체계'의 첫 검증 무대”라며 "다만 실제 안보 체계로 작동하려면 제도적 조율과 위협 대응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엄 교수는 2020년 이후 관련 도서만 5권 이상을 펴낼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우주안보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누리호 4차 발사는 과학기술을 넘어 우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우리 활동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응하는 ‘우주안보 체계’의 출발점이 될 사건”이라며 “이는 국제협력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군 등 민·관·군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발사는 국내 우주 기술이 단일 주체에서 다자 체계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엄 교수는 “우주안보 역량은 정부의 기획과 지원, 군의 수요와 참여, 민간의 기술 혁신과 시장 창출이 결합될 때 완성된다”며 “이 구조는 향후 우주 전력의 실제 운용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로우주센터 인근에서 민간 발사장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데, 상업용 위성 발사와 국방 자산 검증에 모두 활용될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동시다발적 성과는 세계 7위 수준의 우주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발사 성공만으로 국내 우주 개발이 순탄대로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엄 교수는 최근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 잔해가 멕시코 연안에 떨어져 오염을 초래해 멕시코 대통령이 제소를 검토한 사례를 언급하며 외교·환경적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위협 역시 경계해야 할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북한은 2022년 우주개발법을 수정해 국방 목적의 우주 이용을 명시하는 등 우주 능력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며 “발사 과정에서 북한이 사이버 공격 등 의도적 방해를 감행할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발사장 오작동이나 침입 대응 등 초기 단계 위협은 논의됐지만, 발사체·위성체에 대한 사이버 위협 대응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며 “차기 발사에서는 상업·과학적 목적뿐 아니라 안보 위성 탑재도 고려하고, 발사 전 과정에 따른 위협 대응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한국 우주안보 체계가 보완해야 할 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의사결정과 책임을 총괄하는 거버넌스 구축이다. 그는 “현행 국가우주위원회의 역할은 최종 의결 단계에 그치고, 우주항공청은 산업을 총괄하지만 안보까지 조율하지는 못한다”며 “대통령실 차원의 국가 우주안보 전략서를 발간하고, 산업과 안보를 아우르는 강력한 우주총괄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우주안보 전문 인력 양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도 전문 인력 양성이 우주개발 선순환의 출발점으로 제시된 바 있다. 엄 교수는 “과학·산업 인력뿐 아니라 안보 특성과 활용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