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항명? 민주당이 사법부냐"...항소포기 후폭풍

대장동 수사 검사들의 토로

2025-11-14     권아현 기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검찰청. photo 뉴스1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던 강백신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까지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국기문란’ ‘항명’으로 규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13일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검사들의 반란을 가용한 모든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저지·분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를 위해 검사도 다른 공무원처럼 해임·파면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으로 기존 검사징계법을 대체하는 법률안을 직접 대표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해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정청래 대표가 검사 징계 범위에 파면을 추가하는 내용의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는 만큼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속히 병합 심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장동 수사팀 검사들은 “민주당이 사법부냐”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대장동 수사팀에 몸담았던 핵심 인사는 지난 12일과 13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사법부가 된 것 같다”며 “민주당이 법원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관도 아닌데 1심 판결에 대해서 2심, 3심이 어떨지를 미리 얘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설득력이 있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약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죄가 무죄가 나왔을 때 ‘항소심 가도 바뀔 게 없다’며 항소를 안 하겠나. 윤 대통령이 100억원이라는 뇌물을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2심, 3심을 안 할 건가”라며 되물었다.

또한 검찰 내에서 집단성명과 입장표명 요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민주당 등에서 ‘항명(抗命)’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설명을 요구할 수 있지 않나. 설명 없이 항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 (항소 포기 결정 사태 당시) 실제로 현장에 있었던 수사팀과 공판팀 검사들이 직접 경험한 사실들만 정리가 된 것이고, 나머지(의사결정)는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하도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해주십시오’ 하는 취지다. 더군다나 공판팀이 거의 와해돼 접수시키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추상적인 입장만 나오고 있지 않나. 재구성된 타임라인에 대해 논의과정은 어땠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밝히면 정당한 지시였는지 부당한 지시였는지 확정이 되지 않겠나. 그 설명을 듣고 나서 우리(수사팀)가 수긍할 수 있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판단 근거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수사 및 공판 검사들 입장에서는 최종적인 결정 지시만 받은 것이다. 판단 경위 등 어떻게 이 의사 결정이 일어난 건지 (궁금하다).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작동됐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다른 의도가 있어서 시스템이 망가졌으면, 확인을 해서 고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리적 부분이기 때문에 논란이 있고, 판사마다 생각이 다 다르다”고 하며 “그래서 3심이라는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지만, 과연 상급심·상소의 기능을 무시하자는 주장이 합헌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7000억, 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이) 가져갔지 않나. 환수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1심이 맞다 치더라도 대법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갈등설? 

한편 1차 수사팀 지휘부는 강백신 검사 등을 비롯해 이번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2차 수사팀 검사들을 향해 ‘선택적 문제제기’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3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최근 1년간의 공판 과정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인물들이 ‘선택적 문제제기’라고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선택적 문제제기’”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1차 수사팀 검사 일부 인원도 2차 수사팀에 소속돼 있다”라고 설명한 이 인물은 “1차 수사팀 지휘부도 중간에 한 번 바뀐 바 있다. (교체되기 전 1차 수사팀 지휘부가) 언론 인터뷰에 임한 것인데, 대장동 사건 핵심인 ‘배임죄’가 아닌 ‘횡령’ 등에 대해 기소를 했었다”며 “그 두 분은 2차 수사팀에 남겠다는 입장 표명도 안 한 것으로 알고, (2차 수사팀 출범 이후) 한 번도 연락이 없는 등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항소 포기 사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선택적 문제제기라며 정치적 논리를 얘기하니 의도가 뭔지 모르겠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입장을 표명하려면 1차 검사들 의사를 다 모아야 하지 않나? 그때 당시 차장, 부장뿐만 아니라 같이 일했던 검사들, 그 뒤에 공판하면서 고생했던 검사들의 의견도 취합하지 않고, (지휘부끼리) 저런 정치적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수사팀 검사들과) 회의라도 한번 했어야 한다. 검사들끼리 연락 주고받은 것도 없이 뜬금없이 얘기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법무부와 교감하고 의논해서 (인터뷰) 한 건지 물어보고 싶다.”

현재 검찰 수뇌부가 사의를 표명한 만큼 관심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쏠리고 있다. 정 장관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재판 항소 포기 경위를 규명할 특검과 국정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어떤 결단이 국회에서 있든지 다 수용할 자세는 돼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장관 말대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특검을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사실을 밝혀달라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정 장관의 이러한 주장은 결국 국회로 공을 떠넘겨 물타기하려는 의도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 다수당이 민주당인데, 민주당에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받겠냐”며 “시간을 끌면서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