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괴책방·털공'...文·김어준도 공격하는 개딸들

2025-11-15     이황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법사위원장)와 대화하고 있다. photo 뉴스1

여권이 감추고 싶어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의 이른바 ‘명청 갈등’은 적어도 지지자들 사이에선 현실화된 전쟁이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 대표를 노골적인 단어로 비난하고 있고, 정 대표 지지자들도 이에 맞서고 있다. 지지자간 이러한 갈등은 언젠간 분출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시점이 다소 빠르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갈등 구도가 명청을 넘어 이재명 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여 성향 유튜버의 구도로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 등에서 활동하는 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정청래 대표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신조어를 만들거나 일상적인 언어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는 이 대통령의 최대 지지 집단인 ‘재명이네마을’과 더불어 온라인에서의 민주당 여론을 보여주는 대표적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여기서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는 ‘즙쩔래’와 ‘멍텅래’다. ‘즙쩔래’는 정청래 대표가 대외 행보 중 감정적인 호소에 나서는 상황에서 카메라에 비칠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비꼬는 단어로, ‘멍텅래’와 더불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호칭이다. ‘즙쩔’은 울며 눈물을 흘리는 행위를 ‘질질 짠다(즙을 짠다)’로 비하하여 표현한 것에서 파생됐다. ‘멍텅래’는 ‘멍청이’ 혹은 ‘멍텅구리’와 같은 부정적인 어감을 ‘정청래’ 이름과 결합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특정 언론 보도에서 정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 불만을 드러낼 때 이 호칭이 주로 사용된다. ‘멍텅래’라는 호칭은 정 대표가 2017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턱받이를 착용하고 환자에게 봉사활동을 한 것을 비꼬며 올린 사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로 알려졌다. 당시 정 대표는 오른발을 계단에 올리고 왼발 구두끈을 묶는 모습을 연출하며 반 전 총장을 비판했다. 해당 사진은 최근 민주당 대표가 된 후 ‘반(反) 정청래’ 집단에서 재조명을 받았고 연출된 행위 자체를 ‘멍청하다’고 비꼬는 여론이 생성된 것이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같은 호칭을 사용하며 ‘정청래를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특히 재판중지법, 부동산 문제, 검찰 문제와 관련해 대외적인 발언이나 당론 제시에도 소극적인 정 대표의 행보를 주로 비판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정청래를 쫓아내지 않으면 검찰개혁에 실패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 외에도 비난 여론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어준씨를 향하고 있다. 강성 친명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운영되는 평산책방을 ‘성괴책방’으로 낮춰 부른다. ‘성괴’는 ‘성형괴물’의 준말로, 성형수술을 자주 하여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변한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해 쌍꺼풀수술을 하고 언론에 등장한 것을 두고 문 전 대통령을 ‘성괴’라고 낮잡아 부른 것에서 비롯됐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적 표현은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 성향 지지층에서만 주로 나타났었기에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런 표현을 부르는 건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해서는 ‘털공’이라는 멸칭을 사용하고 있다. 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공’ 자를 따오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것을 비꼬며 ‘털’이라는 단어를 합쳐 만들어진 단어다. 주로 김씨, 혹은 김씨의 방송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이들 사이에서 김씨는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보다 실권 장악력이나 영향력이 더 높은 인물로 평가되며 ‘정청래가 김어준에게 조아린다’ ‘공천받고 싶으면 털공 나가서 큰절 올리면 된다’라는 식으로 김씨를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더불어민주당 주요 지지층 사이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당대표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 지난 6월 김씨가 기획한 토크콘서트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여권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문 전 대통령에게 ‘형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 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는 댓글. photo 디시인사이드 캡처

민주당 내분 본격화하나 

강성 친명 지지자들의 분노가 정 대표를 넘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어준씨로 향하는 이유는 양측의 정치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은 전통적인 호남 세력에 PK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무현계다. 정 대표 역시 노 전 대통령 팬클럽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 회원 출신이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은 성남시 라인이 중심이다. 지지기반만 놓고 보면 이 대통령 쪽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 집권 기간 친문 지지자들이 친이재명계 지지자들을 조롱하거나 비난한 구원이 남아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정치판의 양념’이라고 표현했다. 반윤석열이란 기치 아래 양쪽이 힘을 합해 정권을 되찾아왔지만, 원래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다.

이처럼 ‘명·청 갈등’이 본격화되면 민주당 내 지지 기반이 양분되고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도 지각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월 5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유동철 동의대 교수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 교수는 ‘후보 면접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며 “제가 친명계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한다. 그 추측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시점부터 민주당내 내분은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민주당 내에서는 ‘성장파’와 ‘평등파’ 간의 대립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인사 영입 문제가 발생했다. 전통적 민주당 세력인 ‘평등파’가 이 대통령이 키우려고 하는 ‘성장파’에게 텃세를 부린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