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전격 SWOT분석

[여의도 깔깔깔] 한동훈 강점·약점·기회요인·위협요인 분석해보니

2025-11-16     이석현 정치평론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2일 서울 종로구 나온 씨어터에서 제2연평해전을 다룬 공연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세종시 관가에 유구한 속담이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은퇴했던 올드보이 고위공직자들이 총리로, 장관으로 재소환되는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불출마 당시만 해도 그의 정치 인생은 사실상 막을 내릴 것처럼 보였다. 본인 유튜브에서 ‘한국영화 이상형 월드컵’을 할 때에는 이마를 짚지 아니할 수 없었다. FIFA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 나온 고(故) 마라도나가 만연한 미소로 ‘아르헨티나’ 쪽지를 펼치던 모습이 겹쳐졌다. 대형 정치 유튜버의 등장에 극소 유튜버로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던 기억이다. 그러던 그가 다시 태어나고 있다. 

쿠팡 새벽배송을 둘러싼 정책토론을 시작으로 대장동 재판 항소포기 이슈까지 요즘 공중파 라디오, 유튜브 등에서 그를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식으로 말하면 “미쳐 날뛰고 있다”. 꺼질 것만 같았던 ‘한동훈’이라는 불씨에 현미경을 들이대기로 결심한 이유다. 그의 강점과 약점, 앞으로의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은 무엇일까? 간단한 SWOT 분석 틀을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Strength (강점): 멋짐 강박과 문화 갬성

1) 멋짐 강박

그는 멋지고 싶어한다. ‘강점’이라고 해놓고 야박하게 ‘강박’이라는 말을 썼다. 원래 모든 장점은 단점이기도 하며 그 역도 성립한다. 그럴듯한 말로 고쳐보자면 ‘존엄하고 싶은 욕망’이다. 누군가는 이를 ‘똥폼’이라고 격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설사 그 ‘똥폼’이 때로 미간이 찌푸려지고 소화기관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오늘날의 혼탁한 정치판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로를 “곽꽥꽥” “서팔계”로 부르고, 양자역학 공부에 매진하느라 딸의 결혼식을 챙기지 못하며, 복부를 세차게 맞대는 ‘배치기’가 난무하는 전무후무 국회에서라면 이는 귀한 미덕이 된다.

최근 그는 “한동훈 총으로 쏴버리겠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자 절제된 반응을 내놓았다. 더 소란스럽게 분노해야 빛나는 시대, 스스로 더 혹독한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것이 성공 방정식에 가까워진 여의도 트렌드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괜찮아, 내가 할 일이 뭔지 알아.” 계엄 당시를 회고한 책에서 그는 자신의 첫 반응을 이렇게 기록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는 고전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흑백톤 독백이지만 그 멋지고자 하는 욕망이 결국 집권여당 대표의 지체 없는 계엄반대를 이끌어냈을지도 모른다. 그의 ‘존엄하고 싶은 욕망’이 21세기 뉴노멀 한국정치에서 순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이유다.

2) 문화갬성

그는 ‘영피프티’다. 1970년대생 X세대의 일원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영포티’ ‘영피프티’라고 손가락질받는 세대지만 그들이 실제 문화적 세례를 듬뿍 받은 세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1990년대 초반의 문화 개방과 소비 문화의 폭발은 그들을 대중문화 지식에 해박한 X세대로 만들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 JYP 박진영 PD, 봉준호 감독 등 K문화의 세계적 제패를 이끌고 있는 많은 이들이 그 시절 문화적 세례의 유산이다.

하물며 한동훈 전 대표는 우리 시대 대표적 주당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달리 술자리 문화와도 거리가 멀었다. 퇴근 후 남들이 음주가무를 즐길 때 그는 온갖 책과 음반과 나무위키의 은하수를 여행한 ‘집돌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그의 유튜브를 보면 ‘이 와중에 한가하게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그 압도적 ‘덕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정치권에서 이 정도 문화적 내공이 있는 정치인은 민주당 김성회 의원 정도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그도 1970년대생 ‘영피프티’다.)

이러한 유형의 정치인은 분명 이례적이다. 정치인 브랜딩의 관점에서 이는 대중적 공감을 확장하는 데에 큰 장점이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다층적 경로를 통해 형성된다. ‘그 인물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어서’에 더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도 좋아해서’라는 이유도 호감의 연유가 된다. 매번 유튜브 방송을 통해 그는 영화, 드라마, 가수 등 광활한 자신의 취향을 맹렬히 투하한다. 가히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다. 호감 획득의 주요 무기 중 하나를 한 전 대표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채널 ‘영화 월드컵’이란 주제로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photo 한동훈 유튜브 채널 캡처

Weekness(약점): 정체성과 깐족 이미지

1) “우파 맞냐?”

가장 큰 약점은 이념적 지향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전 대표는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그동안 보수가 진심을 보이지 못했던 복지국가, 한동훈이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며 영유아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혜택을 보장하는 ‘한평생 복지계좌’를 내세웠다.

이러면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김이 샌다. 취약계층에 대한 공감과 대안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대안을 진보 진영의 복지국가 비전에서 차용하면 우파 유권자들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밀턴 프리드먼이 이야기했던 ‘음의 소득’부터(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실험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 등 우파 버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설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이는 정책적 대안이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는 행보와 메시지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는 과제다.

이러한 경향성은 최근 보수정당에서 발견되는 고질적인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탐욕스러운 부자정당이 아니다’라는 점을 서둘러 해명하려는 수세적 태도. 2010년대 민주당발 무상복지 시리즈의 부상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좌클릭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기조의 한계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예와도 맞닿아 있다. ‘완고한 안보의식’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사회적 경제’를 주창하고 ‘따뜻함’이라는 태도적 가치를 이념적 깃발로 내세우는 정치인을 우파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다.

2) ‘깐족’ 이미지

한 전 대표의 토론 방식을 두고 나오는 비판이다. 그런데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면모이기도 하다.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 대정부질문과 상임위원회 질의응답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벌였던 일기토는 그를 ‘조선제일검’에서 정치적 장수로 변모시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용장이면서도 덕장이기를 요구받는 정치인이다. 최근 새벽배송을 둘러싼 토론에서 지적받던 ‘깐족’ 이미지, 소위 ‘이겨먹으려는’ 태도가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 불같은 호승심은 늘 흑염룡처럼 가슴속에 남아 꿈틀댈 터, 봉인을 위한 상당한 수고가 필요할 것으로 추측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2025 대학생시국포럼-제1차 백문백답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Opportunity(기회): 당내 경쟁자 부재

가장 큰 기회요인은 국민의힘 내 뚜렷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양당제 국가에서 보수정당의 중심축을 담당하던 국민의힘이 급격히 오른쪽으로 내달리며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정치적 미아가 되었다. 부정선거론과 윤어게인과 전유관 선생에 환호하지 못한 이들은 일부 개혁신당에, 또 일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실용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이 무중력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정치인은 좋든 싫든 한동훈 전 대표 외에 꼽기 힘들다.

또 하나의 기회요인이자 과제는 문화전쟁 이슈다. 최근 1세계 선진국에서 이민, 페미니즘, 환경주의, 동물복지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전쟁 의제를 직면하지 않고 돌풍을 일으킨 보수계열 정당과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트럼프, 이탈리아의 멜로니,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르펜과 바르델라, 독일 독일대안당(AfD)의 바이델, 스페인의 복스(Vox), 일본의 참정당 등 예시는 무궁무진하다.

법무부 장관 시절 한 전 대표는 이민청 설립을 주도하며 동화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대선 경선 때는 환경 관련 PC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일관된 세계관으로 정립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한 전 대표에게 경제적 우파 세계관의 장착이 1단계 필요조건이라면 사회문화적 우파 세계관의 장착은 확고한 보수진영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2단계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Threat(위협): 당내 비호감

단연 당내 비호감이다. 부모의 원수도 이렇게 미워하긴 힘들다. 그동안 같은 길을 지나간 선배들이 있다. 비주류의 대명사 홍준표 전 시장부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전 의원), 유승민 전 대표, 이준석 대표 등 보수정당 주류에 맞섰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있었다.

참고할 모델은 단연 2022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당시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내 다수파를 구성한 방식은 내부의 합종연횡이 아니었다. ‘청년세대’라는 당 밖의 새로운 지지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설령 당장 눈에 보이는 표심이 아닐지라도 새 지지층을 통해 민주당과의 일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청사진을 보고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당내 적잖은 기성세대가 이준석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다. 앞서 언급한 문화전쟁 의제가 청년세대의 주요 관심사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짧은 분석을 마치며

‘너는 누구의 편이냐’는 질문은 언제 들어도 숨막힌다. 당장 이 글에도 ‘OO견’이니 하는 비난이 붙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연사 간곡히 외친다. 한동훈 전 대표든 이재명 정부든 누구든 제발 잘 해줬으면 좋겠다. ‘이기는 편 우리 편’이 아니라 ‘잘하는 편이 곧 우리 편’이다. 많은 정치, 저관여 중도 유권자들이 이러한 마음으로 2025년 한국정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정치사상 과목을 강의했던 모 교수가 했던 말로 맺는다. “사상과 연애만 하세요, 결혼은 하지 마세요.” 정치 사상과의 일정한 거리감을 강조한 말이었다. 정치의 엔터테인먼트화가 가속화되어 어느덧 지지자와 정치인이 물아일체의 경지까지 이르게 된 오늘이지만 나는 담대하게 이 말을 변형해볼까 한다. “정치인과 연애만 합시다, 결혼은 말고요.”(번역: 각 지지자분들, 나 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