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설렌다는 남자 체취...비결은 향수가 아니라 '이것'?
“한국 사람에게는 마늘 냄새가 난다” “서양인들에게는 버터나 고기 냄새가 난다” “인도 사람 가까이 가면 카레 냄새가 난다”…. 이런 말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각 나라마다 독특한 음식을 자주 먹는 데서 비롯된 말일 수 있다. 실제로 그럴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나 호르몬, 위생 상태뿐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도 사람 체취가 달라지며, 이는 파트너의 호감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애정생활에 관한 한 식단이 미치는 영향은 허리에 살이 몇 킬로그램 붙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지난 11월 4일 영국 BBC는 음식 섭취가 사람의 체취와 매력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남성이 과일을 많이 먹으면 체취가 약해지고, 사흘쯤 꾸준히 파인애플을 먹으면 심지어 땀 냄새도 달콤해져 여성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등의 내용이다.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한 것은 후각이다. 보거나 들은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만, 후각은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독특한 향의 향수 사용이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2001년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 박사는 코끝을 스친 냄새에 옛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후각과 기억을 처리하는 뇌 영역이 연결돼 있어 향기의 기억이 저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늘 황 성분, 구취 유발하지만 체취 매력적
과학자들은 남성의 각진 턱이나 여성의 가는 허리, 얼굴의 균형 등이 이성에게 어떤 방식으로 유전적 신호를 보내는지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왔다. 그러나 한 유전자가 이성을 끌리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가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오히려 체취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 사회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영국 스털링대의 크레이그 로버츠 교수는 인간 체취와 매력, 유전적 요인의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여성들이 남성의 체취를 맡음으로써 파트너로서의 유전적 적합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만큼 체취가 상대의 건강 상태나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한다는 게 로버츠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체취는 왜 먹는 음식에 따라 변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음식물에 포함된 특정 성분이 소화·대사 과정에서 체내로 흡수되어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순환할 때, 일부 화학 성분이 피부의 땀샘을 통해 배출되거나 땀과 피부의 세균이 해당 성분을 분해하면서 독특한 냄새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독특한 냄새를 유발하는 주요 물질은 크게 세 가지다. 그중 하나가 ‘황(S)’ 성분이다. 마늘·양파 등의 향신료 작물과 양배추·브로콜리·콜리플라워 등 일부 십자화과 채소에는 황이 다량 포함돼 있어 체취를 강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마늘은 알리신 성분 외에도 디알릴디설파이드·알릴메틸설파이드·알릴머캅탄 등 여러 종류의 황화합물이 풍부해 입에서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땀구멍을 통해 강한 악취를 풍긴다.
그런데 이러한 마늘을 많이 섭취한 남성이 여성들에게 호감을 더 많이 산다는 연구 결과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2015년 체코 카를대와 영국 스털링대 공동 연구팀은 남성 42명에게 생마늘을 먹였다. 그리고 12시간 동안 겨드랑이 패드를 착용하게 한 다음, 마늘 섭취 전과 후의 땀을 채취해 여성 82명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여성들은 냄새에 따라 쾌적함, 매력도, 남성성, 강렬함 정도를 평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여성들은 마늘을 먹기 전보다 먹은 후의 체취가 더 쾌적하고, 매력적이며, 성적으로 호감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다만 마늘 섭취량은 이러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당시 연구를 이끈 얀 하블리체크 교수는 “마늘의 항산화·항균 특성이 건강을 증진시키기 때문에, 여성은 양질의 음식을 확보할 능력이 있는 남성의 냄새를 건강하다는 신호로 여겨 더 매력적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달콤한 체취 위해선 고기보다는 채소·과일
마늘이 남성의 성적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은 아니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한 남성 또한 체취가 달콤한 향에 가까워 여성들이 더 매력을 느꼈다. 2017년 호주 맥쿼리대의 심리학자들은 남성 43명이 24시간 동안 입은 티셔츠의 냄새를 여성들에게 맡게 해 남성의 식습관과 매력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43명의 남성들에게는 섭취한 음식이 무엇인지 설문지에 적도록 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채소와 과일 등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한 남성들에게서 달콤한 과일 맛이나 꽃향기에 가까운 체취가 풍겨 설렌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선 연구에선 카로티노이드 성분 때문에 생기는 황색 피부가 파트너에게 시각적으로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카로티노이드는 광합성 생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색소다. 반면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섭취한 남성의 땀 냄새는 매력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의 냄새를 만드는 또 하나의 물질은 ‘질소 화합물’이다. 육류나 생선 중심의 식사를 할 경우, 아미노산과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질소 화합물이 발생해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또 생선의 ‘콜린’ 성분은 비린내가 나는 ‘트리메틸아민’이라는 화합물로 변하고, 이것이 호흡과 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비릿한 체취가 날 수 있다.
그럼 붉은 고기 섭취가 체취 매력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2006년 하블리체크 교수는 이를 검증했다.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 육류 또는 비육류 식단을 섭취하게 하고, 마지막 날 24시간 동안 겨드랑이 패드를 착용하게 했다. 이후 체취를 수집해 여성들에게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고기 없는 식단을 섭취한 남성들의 체취가 더 매력적이고 덜 강렬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 또한 채식한 남성의 체취가 더 순하고 호감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블리체크 교수는 여성의 냄새가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평소처럼 식사한 여성과 48시간 금식한 여성의 겨드랑이 땀 냄새를 남성에게 맡게 한 결과, 금식한 여성의 땀이 조금 더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지방 산화에 따라서도 우리 몸의 냄새가 결정된다. 피부에서 분비되는 기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돼 고유의 냄새를 만들어낸다. 이외에도 흡연자의 특유한 냄새, 음주 후 나는 냄새 등은 잘 알려져 있다. 끝으로 궁금증 하나. 그럼 데이트를 앞두고 언제 마늘과 채소를 섭취해야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과학자들은 마늘은 최음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섭취하면 된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