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중기 특검, 과거 '무상증자 뇌물 아냐' 판결...투자 의혹과 맞닿나
내부정보·무상증자·주가 상승...두 사건의 '평행선' 의문 커져
김건희 특검을 이끄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방법원 시절 ‘특혜성 주식을 얻은 뒤 무상증자가 실시돼 추가로 얻은 주식은 뇌물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 특검이 무죄판결을 내린 사건은 얼마 전 민 특검과 관련돼 불거졌던 ‘주식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사건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따라서 비슷한 사건에 직접 무죄 판결을 내렸던 민 특검이 자신의 투자행위 일부가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걸 이용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간조선의 취재에 따르면 민 특검은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현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2002년 7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수재)으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김씨는 벤처기업 A의 코스닥 상장 투자심사 편의를 봐준 대가로 해당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혐의를 받았다.
1999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A기업의 주거래은행 지점장이던 김씨는 해당 기업의 투자심사 의뢰서를 유리하게 꾸며줬다. 이후 7억원 규모의 투자를 실제로 성사시킨 뒤 A기업 측에 자사 주식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같은해 4월 28일 아내의 명의로 1주당 3만5000원, 총 4000주를 1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재판부는 “개인투자자가 더 이상 입수하기 곤란한 주식을 사들였다”며 “장래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받아 그 직무에 관해 이익을 수수했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A기업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20일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김씨는 기존 4000주 이외에 6245주를 무상으로 취득해 총 1만245주를 보유하게 됐다. 김씨가 처음 사들인 주식보다 무상증자로 얻은 주식이 더 많아진 것이다. 1999년 11월 코스닥 상장 이후 A기업의 주가는 주당 23만8000원까지 올랐는데, 김씨는 여러 번 주식을 매도해 모두 14억5759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A기업은 2001년 적자전환한 뒤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에 합병됐다. 우회상장을 통한 전형적 작전주였던 셈이다.
민 특검은 그런데 김씨가 무상증자받은 6245주도 뇌물 수수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7억원 투자를 받은 이후 곧이어 무상증자와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며 “예정대로 6개월 이내 상장될 경우 주가가 폭등할 것을 예상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무상증자로 추가로 주식을 취득했어도 당초의 수재행위로 얻은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 불과해 별도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김씨가 실형과 별도로 부과받은 추징금도 4000주만 따진 2억4400만원에 그쳤다. 해당 판결은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도 뒤집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무상증자가 예상되는 주식을 받았다면 뇌물로 판단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상증자가 될 줄 몰랐다면 법리적으로는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하니 (민 특검의 판결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무상증자가 예측됐다면 뇌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듯 민 특검은 당시 판결문에 김씨가 무상증자와 코스닥 상장이 예정돼 있는 상태로 주식을 수수했다고 판시했다. 해당 관계자는 “주가조작을 계획한 사건들에서는 무상증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민중기 본인 사건과 얼마나 유사?
이 사건은 최근 불거진 민 특검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의혹과 비슷한 점이 많다. 민 특검은 태양광 테마주였던 네오세미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10년 1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해당 주식은 상장 10개월 만에 분식회계가 적발돼 상장폐지됐는데, 민 특검은 적발 직전 주식을 전량매도했다. 네오세미테크의 대표는 민 특검과 대전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동문인 오명환씨라는 점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거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 전 대표는 2010년 2월 26일 회계법인으로부터 추가 실사 계획을 통보받아 분식회계 적발 사실을 인지했고, 차명 계좌를 통해 약 24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의혹의 핵심은 민 특검이 동문인 오 전 대표가 분식회계를 인지한 뒤에 주식을 매도했는지 여부다. 민 특검은 “대전고 동창 소개로 20~30명이 함께 투자했다”는 입장문을 내면서도 구체적인 매도 시점을 언급한 적은 없다.
민 특검은 당초 1만주를 가지고 있다 무상증자를 통해 보유량이 1만2036주까지 늘었다. 당시 네오세미테크에 투자했다 상장폐지로 피해를 본 소액 투자자는 7000여명이다. 이들 가운데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이 ‘로비용 선물’로 오갔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공교롭게도 오 전 대표의 두 자녀들도 민 특검과 동일하게 상장 전 1만주씩 가지고 있다가 상장 후 1만2036주가 됐다.
두 사건은 내부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의심되는 점, 주식 매입 후 이뤄진 무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주식을 받았다는 점, 코스닥 상장 후 주가가 크게 오른 뒤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점, 해당 주식이 대가성으로 의심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특검은 이에 대한 주간조선의 질의에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네오세미테크는 특검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도중 언급된 회사이기도 하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증권회사 직원과 “(네오세미테크) 공매도하는 걸로 (정보를) 먼저 받았다”며 “엄청 오를 거다”라고 통화하는 녹음파일을 제시한 걸로 알려졌다. 주식을 잘 모른다는 김 여사가 어떻게 이런 회사에 투자했는지 물은 것이다.
한편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민 특검을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해 현재 서울 종로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11월 7일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당시 김 사무총장은 “(민 특검이 과거 주식 거래로 이익을 얻는 사실이) 이해충돌 문제를 떠나서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특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