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싸도 안 팔린다...영종도가 '유령도시 실험장'이 된 진짜 이유

2025-11-23     영종도(인천)=이황희 기자
인천 중구 영종대교 남단에 글로벌 해양관광단지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던 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 토지. 진행된 공사 없이 빈 땅만 남아있다.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월 18일 인천광역시 영종도 일대에서 추진되다 중단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 부지 인근은 황무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해당 부지가 위치한 주소지(인천광역시 중구 중산동 1995번지 일원)에 들어서자 텅 빈 땅에 펜스와 바리케이드들만 길목에 늘어서 있었다. 신호등·표지판 등은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고, 도로는 깨끗하게 포장된 상태였다. 신호등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대략 330만㎡(100만평)에 가까운 자갈밭 부지 위에는 억새풀만 자라 있었다. 

이 구역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오가는 곳은 부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골프장(베르힐CC 영종)이었다. 그마저도 바로 인근에 들어오기로 했던 복합시설들의 공사가 진행되지 못해 기타 부대시설이나 상가는 전무한 채로 빈 땅만 들어서 있었다. 도로 옆에서 시설 관리를 하던 한 직원은 “개발이 멈춘 지금은 사실상 유령도시 상태”라며 “골프장 없으면 통째로 텅 빈 쓰레기 땅”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지는 통상적으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재개발 사업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영종도가 아닌 영종도와 인천시 대륙 사이에 끼어있는 ‘운염도’에 위치해 있다. 인천 시내에서도 차로 30분 이상 걸리고 영종역에서도 약 20분이 소요된다. 영종도 중심지에서 운염도까지 가는 길목에는 도로와 공사장만 있었고 중간지점이라 불릴 만한 상권이나 인프라는 조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운염도 안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광역시권에 위치한 소재지라기에는 상권이 거의 없었고 식당, 숙박업소, 상점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운염도 내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인은 “한상(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재개발 사업 부지 밖의 구역들이 애초에 빈 땅이거나 흔히 말하는 시골 동네”라며 “원래부터 관광객들이 찾는 곳은 아니다”라고 했다.

영종대교를 기준으로 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부지 북쪽에 위치한 미단시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도로와 신호등 같은 기반시설을 갖춘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독일 캠핀스키그룹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자본들이 이곳을 개발한다는 소문은 많았지만,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 예산만 들어갔을 뿐 민간자본은 투입된 바 없다.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 재개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카지노 예비허가권 연장도 불허했다. 두 개발부지 모두 여러 개발계획들이 나왔지만, 지금은 유령도시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사업 초기부터 상업성 ‘저평가’ 

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 부지의 경우 민간사업자 진행방식을 통해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항만재개발 사업’이란 이름으로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사업시행자는 일본의 한창우 마루한그룹 회장 등이 출자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로, 지난 2014년 정부와 협약을 맺었다. 한상드림아일랜드는 영종도 내 해당 준설토투기장(332만7000㎡)에 약 2조321억원을 들여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특급호텔, 복합쇼핑몰, 골프장 등 해양종합레저관광단지를 조성하려 했다. 준설토 투기장이란 항만 등을 만들기 위해 수심을 깊게 파면 나오는 모래를 쌓거나 버리는 곳으로, 통상 항만시설이나 친수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본 사업은 2019년부터 부지조성공사에 착수, 2021년에는 준공 준비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이후 개발이 시작될 것으로 보였으나 토지 분양 실패와 이에 따른 시행사의 재정난으로 인해 닻을 올리지 못했다.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모으며 토지개발을 진행했으나,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추진한 토지 분양에 모두 실패했다. 현재 회사는 기한이익상실(EOD) 상태로 금융기관으로부터 PF를 통해 빌린 돈을 당장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당초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은 꾸준히 저평가를 받아왔다. 2019년 3월 착공한 이래로 2023년에 부지조성공사 시점, 그 이후인 2024년 상반기까지도 투자유치로 이어진 부지는 한 곳도 없었다. 2023년 정부 자체 타당성평가에서는 국비를 투입할 만큼의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돼 철도역사와 IC신설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당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측은 “건설경기 자체가 침체 상황이라 투자유치가 어렵다”며 “현장을 보러 오는 투자자가 있긴 하나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밝힌 바 있다.

한상드림아일랜드의 사업 추진 속도가 미진한 것 또한 수 년 전부터 감지돼 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당초 부지조성사업은 2022년 9월까지였으나, 2024년 3월이 되어서야 준공을 마쳤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준공을 수차례 연기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도 본래 계획에서 한참 미뤄진 시점이었다. 최초 협약을 체결한 2014년에는 2021년까지 부지 상부에 모든 시설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현재는 11년 만에 공사가 완료된 골프장만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값이 싸도 안 팔리는 땅”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 표류 상황에 대해 영종도 일대 부동산 업자들은 ‘지리적 요인으로 인한 예견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았다. 운염도 내 또 다른 부동산중개인은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 부지들이) 싼 가격에 분양을 하려 해도 분양이 안 돼서 공매에 들어간 상태”라며 “사업가치가 있으면 진작 사업자들이 달라붙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매로 나온 사업장 토지 16필지는 최초입찰가에서 절반 이상의 비율로 가격이 떨어진 상태로 시장에 나왔는데도 9회 연속 유찰됐다.

영종도 내 한 업자는 “한상보다 앞서 조성된 ‘미단시티’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서 인프라가 그닥 좋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종도 북동쪽 예단포 일원에 사업이 추진됐던 ‘미단시티’는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보다 앞서 ‘유령도시’의 선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도시공사와 주식회사 미단시티개발이 사업시행자로 나선 이 사업은 2007년 카지노 리조트를 표방하며 개발에 착수했으나, 각종 건축 계획들이 무산됐고 현재는 기존 명칭에서 ‘골든테라시티’로 사업명이 변경된 상태다. 해당 도시는 본래 2020년까지 완공 예정이었으나 개발이 계속해서 지연되며, 전체 토지 약 147만5000㎡ 가운데 약 52만㎡가 미매각 용지 상태이며 유보지 면적 역시 13만4000㎡다. 절반에 가까운 부지가 텅 빈 땅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영종도 내에는 ‘영종하늘도시’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등 역시 재정난을 겪은 바 있다. 약 8조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자된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됐으나 현재 다수의 사업이 중단됐다. 인천도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자로 선정돼 비교적 안정성이 높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상업용지 분양 실패, 상업성 자체의 부족 등 원인으로 시설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의 경우 2019년 PF난항으로 사업이 지연되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 중간에 시공사가 변경되기도 했다. 파라다이스시티 사업 역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본래 예상했던 수익성에 한참 미치지 못한 채 영업손실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