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간조선 로고     [2355호] 2015.05.04


[뉴스 인 뉴스] 유전자가위 논란의 배경

병든 유전자만 골라서 ‘싹뚝’

양병찬  약사·과학리포터 

중국의 과학자들이 소위 ‘유전자가위’를 이용하여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교정했다고 해서 말이 많다. ‘유전자가위’라는 개념이 생소한 분도 있을 것이다. 유전자가위란 도대체 무엇일까?
   
   유전자가위란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해당 부위의 DNA를 절단하는 시스템으로,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하는 데 사용된다. 쉽게 말해서, 유전자가위란 옷이 찢어졌을 때 찢어진 부분만 도려내고 새로운 천으로 바꿔 치기 하는 ‘유전자 짜깁기’ 기술이다. 유전자가위는 왜 필요하며, 어떠한 배경하에서 탄생했을까?
   
   일반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약물치료와 수술이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질환의 경우 약물과 수술은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 없다. 이런 유전질환을 원천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유전자치료(gene therapy)다. 1990년대에 면역결핍증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을 때, 유전자치료는 수십 가지의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 치료법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오르니틴 카르바밀 전이효소 결핍증’이라는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한 유전자를 주입받았던 18세의 제시 젤싱어가 4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1999년 발생하자, 효과와 정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의학계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최근 분자생물학의 비약적 발달로 인해 새로운 유전자치료법이 각광받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교정(gene editing)’이다. 기존의 유전자치료법은 고장난 유전자는 그대로 두고 정상 유전자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반해 새로운 방법은 고장난 유전자 자체를 정상 유전자로 수리(교정)해 질병을 고친다. 또한 기존의 유전자치료법은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전달했지만, 새로운 방법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문제가 있는 유전자만을 도려낸다. 따라서 새로운 유전자치료법은 효과와 정확성 면에서 기존의 방법을 능가한다.
   
   유전자가위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기법이지만 단시간 내에 비약적으로 발달해 왔다. 현재 개발되어 있는 유전자가위로는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s·Zinc Finger Nucleases), 탈렌(TALENs·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크리스퍼(CRISPR-Cas9)가 있으며, 각각 1세대, 2세대, 3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원리와 개발 과정을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1.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s·Zinc Finger Nucleases)
   
   1980년대 중반 아프리카 발톱개구리(African clawed frog)의 유전자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특이한 단백질 하나가 개구리의 DNA에 단단히 결합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단백질의 3D 구조를 분석해 보니, 놀랍게도 손가락 모양의 기다란 고리가 개구리의 유전자를 강력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이 고리들의 중심에는 안정된 아연(Zn) 이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손 모양의 특이한 구조를 감안하여, 과학자들은 이 단백질에 징크핑거(zinc finger·아연 손가락)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로부터 10년 후 당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이던 스린바산 찬드라세가란(친구들은 그를 ‘찬드라’라고 불렀다)은, 징크핑거 단백질을 현실에 응용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징크핑거 단백질 하나가 DNA의 극히 일부분(약 3개의 염기)만을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그래 가지고서는 특정 유전자를 겨냥할 수 없었다. 징크핑거를 이용하여 DNA의 특정 부분을 겨냥하려면, 좀 더 기다란 단백질이 필요했다. 찬드라는 간단한 해결책을 하나 생각해냈다. 그는 여섯 개의 징크핑거 단백질을 엮어 3×6=18개의 염기를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유전자의 한 부분을 너끈히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DNA에 결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DNA를 변형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찬드라는 세균들이 자신의 유전자에서 바이러스를 잘라내는 데 사용하는 효소를 빌려오기로 결정했다. 그 효소의 이름은 제한효소(restriction endonuclease). 찬드라는 이 영리한 방어기구가 DNA를 잘라내는 이상적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찬드라는 그중에서도 FokI라는 제한효소를 골랐는데, 그 이유는 DNA를 깨끗이 잘라내기로 명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찬드라는 징크핑거의 ‘DNA 인식능력’과 제한효소의 ‘DNA 절단능력’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징크핑거 뉴클레이즈라는 유전자 가위가 탄생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라는 바이오업체는 ZFNs를 상용화했다. 상가모는 ZFNs를 다양한 질병(HIV, 혈우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2. 탈렌(TALENs·Transcriptor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ZFNs는 작은 수생 개구리에게서 유래하지만, 탈렌은 세균, 특히 식물성 병원체인 잔토모나스(Xanthomonas)에서 유래한다. MIT의 대학원생이던 장펑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체 변형의 복잡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ZFNs는 손가락 같은 돌기로 DNA를 움켜쥐지만, 설계가 어렵고 생산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장펑은 탈렌에 눈을 돌렸다.
   
   탈렌에는 손가락과 유사한 구조가 없다. 탈렌이 DNA에 결합하는 방식을 보면, 세포 내에서 자연히 일어나는 방식을 연상시킨다. 탈렌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절단 대상 DNA의 시퀀스(염기서열)와 정확히 부합한다. 탈렌의 아미노산을 변경하면 결합 대상 시퀀스도 바뀌므로, 단백질을 맞춤식으로 변형하는 방법이 훨씬 더 간단하다. 금상첨화인 것은, 탈렌이 무려 17개의 DNA 염기를 인식하므로, 인간의 DNA 조각을 인식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탈렌이 ZFNs를 추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ZFNs와 마찬가지로, 탈렌이 DNA를 절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효소는 FokI다. FokI를 이용하면 인간의 DNA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탈렌을 비교적 쉽게 설계할 수 있다. ZFNs와 마찬가지로, 탈렌에서도 두 개의 결합체가 유전자 측면에서 접근해 들어간다. 그 다음에는 효소가 이중나선을 절단하여 세포로 하여금 복구할 수 없게 만든다.
   
   연구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탈렌은 질병 모델링에 유용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탈렌이 만든 돌연변이를 이용하여, 질병을 모델링하는 세포주를 만들어냈다. 이는 이상적인 역유전학(reverse genetics) 시스템으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데 유리하다. 현재 C형간염, 고콜레스테롤혈증, 인슐린민감성 등에 관한 질병 모델이 만들어져 있다. 탈렌은 유전체를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고 본질적으로 단순하므로, 인간에게도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크리스퍼(CRISPRs·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1987년 일본 오사카대학교의 과학자들은 흔한 세균을 연구하던 중,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한 유전자 옆에서 특이한 DNA 시퀀스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논문의 마지막 문단에서 그 시퀀스를 언급하며, “이것의 생물학적 의의는 알 수 없다”고 적었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지금, 그 시퀀스의 생물학적 의미가 알려지며, 과학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그 시퀀스의 이름은 바로 크리스퍼. 세균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사용하는 정교한 면역시스템의 일부로 밝혀졌다. 이로써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코드를 다시 쓸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크리스퍼는 유전자가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크리스퍼는 탈렌과 마찬가지로 세균의 항(抗)바이러스 메커니즘에서 유래한다. 크리스퍼는 세균의 전(全) 유전체에 규칙적으로 띄엄띄엄 널려 있는 작은 팔린드롬(palindrome)이다. 팔린드롬이란 ‘DNA의 염기배열이 역방향으로 반복되어,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염기배열이 똑같아지는 구조’를 말한다. ‘소주 만 병만 주소’를 생각하면 쉽다.
   

   크리스퍼의 작용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세균의 유전체 속에 있는 반복된 DNA 시퀀스들은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시퀀스(스페이서)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 이 스페이서는 그 세균(또는 그 조상)을 공격했던 바이러스의 시퀀스로부터 뽑아낸 것이다. 그것은 유전자의 몽타주와 같아, 세균에 요(要)주의 바이러스를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몽타주와 동일한 시퀀스를 만나면 모조리 절단해 버리므로, 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가 또다시 침입하면 파괴해 버린다. 만약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한다면, 새로운 스페이서(증명사진)가 만들어져 사슬의 맨 끝에 첨가된다. 이런 의미에서, 스페이서는 ‘과거의 침입자들을 기록해 놓은 하드디스크’라고 볼 수 있다.
   
   FokI를 사용하는 ZFNs나 탈렌과는 달리, 크리스퍼는 Cas9라는 효소를 사용하여 DNA를 절단한다. Cas9는 FokI와 비슷하지만, DNA를 좀 더 깊이 자를 수 있다. 하지만 FokI와 Cas9의 효과는 똑같다. 둘 다 DNA의 이중나선을 절단하여 세포가 자체적으로 복구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 가지 유전자가위 중에서 디자인이 가장 깔끔한 것은 크리스퍼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가 없고, 말끔한 유전자코드 라인에 절단효소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한 구조를 가진 크리스퍼 시스템은 세포 안으로 부드럽게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단순함은 양날의 칼이다.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은 오발사고를 예방하는 보호장치가 없어,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경우 엉뚱한 부분을 절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의 에마누엘레 샤르펜티에르와 UC 버클리의 제니퍼 A. 다우드나가 이끄는 연구진은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모든 DNA를 절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한편 장펑은 크리스퍼 개발의 선봉에 서서, 돌연변이 세포주와 마우스 모델을 재빠르게 만들어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불과 1년 만에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낭성섬유증, 겸상적혈구빈혈, 자폐증 모델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질병모델 동물을 만들려면 수개월~심지어 수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주 만에 만들 수 있다.
   
   크리스퍼 기술은 광속으로 발달하고 있다. 2014년 2월 중국의 과학자들은 원숭이의 배아에 크리스퍼를 적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배아발생에 관여하는 생리적 유전자를 교정했는데, 현재 두 마리의 어린 영장류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한꺼번에 두 개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었다. 오발사고에 대한 항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퍼의 잠재력을 확실히 보여준 것은 2014년 3월 ‘Nature Biotechnology’에 실린 논문이다. MIT의 과학자들은 티로신혈증(tyrosinemia)이라는 희귀 유전질환에 걸린 마우스의 FAH 유전자를 교정하여 질병을 치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크리스퍼가 동물실험의 영역을 벗어날까 봐 우려해 왔다. 즉 크리스퍼를 영장류에 사용할 경우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체수술(genomic surgery)은 놀랄 만큼 다양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체수술은 개인의 DNA를 영구적으로 변형시키므로, 이런 잠재력에는 윤리적·과학적 우려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2015년 4월 18일,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중국의 과학자들이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인간 배아의 유전체를 변형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질 경우, 원하는 유전자만 갖춘 이른바 ‘맞춤형 아기’가 탄생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위는 암이나 에이즈 또는 유전질환과 같이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이것을 동식물에 적용해서 새로운 농작물이나 가축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골라내 정상 유전자로 바꿔 치는 첨단 유전자가위 기술이 질병 치료 등 인류를 위한 축복이 될지, 인간 유전자 조작 등 새로운 재앙이 될지 과학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참고
   
   적극참고
   ① http://www.popsci.com/article/science/how-dna-scissors-can-perform-surgery-directly-your-genes
   ② http://www.nytimes.com/2014/03/04/health/a-powerful-new-way-to-edit-dna.html?_r=0
   
   단순참고
   ① http://www.nature.com/news/first-monkeys-with-customized-mutations-born-1.14611(번역: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44511)
   ② http://www.nature.com/news/crispr-technology-leaps-from-lab-to-industry-1.14299(번역: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42869)
   ③ http://news.sciencemag.org/asiapacific/2015/04/chinese-paper-embryo-engineering-splits-scientific-community(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58993)

양병찬
   
   약사·과학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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