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주한미군 가족들이 CH-47 시누크 헬기를 이용해 주일미군 기지로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주한미군
지난해 11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주한미군 가족들이 CH-47 시누크 헬기를 이용해 주일미군 기지로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주한미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몰래 기습적인 대북 선제타격을 지시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이다. 미국의 기습적인 시리아 공습 이후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이 한국 측에 사전통보 없이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군은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하려면 우리와 사전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힘든 성격 등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 등 정부는 이에 대해 제도적 안전장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지난 4월 11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시 우리가 미리 알 수 있는지에 대해 “그것(선제타격)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해서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하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며 “그것이 한·미 동맹의 기본 정신”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동맹 군 통수체계는 양국 대통령·국방장관·합참의장으로 구성된 국가통수·군사지휘기구(NCMA)→한·미안보협의회의(SCM)→한·미군사위원회(MCM)→한·미연합사령부의 계통을 밟도록 돼 있다. 선제타격이 이뤄진다면 양국 대통령·국방장관 등의 사전 협의 및 지시 아래 실행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장치 외에 현실적으로도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면 여러 징후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어 한국 몰래 타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시리아 폭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시리아처럼 북한도 기습적으로 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시리아와 북한은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확전과 미국인 피해 가능성이 꼽힌다. 시리아의 경우 확전이나 미국인 피해 가능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어 마음놓고 때릴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의 선제타격에 대해 북한이 전면전 등 확전으로 보복할 가능성은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 검토 때부터 미 정부와 군의 발목을 잡아온 사안이다. 미군 당국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50만~100만가량의 군 및 민간인 피해가 생길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북한은 전면전을 벌이지 않더라도 340문의 장사정포가 수도권을 때릴 수 있고, 1000여발에 달하는 스커드·노동미사일로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비는 주한미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북한군 장사정포는 우리 육군의 K-9 자주포와 공군 전투기들의 정밀유도폭탄 등으로 타격하도록 돼 있다. 북한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발사대는 미군 전력 외에 우리 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 현무3 순항미사일, 공군 F-15K 등이 타격해야 한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한다면 대부분의 한국군 부대들도 확전에 대비해 비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전면전 수준의 확전에 대비하려면 미국은 최소 3개 항공모함 전단과 수백 대의 전투기를 한반도 주변과 주일미군 기지에 파견해야 할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 또한 비밀리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미 연합 작전계획 5015에 따르면 전면전 시 미군은 전쟁 발발 3개월 이내에 69만명의 병력, 5개 항모전단을 포함한 160여척의 함정, 1600여대의 항공기 등이 한반도에 전개토록 돼 있다. 선제타격 시 이렇게 엄청난 전력을 배치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한반도 인근에 있는 칼 빈슨, 로널드 레이건 등 2개 항모 전단으로는 전면전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만명이 넘는 한국 내 미국인의 안전은 선제타격 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미군이 가장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어서 이들 중 상당수를 일본 등지로 대피시킬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우리가 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미연합사에 수백 명의 한국군과 미군 장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것도 우리가 미군의 은밀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한·미연합사에는 수백 명의 한국군과 미군 장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한국군 장교 몰래 미군이 선제타격 준비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최근 주한미군 간부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아직 우려할 만한 특이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와 사전 협의 또는 통보 없이 선제타격을 감행한다면 한·미 동맹은 파탄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이 한국과 협의 없이 제대로 된 전면전 대비도 하지 않고 북한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한·미 동맹 파탄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미국이 진짜 선제타격을 단행할지 알 수 있는 결정적 사전징후들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 내 미국 민간인들의 대피 움직임이 꼽힌다. 현재 한국 내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한국 내에는 미군 2만8500명을 포함해 23만명의 미국 국적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사시 이들을 대피시키는 작전은 비전투원 소개(NEO) 작전으로 불린다. 주한미군의 비전투원 소개작전 대상은 이보다 많은 30만명이라고 한다. 여기엔 미국 국적자 외에 한반도 유사시 참전할 유엔 회원국인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유엔사 회원국 국민 7만명이 포함돼 있다. 미국 NBC 방송도 한반도 유사시 30만명의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것이 미군의 큰 고민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유사시 대부분 배가 아닌 수송기나 민항기로 긴급 대피하게 된다. 항공기는 배보다 탑승 인원이 훨씬 적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군 소식통은 “전면적인 비전투원 소개 작전에는 수주~1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주한미군 기지에 패트리엇 PAC-3와 사드 요격 미사일을 추가배치하는 징후가 꼽힌다. 현재 주한미군에는 64기의 패트리엇 PAC-2·3 미사일이 배치돼 있는데 전면전 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배치가 필요한 것이다.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 검토 때도 패트리엇 미사일이 주한미군에 추가배치됐었다.

세 번째는 북한을 타격하고 전면전에 대비하는 항모전단, 전투기, 폭격기 등 대규모 미군 전력의 한반도 인근 배치다. 현재 한반도 인근 미군 전력 배치는 과거에 비해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전면전에 대비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세 가지 징후가 모두 나타날 경우 미국이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 실제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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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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