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무 교실’이라는 용어를 기억하시는지. 좁은 교실에서 많은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수업받던 모습을 콩나물 시루에 빗댄 표현이다. 1970년경 흔하게 쓰이던 이 용어는 이제 쓸 일이 없을 듯하다.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면서 한 교실에 스무 명 남짓한 학생이 배정되고 이곳저곳에 소규모 학교도 들어서고 있다. 교실당 학생 수 규모만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학생 수당 배정되는 예산 방식이나 학생 인원당 배정되는 교사 인원에 있다. 특히 우리 학교처럼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교사 수급에서 발생하는 문제해결 방안을 찾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학교는 매해 3학급 정도씩 줄어들어 3년 사이에 8개 학급이 줄었고 내년에도 학급이 더 줄 것으로 예측된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학교 안팎에 큰 여파를 몰고 왔다. 먼저 기간제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야 했고 그들이 맡던 과목을 비전공 교사들이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한 선택과목은 수요자의 필요가 반영되기는커녕 교사들이 전공에 영향받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과목으로 개설됐다. 다른 사립학교의 경우 더 심각하다. 사회 교사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음악 교사가 미술을 가르치거나 영어 교사가 음악 관련 교양과목을 가르치기도 한다. 물론 부전공자의 교수, 선택과목 개설 등으로 최소한의 방어는 한 채 운영되고 있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은 아이들의 교육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는 사이 교육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 중학교의 경우 한 학교의 학급 수가 15학급 이하이면 예산 지원의 기준선이 크게 낮아진다. 넓은 집에 살건 단칸방에 살건 똑같이 숟가락, 젓가락, 이불이 필요하듯 학급 수가 줄어도 필요한 예산은 거의 같은데 이런 상황은 고려되지 않는다. 한 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맞춤형 교육을 필요로 한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교사 1인이 책임져야 할 학생 수를 고려하면 먼 나라 얘기이다. 학생 수 감축은 맞춤형 교육을 하기 좋은 환경이다. 분필 하나가 수업 준비물의 전부였던 옛 교실에서는 학생이 많아도 좁지 않았지만,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교실은 20여명의 학생만으로도 꽉 찬다. 교사들의 수업 방식이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금, 한 교실의 학생 수가 적어야 하고 교재 교구를 구입할 예산이 충분해야 한다.

수업 방법 못지않게 변화를 일으킨 것이 수업 소재다. 교과서와 생활 속 사례가 연결되어 창의적인 수업이 실시돼 다양한 교재 교구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 학교의 와이파이 환경도 꼭 필요하다. 다양한 앱을 활용한 수업 형태, 학생 스스로 찾고 조직해 가는 자료 처리, 학생 수준별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동영상 활용 수업 등은 절대적으로 와이파이 환경을 요구한다. 하지만 와이파이 교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교 환경은 수업 방식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예산과 밀접하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교사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유관기관에서 알아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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