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오지영씨는 마스크를 구입할 때마다 손이 벌벌 떨린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는 1개당 3000원. 4인 가족용으로 1만2000원이 든다. 대용량 상품은 좀 저렴한 편이어서 2매들이 5000원, 5매들이 1만1000원 정도다. 그래도 4인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서려면 하루 1만원 정도가 든다. 오씨 가족이 올해 들어 지출한 미세먼지 마스크 값만 15만원이 넘는다.

올해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3월 말 기준 14일. 일시적으로 ‘나쁨’을 보인 날도 많고, 같은 지역이라도 측정장소에 따라 대기질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쁨’ 일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예보를 전적으로 믿기도 애매하다. 지난 4월 12일 에어코리아의 예보는 이런 식이다. “경기도·강원영서는 ‘나쁨’, 그밖의 권역은 ‘보통’으로 예상됨. 다만 수도권·강원영동·충청권·전북·부산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음.” 이 예보에 따르면 서울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송하다. 실제로 오씨는 ‘보통’ 예보를 믿고 길을 나섰다가 목이 칼칼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순식간에 ‘나쁨’ 수준으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 이날도 부랴부랴 약국에 들어가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매했다.

정부 대책 마련 시급

인터넷쇼핑몰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입하면 훨씬 저렴하지만 이 또한 믿기 어렵다. 지난해 인터넷쇼핑몰에서 일반 마스크를 황사 마스크로 속여 판 업체 6곳이 적발됐다. 황사나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없는 방한용 마스크에 ‘미세먼지 완벽 방어’ ‘사계절 바이러스 99% 차단’ ‘황사 마스크’ 같은 허위 광고문구를 사용했다. 식약처가 인정한 미세먼지용 마스크는 KF(Korea Fiter)가 표시돼 있다. ‘KF80’ ‘KF94’ ‘KF99’ 등급이 있는데, 숫자가 클수록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크다. ‘KF80’은 0.6㎛ 크기의 미세먼지를 80% 이상,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일회용이라 한 번 쓰면 버려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세먼지 마스크를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되어 기능이 떨어지고, 한 번 사용한 제품은 먼지나 세균에 오염되어 있으므로 재사용하면 안 된다. 아깝다고 손수건이나 휴지 등을 덧댄 후 사용하는 것도 금지다. 밀착력이 감소해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서 ‘일회용’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등굣길에 5분간 착용해도 일회용, 작업자가 야외에서 3~4시간 이상 사용해도 어쨌든 일회용이다. 이에 대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오씨는 “정부가 권장하는 미세먼지 마스크 사용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에도 미세먼지 마스크 값만 20만원 넘게 들었다. 전 국민이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인데 하나당 2000~3000원이면 너무 비싸지 않나. 올해에는 정부 대책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바뀐 게 없어서 답답하고 실망스럽다. 보급용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급하든지, 가격을 확 낮추든지, 아니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개발했으면 좋겠다.”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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