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다오 단저우시 서북부 해안에 조성 중인 인공섬 하이화다오 매립 직후 전경. 왼쪽 건물은 하이화다오 홍보관이다. ⓒphoto 웨이보
중국 하이난다오 단저우시 서북부 해안에 조성 중인 인공섬 하이화다오 매립 직후 전경. 왼쪽 건물은 하이화다오 홍보관이다. ⓒphoto 웨이보

지난 6월 13일 중국 하이난성의 성도(省都)인 하이커우(海口)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단저우(儋州)시 바이마징(白馬井)진. 베트남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과 베이부만(北部灣)을 사이에 두고 약 290㎞ 떨어진 이곳 해안가에 거대한 인공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공섬의 이름은 바다 위에 핀 꽃을 닮았다고 해서 ‘하이화다오(海花島)’. 하이난다오 본섬과 불과 수백m 다리를 사이에 둔 인공섬 위에는 이미 콘크리트 골조를 드러낸 빌딩 수백 채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었다. 유럽의 어느 거리를 모방한 듯한 건물군(群)은 형형색색의 페인트칠을 끝마친 상태였다. 그 뒤로는 5000개 객실을 갖춘 유럽식 성곽 호텔 4개동이 육중한 위용을 드러냈다. 공사자재를 가득 실은 트럭과 건설장비들은 먼지를 내뿜으며 공사현장을 바쁘게 오갔다.

인공섬 맞은편에 있는 하이화다오 프로젝트 홍보관. 35도를 육박하는 한낮의 열기를 피해 홍보관에 들어가자 지구를 닮은 커다란 돔이 눈앞에 펼쳐졌다. 돔 아래에는 이르면 오는 2018년부터 차례로 모습을 드러낼 하이화다오의 축소 모형이 놓여 있었다. 인공섬 3개로 이뤄진 하이화다오의 규모 자체가 워낙 큰지라 축소 모형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2층 전망대 위로 올라서야 할 정도였다. 2층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코발트빛 남국(南國)의 바다 위에 핀 형형색색의 한 송이 모란꽃을 보는 듯했다. 멀쩡한 바다를 메워 꽃을 닮은 인공섬을 조성한다는 중국인의 대륙적 발상 자체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팜 주메이라 벤치마킹 하이화다오

하이화다오는 중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팜 주메이라’를 모델로 조성 중인 인공섬이다. UAE의 국영 기업인 나킬(Nakheel)이 페르시아만(灣)에 조성한 ‘팜 주메이라’는 중동 사람들이 좋아하는 야자수를 본떠 조성한 인공섬이다. 축구장 600여개 크기(6㎢)의 바다를 매립해서 주거지를 비롯해 최고급 호텔과 쇼핑센터 등을 만들었다. 팜 주메이라는 두바이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랜드마크가 됐다. 팜 주메이라의 성공으로 두바이는 바로 인근에 ‘팜 제벨 알리’라는 또 다른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을 조성 중이다.

‘팜 주메이라’를 경쟁모델로 하이난다오에 조성 중인 하이화다오는 중국인의 스케일에 맞춰 팜 주메이라에 비해 1.5배 더 크게 설계했다. 모두 7.83㎢의 바다를 메워 조성한 부지면적만 8㎢. 총 건축면적은 1300여만㎡에 달한다. 야자수가 모란꽃으로 바뀌었을 뿐 입주시설은 대동소이하다. 하이화다오에는 팜 주메이라에 있는 ‘아틀란티스 더팜’과 같은 랜드마크 호텔을 비롯해 쇼핑센터,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선다. 들어서는 호텔의 객실 수만 유럽형 성곽 호텔 5000실을 비롯해 별장형 호텔 693실, 쌍둥이타워 호텔 400실 등 6000여실이 넘는다. 홍보관에서 만난 관계자는 “쌍둥이타워에는 힐튼호텔이 입주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6월 힐튼 측과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인공섬 가운데 자리 잡은 1호섬에는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같은 영화촬영센터를 비롯해 세계동화테마파크, 수족관을 갖춘 해양테마파크, 열대식물원과 온천을 비롯해 대형 크루즈선과 고급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부두와 요트계류장이 들어선다. 주요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1호섬의 동서 양옆에 조성 중인 2호섬과 3호섬에는 각각 별장, 아파트, 레지던스 등이 일제히 자리를 잡는다. 이 모든 건물을 올리기 위해 하이화다오에 쏟아부은 돈만 약 1600억위안(약 26조원). 하이난다오를 넘어서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십조원의 돈이 쏟아지는 워낙 대형 프로젝트인지라 중국 각지에서 쏠리는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2월에는 중국의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리진자오(李金早) 국가여유국장이 이곳을 찾아 중국 정부 차원의 관심을 보여줬다. 기자를 태우고 간 하이난다오 현지주민 양(楊)모씨는 “2015년 말 최초 분양 때 친구를 따라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지 못했을 정도”라며 “지금은 아마도 남은 집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하이화다오 2호섬과 3호섬에 조성 중인 별장과 아파트 등 주거지를 대상으로 일반 분양을 시작한 첫날 이곳 홍보관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당시 첫날에만 무려 30억위안(약 5007억원), 10일 만에 122억위안(약 2조원)의 분양계약이 체결됐다.

1차 분양이 이미 끝난 지금도 베이징과 상하이의 부자들은 ‘차오팡퇀(炒房團·부동산투자단)’을 조직해 하이화다오 현지를 찾아갈 정도다. 1차 분양 때 하이화다오 현지의 100㎡ 남짓의 아파트 1채를 일찍 분양받은 상하이의 50대 주부 위(余)모씨는 “하이화다오에 인근에 이미 고속철역(바이마징역)이 개통됐고, 곧 가까운 곳에 신공항(단저우공항)도 들어선다”며 “일단 분양만 받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하이화다오 홍보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바닷가 주택은 이미 다 팔렸다”며 “과거에는 집이 사람을 찾았는데, 지금은 사람이 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하이화다오의 벤치마킹 대상인 UAE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하이화다오의 벤치마킹 대상인 UAE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하이난 전체가 경제특구 지정

코발트빛 야자수 해안에 특급리조트, 테마파크까지 모두 갖춘 하이화다오 개발이 끝나면 본섬인 하이난다오 역시 종합휴양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난다오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함께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중국 남부 4개 도시(선전·주하이·산터우·샤먼)에 이어 1988년 섬 전체가 경제특구로 추가 지정됐다. 당시 하이난다오의 경제특구 지정과 동시에 원래 광둥성에 속해 있던 하이난다오는 중국의 31번째 성(省)급 행정구(성·직할시·자치구)로 별도 독립했다. 이 같은 정책 지원에 힘입어 1차 부동산 개발 광풍(狂風)이 온 섬에 몰아닥쳤고, 1988년 경제특구 지정 3년 만에 지가가 무려 400%나 폭등하는 등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어닥쳤다. “돈을 벌고 싶다면, 하이난다오로 가라(要挣錢, 到海南)”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이 같은 하이난다오 부동산 광풍은 1993년 ‘철혈재상’으로 불렸던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가 부동산 규제책을 펼치면서 거품이 터졌다. 급기야 ‘1차 하이난 부동산 거품사태’로 비화됐다. 이후 하이난다오 전체 부동산 대출의 60%가 부실채권으로 변했고, 600여동이 넘는 미완성 건물이 섬 전역에 흉물로 방치되는 등 부동산 거품의 후유증이 심각했다.

하지만 13억 인구를 배후로 가진 중국 최대 휴양지인 하이난다오의 잠재력을 꺾을 수는 없었다. 실제 하이난다오는 1차 부동산 거품사태 이후 미국의 하와이를 직접 경쟁목표로 고급 휴양지로 질적 변신을 꾀한다. 2000년부터는 한국 등 21개국을 대상으로 단체관광 무비자 입도(入島) 제도가 실시됐고, 현재 26개국으로 확대됐다. 2002년부터는 하이난다오 동부의 보아오(博鼇)에서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벤치마킹한 ‘보아오포럼’이 개최됐다. 2010년에는 중국 국무원이 하이난다오를 ‘국제여유섬’으로 지정하면서 전폭적인 정책지원을 받는다. 2011년부터는 일본 오키나와, 한국 제주도를 벤치마킹해 내국인 면세 쇼핑이 허용됐고, 2014년 9월에는 하이난다오 남부 싼야(三亞)의 하이탕만(海棠灣) 해변에 세계 최대 크기의 면세점(CDF몰)도 개장했다.

반면 하이난다오 서부는 그동안 개발 열기에서 소외돼 있었다. 특히 하이화다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단저우 서북부 해안은 하이난다오에서도 궁벽한 어촌마을에 불과했다. 송(宋)나라 때 대문장가이자 정치가로 ‘동파육’이란 요리로 더 유명한 소동파(蘇東坡)가 말년에 귀양살이를 했던 곳이다. 1988년 하이난다오 섬 전체가 경제특구로 지정되고 성(省)으로 승격된 이후에도 성도인 북쪽의 하이커우, 남쪽의 휴양지인 싼야에 비해 발전이 더뎠다. 하이화다오 동쪽에 있는 심수항인 양푸항(洋浦港) 일대가 1992년 ‘국가급 경제개발구’로 지정됐음에도 제지공장 몇 곳이 들어서는 데 그쳤다. 기존 철로가 해안가가 아닌 내륙을 통과하는 까닭에 교통 및 정주 여건이 안 좋았다.

지금은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그간 하이난다오 동부에 집중되던 개발 열기가 서부로 서서히 옮겨가는 중이다. 2010년에는 하이난다오 전 섬을 일주할 수 있는 총연장 612㎞의 환다오(環島)고속도로가 개통됐다. 2015년 말에는 환다오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총연장 653㎞의 환다오고속철도까지 개통됐다. 고속철 개통으로 하이난다오는 4시간11분 만에 섬 일주가 가능해졌다. 2016년에는 기존의 하이커우·싼야 2개 국제공항에 이어 보아오공항이 개장했고, 현재 하이화다오 인근 신공항(단저우공항) 건설도 가시화되고 있다. 하이난다오 동서남북에 4개 공항이 포진하면 하이난다오의 모든 관광지로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

하이화다오에 신축 중인 쌍둥이타워호텔. 힐튼호텔이 입주할 예정이다.
하이화다오에 신축 중인 쌍둥이타워호텔. 힐튼호텔이 입주할 예정이다.

하이난다오, 일대일로 수혜 톡톡

하이난다오는 시진핑 정부 최대 역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정책 수혜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이난다오는 일대일로 중 ‘해상실크로드’를 지칭하는 ‘일로(一路)’의 주요 경유지다. 하이난성은 중국의 23개 성(省) 가운데 육지 면적은 가장 작지만 해양 면적은 가장 넓은 곳이다. 중국 관할 해역의 3분의 2가 하이난성 관할이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지칭하는 남중국해상의 서사군도, 남사군도, 중사군도를 모두 관할한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10개국과의 핵심 관문으로 하이난다오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를 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에 따라 돈이 몰리면서 하이난다오의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연중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고 미세먼지도 거의 없어 은퇴 후 하이난다오로 이주하려는 수요도 상당하다. 지난해 하이난다오의 양대 도시인 하이커우와 싼야의 주택 평균 거래가는 ㎡당 각각 1만위안(약 166만원)과 2만위안을 돌파했다. 외지인들의 투자수요에 따라 집값이 앙등하고 물가가 오르는 조짐을 보이자 지난 4월 하이난성 정부는 하이난다오에 1채 이상의 주택을 이미 보유한 외지인들의 추가 주택매입을 제한하는 부동산 규제책을 내놨다. 현지인들 역시 2채 이상 주택 구매 시 은행대출 비중을 줄이고, 3채 이상 구매 시에는 아예 은행대출 이용을 금지해 버렸다.

부동산 투자수요가 몰리는 하이커우와 싼야 등 6개 지역은 아예 외지인들의 주택구매를 제한하는 지역으로 묶어 버렸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에 따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6월 19일 발표한, 중국 70대 도시의 5월 신규 분양주택 가격조사 결과 하이커우와 싼야는 전달(4월)에 비해 각각 0.6%, 0.2%가 떨어졌다. 하지만 각각 전년 대비 7.4%, 8.4%가 오르는 추세적 상승세는 여전하다. 하이커우에서 만난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을 매입한 뒤 등기를 하지 않는 방법도 많이 쓴다”며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13억의 관심과 돈이 집중되는 하이난다오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아직 낮다. 중국의 상당한 여유자금이 쏠리는 곳임에도 ‘짝퉁 하와이’ 정도의 2~3류 관광지란 인식이 아직 강하다. 2006년 한국과 하이난성 사이에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협정이 체결됐지만 한국과 하이난다오 사이에 개설된 직항노선도 없다. 휴가철에 전세기 정도만 띄우는 형편이다. ‘돈을 벌고 싶다면, 하이난다오로 가라’는 말은 한국인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헝다그룹과 쉬자인 회장

중국 10위 부호… 명문 축구단 ‘광저우헝다타오바오’ 구단주

쉬자인 회장(왼쪽)과 마윈 회장.
쉬자인 회장(왼쪽)과 마윈 회장.

하이화다오 같은 초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우선 개발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외부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디벨로퍼의 두둑한 배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하이화다오를 개발하는 기업은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 1위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 포브스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헝다그룹은 지난해 매출 3733억위안(약 62조1700억원)을 매출을 올린 중국 부동산 개발의 최강자다. 중국 프로축구 6년 연속 우승 명문구단인 ‘광저우헝다(에버그란데)’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2014년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이 ‘축구광’인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축구굴기’ 정책에 호응해 지분 50%를 사들이면서 ‘광저우헝다타오바오’로 이름을 바꾼 그 구단이다.

헝다그룹의 창업주이자 하이화다오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쉬자인(許家印) 회장 역시 배포 하나는 두둑한 기업인이다. 지난해 개인재산 780억위안(약 13조원)으로 중국 10위의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허난성 타이캉현 출신으로 편부 슬하에서 자라 38세 나이에 부동산 업계에 입문, 저렴한 소형아파트 건설을 전매특허로 헝다를 일궜다. 2010년에는 ‘광저우헝다’를 인수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현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 브라질의 펠리프 스콜라리 등 세계적 명장을 감독으로 영입해 ‘화남(華南)호랑이’로 불리는 중국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키워냈다. 헝다는 축구단 인수 직후 한국인 이장수 감독을 영입하고 조원희, 김영권 등 한국선수를 발탁했다. 2014년에는 백두산 광천수 사업을 벌이면서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과 김수현을 모델로 전격 발탁해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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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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