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일본 보험업계는 지진보험료를 2019년 평균 3.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상폭은 3.7~15.8%로 후쿠시마현이 14.9%로 가장 높았다. 이바라기현, 도쿠시마현, 도치현이 14.8%, 도쿄·가나가와현은 11.6%가 오르는 등 35개 현의 보험료가 인상된다.

일본 정부와 손해보험 각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손해보험료율산출기구는 최신 피해 등을 토대로 현별로 산출한 요율 변경을 금융청에 요청했다. 올 1월 평균 5.1%를 올린 데 이어 두 번째이다. 이는 2021년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9% 인상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보험업계가 보험료율 인상에 나선 것은 지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가 지난 4월 27일 발표한 ‘전국지진동예측지도 2017년판’을 반영한 것이다. 인상폭이 높을수록 위험지대라고 보면 된다.

지진조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간토지역부터 간사이, 시코쿠(四國) 지방에 걸쳐 태평양 쪽의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지진 강도인 진도 6 이상이 30년 이내에 일어날 확률이 80%를 넘는 곳도 있다. 태평양 쪽에서는 난카이 트로프(해저협곡) 지진 확률이 더 올라갔다. 가장 높은 곳은 지바시 85%, 요코하마시·미도시 81%, 고지시 73%, 도쿠시마시 71%, 시즈오카(靜岡)시 69% 순이었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해 단층, 북미 단층이 서로 밀면서 초대형 지진을 일으키는 해저형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진조사위원회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곳은 도쿄이다. 땅 밑에서 발생하는 ‘수도 직하 지진’이 30년 내 일어날 가능성이 70%에 달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경우 사망자는 2만3000여명에 이르고 붕괴되거나 전소되는 건물은 61만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는 규모 7의 수도 직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 지급액이 최대 3조1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 남쪽 해구(난카이 해구)에서 규모 9.1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70%에 이른다. 시코쿠 남쪽 해저에서부터 태평양에 접한 시즈오카현 앞바다까지 약 750㎞에 걸쳐 있는 해구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거대 지진이다. 이 경우 수도권에서 규슈에 이르기까지 쓰나미 피해가 일어날 것을 예상해 일본 정부, 지자체는 진즉부터 방조제·대피시설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진도 7.3의 대지진이 발생한 구마모토시는 단층대가 여전히 강한 흔들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구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마모토시의 예측 확률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7.6%였다. 지진조사위원장인 히라타 나오 도쿄대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본은 어디든 강한 흔들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발생 확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진 발생 가능성에 따라 지역별 지진 보험료율은 다르다. 지역별로 최고와 최저가가 약 3배의 차이가 난다. 일본의 지진보험은 1년 계약에 보상한도는 건물은 5000만엔, 가재는 1000만엔이 기준이다. 보험료가 가장 높은 곳은 지바, 도쿄, 가나가와, 시즈오카현 등으로 연 2만2500~3만6300엔에 달한다. 가장 낮은 곳은 태평양 반대쪽에 있는 이와테현, 구마모토현, 히로시마현 등으로 연 6800~1만1400엔이다. 같은 지역에서도 목조냐 철골이냐 등 주택의 종류에 따라 보험료가 각각 다르다. 건축연도, 내진등급, 면진건축물의 여부에 따라 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면진건축물은 50%가 할인되고, 내진등급이 1등급인 경우는 10%, 2등급 30%, 3등급은 50%가 적용된다.

일본의 지진보험은 단독 상품이 아니라 화재보험에 포함된 특약으로 가입하게 돼 있다. 화재보험 가입자 중 지진특약에 가입하는 비율은 지난해 60%를 넘어섰지만, 전체 가구로 보면 가입률은 30%로 낮은 편이다. 보험료가 너무 높다 보니 소비자들이 보험 가입을 부담스러워하고, 보험업계 쪽에서도 이익률이 낮아 보험을 파는 데 소극적이다. 기업의 경우는 비용부담 때문에 가입률이 더 낮아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정부가 지진보험의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 피해 보상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손해보험 회사들이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손해보험회사에서 계약한 지진보험 전부를 일본지진재보험회사가 인수하고, 그중 70%는 일본 정부가 재보험으로 인수하는 구조이다. 일본에서 지진보험이 등장한 것은 1946년 진도 7.5의 니가타지진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지진 피해를 입은 구마모토시에 지급된 보험금은 23만6000여건에 총 3621억엔(2016년 9월 기준)에 달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의 1조3061억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진보험 가입이 6.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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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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