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3학년이 되면 선생님께서 우리 동생을 좀 봐줘야 할지도 몰라요. 몸이 조금 아픈데, 선생님이시라면 우리 동생 환희를 잘 봐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 2학년 운희가 나를 찾아와서 한 말이다. 늘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다 운동도 잘해 남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운희의 말에 적잖이 놀랐다. 지난 1월엔 운희 어머님이 따로 뵙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이렇게 해서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운희 동생 환희를 만나게 됐다. 자폐가 있는 환희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부모님은 환희를 특수학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지만, 운희의 제안으로 일반 초등학교 입학을 검토하게 됐다. 운희는 “우리 반 우석이는 환희보다 더 동생 같아요”라고 말했다. 운희 어머니는 운희가 환희와 같은 학교에 다니면 장애 동생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다.

장애아동은 신체적·인지적으로 비장애 아동에 비해 더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장애아동을 둔 가족은 모두 장애아동의 영향을 받게 되고, 장애아동 중심으로 가정의 패턴이 이루어진다. 부모는 장애아동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장애아동에게 거의 모든 관심을 쏟기 때문에 비장애 형제, 자매를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된다. 비장애 형제자매가 겪는 정신적 충격이나 고통이 상당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까지 헤아리지 못한다.

장애 형제가 있는 비장애 아동들은 자기비하와 분노, 부모의 보상심리에 대한 부담감, 사회생활의 위축과 갈등 등을 겪는다. 장애인의 형제는 부모의 관심이나 여가, 보호, 지도 등의 여러 측면에서 자신의 요구를 충족받지 못하고 부모의 차별대우에 소외감, 외로움, 상실감을 느낀다.

둘째, 장애 형제 보호에 대한 책임감으로 역할 갈등이 심각하고 분노를 느끼며 친구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느낀다.

셋째, 비장애 형제들은 자신의 가치를 낮추고, 초라하게 생각한다. 자신도 장애를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거나 장애를 지니게 될 것으로 염려한다. 이로 인해 자아존중감이 낮고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도 곤란을 겪는다.

비장애 자녀에게도 세심한 배려와 지도가 필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 장애 형제에 대한 부담감을 주면 안 된다. 물론 형답게 양보와 배려를 권하는 정도의 인성교육을 할 순 있지만 장애 형제를 가족의 책임감으로 느끼기보다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배려의 마음 정도만 가지면 된다.

환희가 일반 학교에 입학하고 9월이 되었다. 온순하고 차분하고 신나는 동요를 잘 흥얼거리는 귀여운 모습 때문에 환희는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운희 또한 환희와 마주치면 “내 동생”이라며 안아주거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애정을 표현하곤 한다.

어쩌면 장애인을 지원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부부와 형제, 즉 가족을 지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장애 형제자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장애인 당사자를 지원하는 것이고 가족 모두를 지원하는 길이 될 것이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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